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최근 인건비 상승, 규제 등 요인으로 예비창업자들이 국내에서 신규 사업을 전개하기가 여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 창업 생태계의 외형은 확대되고 있는 반면 내실은 불확실성 짙은 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해외창업이 새로운 활로로 거론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전망과 현재 추진 여건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시장경쟁 과열로 한해 90만명 폐업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 ‘2018년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작년 신설법인 수는 전년대비 3.8% 증가한 10만2042개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조사 개시 후 10년 간 지속 증가세를 보이다 처음 10만개를 돌파했다.

작년의 경우 도·소매업(2만2972개)을 비롯해 정보통신업(7199개) 등 고부가 서비스업이 전년 대비 높은 증가폭을 보이며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 중기부는 해당 기간 전자상거래(이커머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각종 상품을 취급하거나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많은 법인이 설립된 것으로 분석했다.

법인이 늘수록 시장 포화현상이 심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가게가 문을 닫는 사례도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7년 폐업자 수는 90만6989명으로 나타났다. 전년(90만8503명)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2013~2015년 78만~86만명대보다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창업이 국내 포화 시장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동남아나 미국, 일본 등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고 한류 열풍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예비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창업환경 시장의 포화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시장을 창출하거나 새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해법으로 해외창업이 떠오르고 있다”며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한류의 전세계적인 확장은 자본창업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창업인들, 현지 진입장벽·의지없는 정부에 글로벌 사업 관심 ‘뚝’

다만 아직 해외창업에 대한 관심은 최근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기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주요 관련 기관에 따르면 현재 국내외에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예비창업자의 글로벌 창업 문의 사례는 최근 전무하다.

문의가 접수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예비 창업자들이 사업 지속 가능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규제 등 현지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이유로 지목된다.

코트라의 경우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사업자나 예비창업자들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는다. 국내 뿐 아니라 현지에 있는 취업자들도 코트라 현지 무역관에 계획서를 제출한다.

이들의 계획서는 현지에 있는 사업지원기관(액셀러레이터)가 심사하는데 통상 국내 창업자보다 현지에 있는 창업희망자들의 역량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언어를 잘 사용하고 시장을 이해하는 등 현지 사정에 익숙한 신청자가 점수를 잘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트라가 통상 글로벌 창업지원 사업의 참가자를 모집할 경우 통상 국내에서는 접수 사례가 없는 반면 해당 지역에서는 10~15개팀이 선발되고 있다.

일부 기관이 그간 소자본 해외창업 실패사례가 누적됨에 따라 글로벌 진출을 도울 의지를 상실한 점도 예비창업자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는 지난 2017년까지 6년 가량 이어온 10억원 규모의 ‘소자본 해외창업지원 사업’을 작년부터 폐지했다. 국내 교육, 현지 집중육성(인큐베이팅) 등 밀착형 창업 지원의 성격을 띤 사업이었지만 실패사례가 속출하는 등 효용이 입증되지 않아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자본 해외창업이 실패하는 이유로 현지의 외국인 차별, 주민 이해관계 충돌 등이 주로 꼽혀왔다”며 “사업은 국회에서 부실한 성과로 지적받기도 하며 결국 중단됐지만 당국에서 나름 노력하고 고민했음에도 현지 진입장벽을 넘어서기 어렵고 예산도 적어 사업을 이어가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예비창업자 지원책 개선도 ‘뭉그적’…정부·창업자 동반 발전해야

국내 예비창업자의 역량을 길러주고 사업 기반을 다져줄 수 있는 정부 정책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한 뒤 진출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사업자들이 많아 해외창업을 타깃으로 삼은 예산은 2016년 이후로 사실상 집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매년 책정되지만 각 부처와 산하기관에 산발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해외 창업에 관한 예산의 전체 규모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은 자금 운용상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상공인 지원의 주요 플레이어인 중소벤처기업부나 해외창업 기반을 마련할 역량을 갖춘 코트라 등 관련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관이 전개하고 있는 관련 정책들도 현재로선 국내에서 사업성을 입증한 기업들의 해외 공략을 돕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진행하고 있는 110억원 규모 사업 ‘신사업창업사관학교’도 국내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이 취지다.

다만 일부 기관은 최근 열악한 국내 사업 환경에 대응해 창업자들의 해외창업을 활성화시켜야한다는 인식을 갖고 실천에 조금씩 나선 상태다.

코트라 관계자는 “코트라의 경우 지금까지 국내 스타트업의 사업확장(스케일업)에 방점을 둬 왔지만 글로벌 창업이 화두가 됨에 따라 지원 기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올해부턴 한국인 유학생이 많은 미국, 중국 등지의 시장조사를 지원하는 등 예비창업자 지원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몇몇 기관이 소상공인의 해외창업을 지원하는 행보를 작게나마 이어가는 점에 대해 찬동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정부 지원 규모가 확대돼야 할 뿐 아니라 사업자들이 해외창업에 성공하기 위한 역량을 철저히 갖춤으로써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상윤 숭실대 벤처경영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이 현지의 제도, 문화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잘 지원되는 게 필요하다”며 “현재 정부는 예비창업자의 해외창업이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지원에 관한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사업주체들은 성공할 수 있는 노하우나 지원책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나서야 하는 현실에 처했다”며 “예비창업자들은 본인이 몸담을 업종을 사전 경험하고 시장을 학습하는 등 역량을 충분히 길러 사업 성공 확률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