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성인 게이머는 국내 온라인 게임에 한 달에 50만원을 넘게 쓸 수 없다. 청소년 기준으론 7만원이다. 이 같은 결제 한도는 법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07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결제 한도를 게임의 등급 분류 요건으로 지정한 이후 규정이 이어졌다. 게임사가 결제 한도를 50만원 이상 설정하면 그 게임에는 등급 분류를 해주지 않는 식이다.

한도 규정은 사실상 결제 한도가 없는 모바일 게임과의 형평성 문제와 성인의 자율권 침해 문제 등이 꾸준히 지적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12월 결제액 한도 상향 의사를 내비쳤다. 올해 상반기까지 게임 업체들의 자율규제 이행 수준을 반영해서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온라인 게임 결제액 한도를 상향할까?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중앙대 교수)을 만나 온라인 게임 결제액 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중앙대 교수).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온라인 게임 결제,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위정현 교수는 온라인 게임 결제액 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 교수는 “성인의 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를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예를 들어 정부가 성인에게 하루에 담배를 두 갑 이상 사지 말라고 하면 반발이 얼마나 심하겠나.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에 결제한도를 정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게임을 얼마나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위정현 교수는 게임에 돈을 쓰는 행위에 대해 게이머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위 교수는 “과금을 많이 하는 게이머들조차 결제 한도 폐지에 대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이 말은 게이머들조차 주눅 들어 있다는 것”이라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이미 많이 퍼져 있어서 게임 업계와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조차 규제를 두는 것을 용인하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 결제가 실제로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모바일 게임 확률형 아이템에 수천만원을 사용하고 가족 관계가 안 좋아졌다는 뉴스 등이 그 예다. 이런 현상은 게임 결제에 한도를 두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에 일조한다. 위 교수는 이에 대해 “냉정하게 보면 이는 게임이 아닌 개인의 문제다”면서도 “물론 사회적으로 게임에 돈을 많이 쓰는 분위기를 조장하면 안 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부분은 게임사가 스스로 조절해줘야 하는 영역이라고 본다. 그게 안 되니까 정부에서 계속 규제를 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중앙대 교수).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올해 하반기 결제액 상향 가능성 있다, 70만원 예상

위정현 교수는 올해 상반기 이후 온라인 게임 결제액 한도가 상향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위 교수는 “업체들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해외 업체들을 제외하면 괜찮은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자율규제 등의 기업 분위기가 갖추어졌고 성인 결제한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충분히 쌓여있기 때문에 결제 상향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에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반박 논리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상향액은 7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월 50만원. ‘게임에 쓰는 돈 치고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여론도 물론 있다. 그럼에도 결제액 한도를 상향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위정현 교수는 “물론 50만원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이상을 쓰고 싶은 사람의 권리도 존중해줘야 한다. 자기가 번 돈으로 원하는 취미 활동에 돈을 쓰는 데 규제를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규제는 사람을 윤리적으로 속박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게임은 사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활동도 아니다”고 말했다.

위정현 교수는 청소년 결제액 상한선 규제에 대해서는 한도를 부모에게 맡기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그는 “청소년 결제액 한도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규제는 지속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청소년의 게임 결제 한도를 부모가 정하게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법은 가정의 경제 환경에 따라 자유롭게 금액을 설정할 수 있고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가 합의를 통해 결제액을 정할 수 있으며, 아이가 주장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토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확률형 아이템 심화?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게임 결제액 상한선이 높아지면 게임사에서 확률형 아이템 수익 모델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위정현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수익 모델은 이미 진행 중이다. 결제액 한도가 올라간다고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과금 모델을 긍정적으로 보진 않지만 사실상 온라인 게임에 해당 과금 모델은 이미 충분히 퍼져있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제한도 완화로 인한 PC게임 시장 성장 전망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그런 성장에서 중소개발사까지 혜택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온라인 게임 또한 이미 많이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중소게임사는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