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경제는 미래 예측이다. 경제 데이터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다음을 예측하고 그 예측을 근거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우리가 어제와 오늘을 분석하는 이유도 내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어본 사람들은 이 경제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다. 위기관리 시스템으로의 경제가 잘 돌아가야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글로벌 경제는 지난해 1월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으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1년 6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혼돈속이다. 무역분쟁을 벌이는 당사자는 미국과 중국인데, 주변 국가들도 좌불안석이다. 유럽도 일본도 다른 이머징 마켓 국가들도 미국과 중국의 협상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지난해 터키 등 이머징 마켓은 달러강세로 인한 금융위기를 호되게 겪었다. 물론 지금까지 여전히 금융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대표적 국가가 터키다. 터키는 미국의 자본에 의해서 털릴 만큼 털렸을 것이다. 통화전쟁의 최대 피해자다.

현재진행형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해결된다면 한국경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 경제의 20%를 이상을 차지하던 반도체 매출이 한국경제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올해 들어 급락하면서 수출은 물론 오랫동안 흑자를 유지했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더니 이제는 분기별 역성장을 걱정해야하는 마당까지 이르렀다. 몇 개월 사이에 이렇게 확연히 뒤바뀔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누누이 강조했지만 반도체 한 업종에만 나라경제가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니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겠다.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된다면 한국경제는 다시 시야가 밝아질까. 결론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타결되든 그렇지 못하든 한국경제는 무역전쟁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결론이다. 트럼프가 긁어 부스럼을 일으킨 이유가 만성적자를 탈피하겠다는 목표였기 때문에 각 분야별로 적자해소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흑자는 어떤 나라든 적자로 메워져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중국에 적자를 메워달라고 요구하는 미국 주도로 무역협상이 타결된다면 중국은 상당부분의 흑자를 되돌려줘야 하고 미국은 그동안의 적자폭을 큰 폭으로 축소하거나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단순히 제로썸 계산법으로 누군가는 혜택을 돌려주고 손실을 나눠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미수출의 중간재 30%이상을 담당하던 한국은 이런 계산법에서 역시 이익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물론 중국내 미국 제품의 점유율은 중국정부의 인위적인 조정에 의해 단기간에 조정될 것이다. 8%도 안 되는 미국제품의 점유율이 어느 정도까지 상향될 경우 그동안 차지했던 일본과 한국제품이 밀려날 것이 분명하다. 이 역시 한국 입장에서는 필연적으로 악재이다.

만약 무역분쟁이 지속된다고 해도 중국경제의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접국인 한국은 얻을 것이 별로 없다. 이래도 저래도 앞으로의 한국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불이익을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반도체도 1분기와 2분기를 저점으로 바닥을 치고 가격반등이 예상됐지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언제 회복될지 모를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임팩트다.

결론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은 한국과는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 이에 대해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 게 옳은 일일까.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한국경제는 구경만 하는 상황이었고 한국 정부는 본의 아니게 구경꾼에 불과했다. 미국과 중국간의 문제일까? 이제라도 민관합동 무역분쟁 대응 TF팀을 구성해야 한다. 전 산업을 놓고 각각 어떤 영향을 받을지, 이에 따른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지 컨트롤 타워를 가동시켜야 할 때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에 한국경제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반대의 경우, 특히 미국 중심으로 타결될 경우 한국경제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최소한 가상의 답이라도 갖고 있어야 한다. 매일 회의를 통해 달라진 상황에 맞게 정답을 탈고하는 심정으로 업데이트해나가야 한다.

그동안 글로벌 섹터에서 한국이 누렸던 시장 점유율은 미국이 원하는 만큼 더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신영역과 신시장에서의 신규 점유율 개척은 미국도 어찌할 수 없다. 불행한 것은 새 영역, 새 업종에서 한국은 모두 닫혀있다는 점이다.

시스템반도체는 그나마 삼성이 10년간 333조원을 투자해 1등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미안한듯 10년간 1조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화답 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인식 차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좀 나은 편이다. 한해 4조원의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투자예산을 합친 듯한 인상이다. 헬스케어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너무도 조용하다. 정치권도, 정부 해당 부처도, 민간도 헬스케어에 투자하겠다는 말을 지난해 이후 들어본 적이 없다. 모빌리티는 너무도 시끄럽다. 너무 시끄러워서 본질은 이미 저만치 도망가고 있는 실정이다. 클라우딩 사업 쪽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우주 사업은 말 그대로 먼 나라의 일이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까지 언급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미래 사업에 대한 비전은 그만두고 반대를 위한 격론만 시끄러울 뿐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오죽하면 스타트업들도 사업을 하려거든 밖에 나가서 하는 편이 낫다고 하는지 정치권과 경제부처, 그리고 지자체는 곰곰이 씹어봐야 한다. 무역전쟁 이전의 한국경제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