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들어갔고 그 여파로 화웨이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구글은 물론 인텔, 퀄컴, 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핵심 거래처들이 줄줄이 돌아섰으며 5G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굴기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미국도 만만치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당장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가 끊기면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글로벌 경제가 9개월 내 침체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이어 인도, 멕시코도 겨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인도의 개발도상국 특혜관세 혜택을 끝내겠다”고 발표했으며 멕시코에는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관세폭탄을 던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중 무역전쟁, 정확하게 말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며 국내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에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어 눈길을 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정국에서 지나치게 중국을 배척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웨이 배척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화웨이와 중국 당국의 유착설에 지나치게 집중, 다소 감정적으로 화웨이를 지탄하고 경계하고 있다.

화웨이와 중국 당국 유착 가능성은 다양한 증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욱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화웨이를 지나치게 배격하고, 나아가 중국을 배척하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가?

한 순간의 짜릿한 스트레스 해소는 가능할 수 있겠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우리에게 찾아온 것은 위기와 동시에 기회다. 두 수퍼파워가 격돌하며 서로의 편으로 우리를 끌어당기기 위해 때로는 협박을, 때로는 회유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우리가 '선택을 강요당한다'고만 볼 수 있을까? 나아가 '중국 공산당'이 그냥 싫다고 밀어내기만 하면 무슨 실익이 될까?

최대한 타이밍을 노려서 우리에게 최적의 실익이 올 순간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마냥 중국 공산당이 심정적으로 싫다고 배척부터 하는 것은 우리의 카드를 너무 빨리 공개하는 격이다. 몸값을 올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두 수퍼파워가 회유에서 협박으로 돌아설 순간 한 쪽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 그때 미국을 택하며 '중국 공산당은 싫어'라고 말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더 많다.

최근 화웨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5G 오픈랩을 열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친하게 지내자'는 제스춰다. 그런데 5G 오픈랩 개소 당시 한국의 정부 부처 관계자 및 국회의원은 물론 통신업계 담당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개소식에 참석한 모 기업인은 아예 실명조차 외부에 공개되지 못했다. 화웨이 배척 감정이 너무 거셌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이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이 절묘한 협상의 균형을 스스로 깨고 감정적으로 일관하면 우리는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나친 사대주의의 발로라는 반론도 있겠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수출 지향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감정에 휘둘려 아둔한 행동은 하지 말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