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음걸이 수에서부터 칼로리 섭취량까지 추적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이제 당신이 직장에서 얼마나 일을 잘하고 있는지까지 추적하려고 한다.   출처= Donaldson Group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애플워치(Apple Watch)와 핏비트(Fitbit)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떠오르면서 우리는 우리 일상의 삶을 무엇이든 해석 가능한 데이터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하루에 몇 걸음이나 걸으며,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소비하며, 렙 수면 주기(REP sleep cycle, 수면 단계 중 꿈을 꾸는 단계)는 어떠하며, 심지어 우리의 심장 건강은 어떤 지 등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의 한 연구팀이 웨어러블 기기가 또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바로 당신이 생산적인 직원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데이터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평가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당신의 고용주가 그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연구진은 그들이 개발한, 피트니스 팔찌, 센서, 맞춤형 앱으로 구성된 모바일 센싱 시스템이 직원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데 그것도 정확도가 80%나 된다고 주장한다.

이 시스템은 직원들이 근무 시간 동안 생성하는 신체적, 감정적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이 데이터를 사용해 시간 경과에 따른 성과 프로파일을 만든다. 더구나 편견이 원천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다. 연구원들은 이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지능적인 기계와의 인간과의 관계를 재정의할 가상 도우미들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연구원들은 언젠가는 이 기술이, 2013년 영화 <허>(Her)의 인공지능 조수 '사만다'처럼, 인간의 업무 수행 능력에 영향을 주는 생산성, 회의 중 스트레스 수준, 생활 습관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다트머스 대학의 앤드류 캠벨 컴퓨터학과 교수는 "자신이 형편 없는 한 주를 보낸 것은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원인을 모를 수 있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후진적인 방법에서 보다 객관적인 측정 방식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법을 알아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 정보를 사용해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나 수면, 또는 당장은 분명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다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 다트머스 대학교의 연구팀이 개발한 피트니스 팔찌의 모바일 센싱 시스템은 직원의 업무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데 그 정확도가 80%나 된다.    출처= Wareable

캠벨 교수는 구글에서 초빙교수로 1년을 지내면서 모바일 센싱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기술 회사 중 하나인 구글에서 여전히 직원들과 그들의 상사가 직접 작성한 주관적 평가서로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마침 그 때 모바일 센싱 데이터를 사용하여 우울증을 예측하는 연구원들의 보고서를 읽은 캠벨 교수는, 만약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나 스마트폰 데이터를 분석해 누군가의 정신 건강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유사한 데이터를 활용해 직원 성과 평가 방식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을 구성하고 1년 동안 기술 회사와 경영 컨설팅 회사의 직원 750명(관리자도 상당 수 포함되었음)으로부터 어떤 ‘수동적 감지 데이터’(passive sensing data)가 포착되는지 집중 조사했다. 이들 대상자들에게 웨어러블 피트니스 추적기를 착용하게 하고 그들의 심장 기능, 수면, 스트레스, 그리고 체중과 칼로리 소모량 등의 측정치를 모니터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그들의 신체 활동, 위치, 전화 사용량, 주변 조명까지 추적했다.

집과 사무실에는 무선 송신 장치를 설치해 참가자들이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측정해 연구원들은 그들의 하루 일과를 시간 단위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측정한 정보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수면의 질, 신체 활동, 전화 사용량 같은 요인을 고려해 성과를 매기는 클라우드 기반 머신 러닝 알고리즘에 의해 처리되었다.

캠벨의 파트너인 다트머스 대학교 터크 경영대학원의 피노 오디아 교수는 연구 결과, 직장에서 보다 세심하고 잘 훈련된 양심적인 사람들이 더 생산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습관이 애초에 그 사람을 양심적으로 만드느냐는 알아내지 못했다면서 그것은 앞으로 알아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연구는 두 가지 다른 작업 스타일, 즉 사무실이나 연구실에서 주로 일하는 그룹과 재택 근무를 하는 그룹을 나누어 진행했지만, 결과는 두 그룹 공히 성과가 높은 사람들이 전화 사용률이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놀랄 만한 사실은 아니다). 또 성과가 높은 사람들은 더 깊고 지속적인(중간에 깨지 않는) 수면을 하며 신체적으로 더 활동적이었다.

이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인터랙티브, 모바일, 웨어러블 및 유비쿼터스 기술에 관한 ACM 의사록(ACM IMWUT)에 발표되었다.

캠벨과 오디아 교수는 자신들이 개발한 평가 기술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으면 근로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이 연구의 미래 버전은 개개인의 직업에 맞게 조정될 수 있고, 회의 중 정신 건강의 변화에 관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회사 업무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제안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내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내 전화기에 담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근로자들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한다.

“‘내가 승진할 자격이 있다거나 내 상사가 내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증거가 여기 있소’라고 말하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요. 동화 속의 수정 구슬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이 수동적 데이터 감지 기술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이 아니라 그들의 힘을 더 높여주는 데 사용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