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지난 14일 현대·기아차가 거액(약 1067억원)을 투자한 초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Rimac Automobili)의 첫 전기 하이퍼카 ‘컨셉원(Concept One)’ 관련 영상입니다. 다소 생소한 크로아티아 전기차 제조사인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와 혼다 NSX를 가볍게 제치네요.

동영상을 찍은 시점은 2017년입니다. 그 사이 리막은 컨셉원을 뛰어넘는 초 하이퍼카 'C- Two'를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합니다. 최대 출력 1888마력, 최대토크 234.5kg.m, 제로백 1.8초의 스펙을 자랑하는 엄청난 녀석입니다. 컨셉원의 성능(출력 1088마력, 토크 163.53kg.m, 제로백 2.6초)도 '괴물'이라 불렸는데 이걸 또 넘었습니다.

▲ 리막 오토모빌의 C-Two. 사진=리막 오토모빌 페이스북

완성차 생태계가 없는 크로아티아에는 이런 업체가 있는데, 한국에는 왜 이런 업체가 없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심지어 이 업체는 역사도 길지 않습니다. 2009년 설립됐고, 지난 2011년 첫 제품을 출시했을 정도로 역사도 짧습니다. 창립 당시 마테 리막 최고경영자의 나이는 21세에 불과했습니다.

직원 500여명 수준인 아직 젊은 업체지만 기술적인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기술제휴를 맺은 기업은 독일의 포르쉐그룹을 비롯해 1~2개 업체가 전부일 정도입니다.

특히 ▲전기차용 파워트레인(모터, 감속기, 인버터 등) ▲전기차 제어기술 ▲배터리 시스템 등 고성능 전기차 핵심 분야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양산차 생산 체제를 갖춘 현대차가 부족한 부분이 이런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 리막 오토모빌의 C-Two. 사진=리막 오토모빌 페이스북

현대차는 아마도 리막의 기계적 요소, 부품 소재, 가공 방법, 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등 기술적 부분에 관심을 가졌을 듯합니다.

슈퍼카의 특성상 극한의 조건에서 테스트해 하는 데이터가 많습니다.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다 비용도 적지 않게 소모됩니다. 이미 만들어진 기술을 다듬어 담기에도 이러한 노하우들이 필요합니다.

수소차 최초의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은 이미 일본과 미국 업체에 빼앗긴 만큼 '수소차 최고의 스포츠카'라는 지위는 가져가야겠다는 의지로도 보입니다.

▲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우측 네 번째)이 리막의 작업 현장에서 마테 리막 CEO(사진 우측 두 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리막 오토모빌 페이스북

수소차에 집중하는 현대차에 대해 "전기차, 하이브리드 부문에 뒤쳐졌기에 택한 차선"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실과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것은 맞지만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중입니다.

오는 2025년까지 20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출시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세웠고, 수소차 기술력에서는 '최고'를 자부합니다.

지난해에는 아우디와 함께 수소동맹을 맺고, 수소차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한 것이 그 예입니다.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토요타, BMW 등 28개 회사로 구성된 글로벌 수소 동맹도 맺어졌습니다.

리막에 대한 투자 역시 친환경차 부문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쏘울EV 등 실용적인 모델을 생산하는 한편 수소차 부문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죠.

현대차 자체적으로는 ‘N2025 비전 그란투리스모’라는 비전도 갖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수소전기 레이싱카 콘셉트인데 최대출력 871마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리막과의 협업이 기대되는 이유죠.

정의선 수석부회장 역시 리막 투자에 대해 “고성능 차량에 대한 소비자 니즈 충족 위한 최고 파트너”라고 밝혔습니다. 정의선 체제 현대차의 ‘똑똑한’ 투트랙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