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일절 10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대규모 기념식이 열렸다. 친일 청산의 오래된 숙제를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를 반추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국민의 염원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일절 100주년의 여운이 아직도 여전한 가운데, 일부 플랫폼에서는 부적절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코미디 TV는 삼일절인 1일 <맛있는 녀석들>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가정식 편 재방송을 편성해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일제의 독립으로부터 민족의 정기를 살리기 위해 벌어졌던 역사적인 삼일절에 '겁도 없이' 일본의 가정식 편을 재방송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코미디 TV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코미디 TV는 "뜻깊은 삼일절을 맞아 부적절한 회차를 편성해 시청자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 드렸습니다"라면서 "인기 프로그램을 편성함 있어서 세심하게 신경쓰지 못했습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코미디 TV 및 <맛있는 녀석들>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코미디 TV 편성팀은 고개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또한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은 제작진 및 출연자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면서 "두번 다시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으며, 앞으로 더욱 건강한 웃음을 전해드릴 수 있는 코미디 TV가 되겠습니다"고 말했다.

코미디 TV가 비판을 자초했다는 말이 나온다. 삼일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당일 '일본 가정식 편을 재방송 했어야 하나'는 지적이다. 독립투사들의 영웅적인 항거가 아직도 일부 민족 반역자의 후계자들로부터 폄하당하는 현실에서, 일본의 가정식을 삼일절 재조명했다는 점은 비판의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비판의 강도는 지나치게 강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현재 페이스북과 트위터,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으며 대부분 "코미디 TV가 신중하지 못한 자세로 논란을 시작했다"는 쪽에 동조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비판의 수위가 지나치게 크다"부터 "코미디 TV의 실수지만, 사과문까지 발표할 일이었는가"라는 주장도 나온다. 삼일절의 역사적 가치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이를 파쇼적 사고방식으로 몰아 무리한 마녀사냥에 나서는 것은 더 큰 논란의 시작이라는 말도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청춘여락이라는 여성 2인조 유튜버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렸다. 우연히 헬스클럽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두 여인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를 표방하는 청춘여락은 삼일절 당일 일본을 조명하는 콘텐츠를 공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해당 영상은 내려갔으며 청춘여락은 별도의 사과 방송을 업로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으나 구독자들의 시선은 대체로 싸늘하다.

해당 사과 방송을 통해 수익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곳에 쓰겠다는 발언을 해 더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초 콘텐츠가 일본 관광청의 기본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 알려졌고, 결국 일본에서 받은 금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쓰겠다는 발상에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사과 방송 마저도 내려갔다.

▲ 청춘여락의 사과문. 출처=갈무리

청춘여락은 이후 해명글을 올렸다. 청춘여락은 "이번 일본영상 관련 경솔한 커뮤니티글과 격앙된 사과영상 등 부족한 피드백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면서 "명백히 저희의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고 너무나 큰 자책을 하고 있습니다"는 심경을 밝혔다.

청춘여락은 이어 "한국시간으로 2월 28일 새벽 1시에 일본여행영상을 업로드하였습니다. 지난 1월, 일본관광청의 요청으로 다녀왔던 여행이었고, 2월내 영상 업로드가 협의된 사항이었습니다. 부족하고 경솔하게도 삼일절을 잊고 있던 저희는 2월 임박해서야 영상을 완성하여 촉박하게 업로드를 진행했습니다"면서 " 그 후 여러 만류하는 댓글반응을 본 뒤 저희가 당장에 급급해 얼마나 큰 실수를 범했는지 깨달았습니다"고 말했다.

청춘여락은 또 "단순히 해외에 나가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정서를 파악하지 못하고, 여러분들이 고지해주신 뒤에야 시기의 부적절을 인지했다는 게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면서 "저희는 영상의 수익금을 일본군 ‘위안부’할머니들을 돕는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영상 업로드보다도 경솔하고 안일한 대처였습니다"고 사과했다.

청춘여락은 이어 "이번 삼일절은 100주년의 삼일절로 더욱더 의미 있고 무게감 있는 시기였습니다"면서 "모든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보았습니다. 저희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분들, 실망하신 분들 모두 죄송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성숙해진 청춘여락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실망시켜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청춘여락의 행동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실수라고는 하지만 삼일절을 맞아 일본 관광청의 영상을 당일 업로드한 것은 역사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두고 구독자들이 필요이상의 비판에 나서는 것도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청춘여락은 실수했으나, 이들이 삼일절의 역사적 당위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폄하하려 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춘여락의 유튜브 채널에는 필요이상의 비판과 지적이 난무한다. 이 역시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며 추후 문제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 한편 더 좋은 콘텐츠를 기대하는 쪽으로 대중의 의견이 모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