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최근 현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가운데 사후피임약 강자인 현대약품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그 틈을 노려 오너 3세로 알려진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가 대규모 주식을 매도하면서 45억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나 ‘차익실현’에만 치중했단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약품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 대표기에 후계구도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세차익으로 향후 지분율 확대의 포석일 수도 있다는 풀이고 나오고 있다. 이에 관련해 현대약품 측은 단순 장내매도일 뿐이라면서 확대해석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대표는 보유주식 70만주를 장내매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이 대표의 지분율은 현재 4.22%로 감소했다.

▲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가 대규모 지분을 장내매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앞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다음날 현대약품은 당일 개장과 함께 주가가 15% 넘게 뛰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선고에 따라 정부가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약품이 보유하고 있는 사후피임약인 엘라원, 노래보원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각각 41%와 35%다.

이런 상황 속 이 대표가 현대약품의 주가가 고점을 향해가고 있을 당시 주식을 팔아 거액의 돈을 현금화한 것이다. 이번 주식매도는 이 대표뿐만 아니라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아트엠플러스도 보유주식 10만주를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엠플러스는 이 대표의 개인회사로 사실상 그가 장내매도를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대약품의 주가는 단 이틀새 6.7% 하락했다.

그러나 그가 현대약품의 후계자로 자목되고 있는만큼 이번 주식 매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이다. 이 대표는 수년간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실제 지난해 10월에서 11월, 3거래일 동안 45만6500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4.98%(159만5112주)인 지분율은 6.41%(205만1612주)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주식 평균 취득단가는 4184원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의 후계구도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주주의 가치제고보다는 차익실현에만 급급했단 지적이다.

문제는 현대약품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약품은 이한구 회장이 지분율 17.88%로 최대주주이고 아들 이상준 대표와 친인척으로 분류된 김정매(0.4%), 노갑덕(0.22%), 이소영(0.16%) 씨 등이 주식을 나눠 갖고 있다. 바이오 파마티스와 아트엠플러스도 각각 0.08%, 0.02%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번 이 대표의 지분매각으로 이한구 회장 등 특수관계자 7인 지분율이 25.48%(815만2928주)에서 22.98%(735만2928주)로 2.5%포인트 떨어졌다.

2008년만해도 이들의 지분율은 32.4%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그러나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은 점차 낮아지면서 2016년 25%대로 떨어졌고 이 대표의 매도로 현대는 2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마땅한 후계자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후계구도의 이상기류라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가가 높을 때 보유지분을 팔아 시세차익을 거둔 뒤 주가가 떨어질 때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지분율을 높이려는 포석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현대약품 관계자는 “이번 주식 처분은 단순 장내매도로 개인적인 부분”이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밖에도 4월 22일에서 26일, ▲녹십자홀딩스(허일섭 외 8명 45.11%→45.62%) ▲신한지주(신한금융지주회사 5.07%증가, 5.07% 보유) ▲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대우(주) 외 8명 47.09%→48.27%) ▲한진칼(국민연금공단 외 1명 5.36%→4.11%) ▲삼성전자(삼성전자주식회사 외 8명 21.25%→21.21%) ▲웅진코웨이(주식회사웅진씽크빅 외 2명 25.41%→25.08%) 등이 특별관계자 지분변동을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