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6869만주)를 매각키로 했다.

사건의 시작은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 의견 ‘한정’이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 저하, 유동성 위험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투자등급 마지노선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아시아나항공이 매출채권 등을 유동화해 판매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1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시장은 조기지급 사유 중 BB+ 이하로 하락하는 조항에 주목했다.

4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의 회사채는 유일하게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유효등급 소멸에 따른 ‘무등급 트리거’ 발동 가능성도 부각됐다. 쉽게 말해, 새로 신용등급을 받지 못하면 차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추후 신용등급을 부여 받아도 ‘투자등급’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왜 ABS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을까. 지난 2017년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도 격차는 점차 벌어졌다. 당시 대한항공은 HIC리파이낸싱, 한진해운 리스크 해소 등으로 그룹위험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의 지주사 지원으로 신용위험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각 그룹 계열사의 상장도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체력은 점차 약화됐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회사채를 통한 조달은 어려워졌다. 상대적으로 발행이 쉬운 ABS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조기지급 사유가 발동되면 발생한 이익은 모두 ABS 상환으로 투입돼야 한다. 막대한 자금인 만큼 등급 하향을 막지 못하면 ‘지원’도 의미가 없어진다.

산업은행이 금호그룹의 자구안을 거절하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는 ABS 관련 트리거 발동 저지가 꼽힌다. 그동안 과도한 물량의 ABS를 발행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바라보는 산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명연장의 꿈’이었을까.

매각 결정은 유동성 확보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형식적으론 등급 강등을 막았다. 산은이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단순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이 아닌 ABS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차단했다는 점이다. 그 파급력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실을 방치한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관리·감독의 문제를 떠나 ABS 시장이 악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ABS는 담보물건을 심사 후 발행한다. 자산보유회사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관련 법률은 자산유동화법과 상법상으로 나뉘는 가운데 유동화 주체들은 규제가 덜한 후자에 집중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MBS(주택저당담보부채권)도 이 범주에 속한다.

한 IB관계자는 “역사는 반복되지만 변형된 형태로 반복된다”며 “ABS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적절히 되지 않고 있어 향후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감독당국뿐만 아니라 채권단, 스튜어드십코드로 힘이 강해진 주주들은 아시아나항공 사태를 계기로 ABS 문제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돈’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버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