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종합물류기업 ‘동방’이 매출액 대비 절반이 넘는 과중한 차입금으로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동방은 60년에 이르는 오랜 업력을 가진 기업으로 국내 수위권의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더불어 포스코,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등 우량 거래처와 30여년의 장기간 거래관계 지속은 동방의 사업안정성을 제고하는 강점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금융비용 부담과 지분법 손실로 영업외수지 등락이 크게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손익구조의 안정성이 낮아졌다. 여기에 시장지위 유지를 위한 연 300~400억원 내외의 CAPEX 부담은 잉여현금 창출의 제약요인이 돼버렸다. 동방은 해마다 쪼그라드는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차입금과 높은 부채비율을 소액의 단기자금조달로 막고 있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5일 한국기업평가는 동방의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평가했다. 우량 고정거래처에 기반한 양호한 산업안정성을 갖췄으나 단기차입 중심의 차입구조 등 과중한 재무부담이 반영된 결과다.

▲ 종합물류기업 동방은 과중한 차입금과 부채비율로 악화된 재무안저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출처= 한국기업평가

동방의 주요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부채비율 377.4%, 차입금의존도 52%로 높은 수준이다. EBIT(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대출 대비 2.2%로 낮다. 순차입금/EBITDA(현금창출능력)는 8.0으로 현금창출능력 대비 차입금이 높아 재무부담이 크다.

동방의 손익구조의 안정성 저하 원인으로는 금융비용 부담과 관계사 투자주식 손상차손 등 지분법 손실로 영업외수지 진폭이 큰 것을 꼽을 수 있다. 시장지위 유지를 위한 연 300~400억원 내외의 CAPEX(미래의 이윤 창출을 위한 지출 비용) 부담으로 잉여현금창출이 제약되는 현금흐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계열지원으로 인한 손실

동방은 계열사 지분 매입 등 계열지원, 지분법손실에 따라 손익구조가 저하되는 등 계열의 모기업으로서 실질적인 재무부담이 높은 수준이다.

동방은 2018년 9월말 기준 14 개 국내법인, 2개 해외법인 등 총 16 개의 법인으로 계열을 구성하고 있다. 동방은 그룹의 모기업이자 자산과 규모면에서 계열 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최대 주력사로서 일부 재무상태가 취약한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에 노출되어 있다.

물류산업에 내재한 낮은 수익성과 투자 부담으로 인해 이미 과중한 수준의 재무부담을 안고 있어 잇따른 지분 매입 등을 위한 자금유출은 동방의 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종속회사인 동방생활산업, 중국 심양동 방방직유한공사와 관계기업인 유엔씨티(舊 울산동방아이포트)의 실적부진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취약한 재무구조의 영향으로 거액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연결기준 손익구조는 별도기준 대비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냈다. 삼양동방방직유한공사의 지분 매각으로 291억원의 처분손실도 손익구조를 악화시켰다.

지난해에는 흑자전환(3분기 말 누적 기준)에 성공했으나 낮은 수익성과  누계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했지만 낮은 수익성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흑자 규모는 39억원에 그치고 있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관계기업의 투자 및 지원에 대한 지속적인 부담으로 인해 이자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평택동방아이포트㈜에 대한 관리운영업무에 따른 손실 지속, 추가 출자지분에 대한 손상차손 인식 가능성 등이 상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동방은 계열사 지분 매입 등 계열지원, 지분법손실에 따라 손익구조가 저하되는 등 계열의 모기업으로서 실질적인 재무부담이 높은 수준이다. 출처= 한국기업평가

CAPEX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창출 저하

동방은 자산형 물류기업으로서 시장경쟁력 유지를 위한 물류장비, 터미널, 선박 등에 대한 CAPEX 부담으로 잉여현금흐름(FCF) 창출 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전국 주요 물류거점에 소재한 토지 등 양질의 유형자산을 활용해 일정 수준의 재무융통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영업현금 창출의 주요 기반인 시장지위 유지를 위해 CAPEX 부담 또한 크다. CAPEX 비용은 연 300억원에서 400억원 수준으로 EBITDA 대비 높은 수준이다.

더불어 카자흐스탄 프로젝트로 인한 운전자본 투자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잉여현금 창출을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은 더욱 제한적이다.

김 평가전문위원은 “400억원에서 500억원 내외의 EBITDA 규모를 유지하면서 순영업현금흐름(NCF) 창출을 지속하는 현금흐름 구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거액의 감가상각비 유보 덕분에 안정적으로 보일 뿐이다”이라고 설명했다.

▲ 동방은 자산형 물류기업으로서 시장경쟁력 유지를 위한 물류장비, 터미널, 선박 등에 대한 CAPEX 부담으로 잉여현금흐름(FCF) 창출 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출처= 한국기업평가

차입금의 70%를 상회하는 단기차입금

동방의 총자산은 2018년 9월말 기준으로 5961억원이다. 그 중 총차입금은 3098억원이고 순차입금은 2945억원으로 차입금이 절반을 상회하는 가운데 현금창출능력은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차입금 중 단기차입금(1년 이내 만기 도래)은 7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높은 재무 부담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방은 2016년 유상증자(184억원)와 선박, 토지 매각 등 사업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의 자구노력으로 2017년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을 2796억원까지 줄였다. 그러나 우선주 자본규모가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은 377%까지 높아졌다. 2018년 투자 확대로 차입금이 또다시 증가했고 단기성차입금 비중이 72.8%까지 늘어나는 등 재무부담은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다.

▲ 동방은 총차입금 중 단기차이금이 70%를 상회하는 등 차입부담이 높은 수준이다. 출처= 한국기업평가

동방은 운영자금을 단기로 조달해 오고 있다. 2018년 9월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총 11차례 소액의 단기 사모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단기 채권은 이자비용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단기 채권은 장기에 비해 금리가 낮고 사모는 공모보다 금리가 높다. 만약 장기 사모채를 발행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이자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사모채권은 발행 절차가 간편하고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이 있지만 통상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나 재무구조 안정성이 저하된 기업이 공모채권 발행을 포기할 때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 동방은 지난해 자금조달을 위해 총 11번 소액의 사모채권을 발행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금융시스템

이번에 발행하는 120억 규모의 전자단기사채도 급한 불을 끌뿐 전체 차입금 상환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더불어 전자단기사채는 중도해지가 안되고 예금자 보호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발행사의 신용도에 따라 원리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김 평가전문위원은 “차입구조의 기간 안정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보유 가용 현금성자산은 36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어 유동성 커버리지가 열위한 수준”이라면서 “다만 2018년 말 차입금의 상당부분은 담보가 제공돼 있고 미사용 은행권 여신한도와 전국 주요 물류거점에 소재한 토지 및 건물 등 양질의 시장가치를 보유한 유형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자산을 활용한 차입금 만기 연장이나 차환 등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