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CJ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재난영화에는 대체로 몇 가지 법칙이 있다. 이를테면 재앙 앞에 나약해지는 사람들, 대개 악(惡)으로 표현되는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생기는 갈등 그리고 주인공의 희생으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구원 받는 결말 등등. 그런 면에서 영화 ‘엑시트’는 일련의 재난영화 법칙에서 약간 벗어나 ‘극한직업’으로 잘 드러난 CJ엔터테인먼트 영화 특유의 쾌활한 오락영화 감성이 더해진 작품으로 보면 좋을 듯하다.

영화 ‘엑시트’는 동네 어린이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로 어수룩한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이 부모님의 칠순 잔치를 치른 날 마주한 대 재난 상황에서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재능을 발산함으로 가족들과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우선 코믹에 특화된 배우 조정석을 주인공으로 선정한 것부터 영화의 분위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끌고 가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실제로 이는 어딘가 모르게 살짝 부족한 주인공 청년 백수 ‘이용남’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성공적 캐스팅이 된 듯하다. 

▲ 출처= CJ엔터테인먼트

재난영화를 표방하는 만큼 영화는 재난이 시작되는 초기부터 끝나기 몇 분 전까지 쉴 새 없는 긴장감을 계속 유지한다. 그 덕에 이 영화에서 배우 조정석이 보여주는 연기의 거의 대부분은 뛰고, 던지고, 구르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리는 액션이다. 순간의 실수가 곧 죽음으로 연결되는 극한의 상황을 마주한 주인공의 눈물겨운 안간힘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손에도 힘이 들어가는 깊은 몰입을 체험하게 된다. 여기에 영화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장면들의 중간 중간에 툭툭 던져지는 배우 조정석 특유의 능청맞은 연기는 작품의 긴박한 호흡을 조절한다.

여기에 이제는 아이돌 그룹과 ‘소녀’의 티를 완전히 벗고 등장한 배우 임윤아가 보여주는 의외의 몰입 연기도 나쁘지 않다. 물론 아이돌 출신 여배우들의 출발이 대부분 그렇듯이 영화 캐릭터의 비중이 확 몰리는 주인공 옆에서 다소 ‘묻어가는’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이의 감정을 잘 표현해 공감을 얻어낸 것은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인 듯하다.

▲ 출처= 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는 기본적으로는 재난 영화를 표방하지만 다른 재난 영화들처럼 절망이나 슬픔으로 멘탈이 무너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생존에 대한 의지로 똘똘 뭉쳐지는 사람들의 마음, 이 세상에 쓸모없는 재주는 없다는 교훈 그리고 끝에는 가족들 간의 사랑 등으로 밝은 면을 보여줌으로 유쾌한 오락 영화 한 편을 본 것과 같은 기분 좋음을 선사한다. 이는 마치 ‘극한직업’, ‘걸캅스(여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등으로 이어지는 CJ엔터식 오락영화 계보를 잇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덧붙여, 영화의 엔딩에 울려퍼지는 가수 이승환의 노래 ‘슈퍼히어로’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정리하면 영화 ‘엑시트’는 슬프거나 복잡하지 않으면서 웃을 수 있고,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재난영화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