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협상단이 오는 30~31일 2개월여 만에 중국 상하이에서 다시 만난다.    출처= SCM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보 오사카에서 임시 휴전을 선언한 뒤 처음으로 양국의 협상단이 곧 대면할 예정이다.

고위급 대면 협상으로는 최종 결렬된 지난 5월 10~11일 협상 이후 2달여 만이다. 양국의 만남이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에 이어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일부 완화 움직임에 맞춰 확정된 만큼 양국이 한 걸음씩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역전쟁의 조기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두 정상이 휴전을 선언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도 미중 양국 관계는 그리 편안하지 않았다.

양국이 협상 분위기를 잡아가던 지난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의 진전을 위해 제재 완화를 언급했던 화웨이가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되었고, 바로 그 다음날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를 비난하며 미국 사업장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미국이 이란산 원유 구입 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면서 상황은 더 꼬이기 시작했다. 그 발표 이후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가해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데는 양국 모두 이견이 없다.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사이트에 게재한 보도자료를 통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협상을 위해 30~31일 중국 상하이로 출장을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번 협상에는 많은 이슈가 있다. 상하이에서의 협상 이후 워싱턴D.C.에서 후속 협상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상하이는 중국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라면서 상하이에서 미국과 중국이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던 것처럼 “진전을 이룰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토미 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인들은 무역 협상이 결렬된 지난 5월보다 훨씬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양국이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에 임하는 중국의 태도는 이전 협상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의 협상팀은 여전히 류허 부총리가 이끌고 있지만 ‘강경파 중 강경파’로 꼽히는 중산(鍾山) 중국 상무부 부장이 가세하며 미국의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대표와의 균형을 맞췄다.

왕융 베이징대 교수는 “양국의 합의에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과 도전이 남아 있다”며 “미국과 중국 내에서 두 정상이 이룬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해 이견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현재 부과되고 있는 관세가 전면 철회되고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미중은 무역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 양국 간 이슈가 산적해 있고 중국 협상단에 ‘강경파 중 강경파’로 꼽히는 중산(鍾山) 중국 상무부 부장이 가세하며 협상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출처= 신화망 한국어판 캡처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화웨이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이자 스마트폰 회사인 화훼이는 지난 5월부터 미국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에 구글, 인텔, 퀄컴 등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의 대표들을 만난 조만간 적시에(timely)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화웨이가 북한의 상업용 무선 네트워크 건설과 관리를 은밀하게 지원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는 화웨이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미국 강경파들에게 다시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화웨이가 비밀리에 북한의 휴대전화망 구축을 도왔다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CNN과의 통화에서 "북한에 그런 사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회사의 어떤 제품도 국가 안보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 않음”을 거듭 주장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점에서 ‘수사 보류’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하고 "우리는 WP의 기사에 드러난 정보를 포함해 화웨이에 대한 모든 것을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화웨이와의 거래 재개를 허용해 달라는 신청서를 검토하고 몇 주 내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 거래 플랫폼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많은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 재개를 강력히 원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를 완화한다 해도 패배로 비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행정부 내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옥스포드의 우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내에도 강경파들이 많아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화웨이를 여전히 블랙 리스트 상에 올려 놓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고려도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모야 애널리스트는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정치적 고려를 배제할 수 없다. 누군가는 이번 거래에서 패배자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의 경제적 상황을 보면 미국이 유리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 경제는 역사적으로 최고의 호황 시대를 맞고 있다. 실업률은 49년 만에 최저치에 가깝고, 주식시장도 이보다 더 높을 수 없으며,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경제 성장은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정부는 높은 수준의 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소비는 1년 전보다 더 위축됐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의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진전을 이룰 수도 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수출업체들에게 콩, 면직물, 돼지고기, 수수 등에 대한 수입 요청을 문의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신청했다고 중국 관영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3일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빠른 시기에 이행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농산물 구매는 전반적 협상 내용 중 하나이며 매우 좋은 징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