▲ 한산한 인천 남동공단 모습.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자동차 부품 공급사인 세광정밀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조만간 회사 대표이사를 심문해 회생 신청 경위와 회생 계획 등을 확인하고 회생 절차를 개시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회생절차 개시신청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자산을 처분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자동차 산업 불황으로 중소규모 차 부품업체의 법정관리가 줄을 잇고 있다. 앞서 현대차 협력사 금문산업, 다이나맥, 나노믹, 이원솔루텍, 셈코, 동진주공, 엠티코리아, 디엔에프스틸 등이 줄지어 회생을 신청했다. 이들 중에서 회생을 졸업한 곳은 금문산업뿐이다. 현대차 1차 협력사 리한은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다. 현대모비스 협력사 세기리텍과 신광테크는 법정관리 M&A를 통해 주인이 바뀌면서 간신히 살아났다.

남아있는 부품사도 전망은 밝지 않다.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사들은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위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화신(BBB+)과 부산주공(BB-)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최중기 나신평 기업평가1실장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 수준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완성차 시장의 경쟁강도 완화가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국내 부품사들은 납품 확대를 통한 가동률 제고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납품단가 인상도 제한적일 것이므로 내년 국내 부품사들의 사업실적은 소폭 개선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자동차 부품업계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다. 올해 3분기 기준 자동차 부품 상장사 10곳 중 7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다. 절반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비율과 판매관리비 전년 대비 감소 비율. 자료=퀀트와이즈

그런데 국내 상장사 부품사들 실적을 보면 판매관리비를 절감한 회사를 찾기가 어렵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이 지난해와 비교하면 16.9%포인트나 늘은 50.7%에 달하지만, 판관비는 대부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하락한 수준이다.

판관비는 제조원가상의 비용과 구분이 된다. 제조원가는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한 비용이고 판관비는 제조원가 외에 영업과 관리를 하는 데 쓰인 비용이다. 판관비에는 급여나 복리후생비 접대, 부대설비 값과 각종 서비스 수수료가 포함된다. 판관비가 클수록 영업이익 적자가 나게 돼 있다.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판관비를 제외한 결과값이다.

판관비라도 줄여서 영업이익을 늘려야 할 회사가 오히려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보이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일부로 적자를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수 있다. 의심은 곧 현실이 됐다고 했던가. 회계법인 A씨는 “대부분의 부품사 감사에서 의뢰받는 것이 영업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면서 “부품사 특징인 설비를 부각하기 위해 고정비를 늘리는 작업과 함께 대부분 부품사가 원하는 회계 처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부품사는 왜 적자폭을 늘리려는 것일까. 최근 자동차 부품사 법정관리 대리인을 맡은 변호사 B씨는 “부품사 대부분이 회계상 드러나는 수치보다 경쟁력이 상당히 있는 편”이라면서 “세일즈앤리스백 등을 이용한 간이회생절차 여건이 조성된 데다 전방산업 수주만 확실하다면 조기회생도 노려볼만한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B씨는 또 “문제는 전방산업과 연계인데 최근 이들이 협력사에 요청하는 것이 ‘비용절감’이다”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구매팀이 감가상각비와 같은 회계상 비용을 제한 현금창출력을 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부품사의 생사는 완성차 구매팀에서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완성차 구매팀의 요구가 부품사엔 심각한 고민거리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영업적자가 나더라도 회계상 비용을 빼면 이익으로 돌아설 수 있다. 감가상각비로 떨어낼 수 있는 자산이 많은 기업일수록 그 격차가 크다. 투자자산이 많은 부품사는 적자 폭을 적정 범위 내에서 확대하지 않고서는 더 큰 원가 압박을 받는 현실에 놓인다. 이 때문에 경쟁적으로 적자 폭을 키워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회계감사에서 고정자산인 부품을 찍어내는 장비를 불리고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감가상각을 키운다는 것이다.

자동차 로고를 만들어내는 인천시 소재 부품업체 관계자 C씨는 “완성차 업계가 어려울수록 부품사들의 적자 경쟁은 더욱 심해진다”면서 “금융권은 이러한 사실도 모른 상태로 대출을 거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