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이중고를 넘어 삼중고, 사중고를 겪고 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와 달리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정부 규제기관을 비롯해 병원과 환자, 보험사, 대기업 등 너무도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 대표들은 하나같이 국내에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 분야의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헬스케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자 간 의견 대립으로 산업 활성화에 애를 먹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 의료 생태계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등 최신 ICT 기술을 융합한 종합 의료서비스다.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해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의료 서비스 품질과 환자 편의성까지 도모하는 기술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딘 걸음으로 인해 스타트업의 눈총을 사고 있는 한국과 다르게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국가적 전략을 제시하고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아마존,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앞다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근간인 풍부한 데이터는 IT 기업들에 다양한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반대 노선을 걷고 있다. 여전히 산업 안팎으로 산적한 숙제를 안고 갑론을박에 한창이다. 안으로는 데이터의 표준화, 데이터 간 상호 운용성, 데이터의 신뢰성 등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으며, 밖으로는 개인정보, 정보공유, 클라우드 정보 보관, 유전자 정보 등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가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 부처 간 엇박자 행보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지원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노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벤처·창업 생태계 조성과 혁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내놓은 정책 대부분이 보건복지부 업무와 겹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또 의료계와 이해관계가 밀접한 보건복지부는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위해 각종 대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등쌀에 떠밀려 소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뜩이나 이해관계가 복잡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정부 부처마저 따로 놀면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정부 정책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상위 거버넌스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더불어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각자의 이해득실만 따져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향후 급증하는 의료 서비스 수요와 국가 의료비 부담을 막고 의료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중앙부처가 뜻을 모을 때이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중앙부처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