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식품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의 식물성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 출처= 동원F&B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환경, 생명 윤리 등에 대한 관심이 식문화에 대한 성찰로 이어짐에 따라 육류를 대신할 ‘대체육’이 각광받고 있다. 대체육을 취급하는 요식업종 기업들이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대체육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체육 시장 미국·유럽서 전세계 식물성 고기 70% 생산

27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4조 8628억원(42억달러)에서 2025년 8조 6843억원(75억달러)으로 8년 새 78.6% 늘어날 전망이다.

식물성 고기는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육류 소비량이 다른 지역보다 많고 경제수준도 높은 현지 소비자들이 기성 식문화에서 탈피하려는 행보로 시장 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조사정보 플랫폼 리포트 바이어(Report Buyer)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북미와 유럽 의 식물성 고기 생산 비율은 각각 33%, 39%로 집계됐다. 총 72%로 아시아·태평양(17%), 남미(9%), 기타(1%) 등지와 비교할 때 독보적인 점유율이다.

식물성 고기 시장에서 가장 넓은 입지를 확보한 기업으로 미국의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가 꼽힌다. 식품기술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는 콩, 이스트 등을 재료로 실제 닭고기와 같은 맛과 식감을 구현한 유사 제품으로 시장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1만9000여개에 달하는 소매점이나 레스토랑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코코넛 오일과 콩류 제품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소고기와 비슷한 식물성 패티를 개발해 미국 각지 식당에 제공하고 있다.

▲ 롯데리아 리아 미라클 버거 홍보 이미지. 출처= 롯데GRS

롯데·동원F&B가 국내 대체육 시장 개척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대체육이 이제 막 출시돼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상황이다.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롯데푸드, 롯데리아 등 두 그룹사와 동원F&B다.

롯데푸드와 롯데리아는 그룹 산하 식품 연구개발(R&D) 기지인 롯데중앙연구소와 2017년부터 협업한 뒤 각각 식물성 고기 제품을 내놓았다. 윤리적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대체육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행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식물성 육류 제품을 자체 개발했다.

롯데리아는 이달 11~24일 2주 간 일부 매장에서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리아 미라클 버거’ 2종을 시범 판매했다. 롯데중앙연구소와 함께 콩, 밀 등 채소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어낸 식물성 패티를 활용했다. 패티 제작 기술을 특허 출원하기도 했다.

리아 미라클 버거는 판매 기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리아에 따르면 신천점, 건대점, 숙대입구점 등 서울 소재 매장 3곳에서 일 평균 35개씩 판매됐다. 타 신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리아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분석한 뒤 향후 정식 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롯데푸드는 앞서 올해 4월 식물성 대체육 제품 2종인 ‘엔네이처 제로미트 너겟·까스’를 출시했다. 통밀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효모 추출물, 식물성 오일로 닭고기의 근섬유와 맛을 재연했다.

동원F&B는 이미 해외에서 상품성이 입증된 제품을 단독 수입하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작년 12월 비욘드 미트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뒤 올해 3월부터 비욘드 버거 패티를 들여오고 있다. 현재 동원몰, 마켓컬리 등 온라인몰과 이태원 비건 레스토랑 몽크스부처, 하얏트 호텔 등 오프라인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수입 후 3개월 여 기간 동안 기록한 판매량은 2만4000개에 달한다.

오는 7월 패티에 이어 식물성 소시지 제품을 추가로 수입할 예정이다. 시장 반응에 따라 향후 동원식품과학연구원 등 사내 연구 역량을 활용해 대체육을 자체 개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동원F&B는 아직 대체육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선제적인 시도를 감행하고 시장을 발전시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제품을 독자 개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 “채식 인구 증가, 식습관 변화 더불어 국내 시장 성장할 것”

국내에는 구이 문화가 발달해 육질에 대한 평가 기준이 까다롭고 국·탕류에 들어갈 수 있는 원형의 육류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체육이 보편화하기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채식 인구 증가, 식습관 변화 등 요인에 힘입어 대체육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늘어나는 국내 채식주의자들이 육류에 담긴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체육의 수요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2008년 기준 15만명에서 작년 기준 10배 가량 늘어난 100만~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의 2~3% 수준이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경제가 성장하고 복지가 확대됨에 따라 전세계에서 채식인구 수가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건강한 미래 먹거리로서 대체육에 관심을 갖고 시장 확대에 발맞춰 제도적, 문화적 측면에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대체육의 맛이 기존 육류를 대체할 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입지 확대를 위한 과제로 꼽힌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시식단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체육의 일종인 콩고기가 고기대용으로 부족한 이유로 ‘맛이 없어서(61%)’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밖에 기존 축산업 종사자들과 이익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의 북아메리카 육류협회는 대체육의 하나인 배양육이 기존 육류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단어 배양육(In Vitro Meat) 단어에서 고기 또는 식량을 의미하는 meat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등 견제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규모가 17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육류산업의 종사자들이 대체육 도입에 반발할 경우 업계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정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식습관이 서구화하고 채식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대체육 시장도 갈수록 성장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성장할수록 관련 사안들에 대비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