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기억’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가진 특별한 기억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동시에,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과도기에 걸쳐있던 1990년대를 경험한 이들이 꼭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법한 기억들과 그 시대에만 느낄 수 있었던 감성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 슬며시 보여준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90년대의 감성에 두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현우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 그리고 여주인공 미주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의 기용은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는 느낌을 준다. 10대에서 시작해 30대에 걸친 인연의 순수하고, 달콤하고, 정열적이면서 애틋한 사랑의 여러 모습들은 두 배우를 통해 상당히 섬세하게 표현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현우는 철없는 고교 시절 ‘어떤 사건’으로 인해 평생 잊지 못할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어느 날 현우는 미주가 일하고 있는 작은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둘의 특별한 인연은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현우가 평생을 감추고자 한 비밀을 미주가 알게 되면서 현우와 미주의 관계는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게 되고, 둘은 서로가 가진 애틋한 기억들을 다시 떠올린다.  

영화는 90년대를 추억하는 이들의 감성을 매우 직설적으로 자극하는 작은 장치들을 마련해뒀다. 이를테면 당시에는 혁신적 운영체계였던 ‘윈도 95’, 인터넷 접속의 관문이자 검색 포털인 ‘천리안’ 그리고 센스 있는 이들의 상징이었던 ‘모토로라 휴대전화’ 등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면 단순히 기억하는 것을 넘어 특별한 추억이 하나씩은 반드시 있는 볼거리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가슴을 울리는 것은 영화에 사용된 90년대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음악들이다. 이 음악들은 주인공들의 감정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작품에 확 몰입하게 만든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이야기의 흐름, 그리고 추억의 장치들은 모두 ‘기억’들을 이야기한다. 현우와 미주가 우연하게 서로를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도, 갈등을 겪는 계기도 모두 기억에서 출발한다. 잊고 살아야 할, 그리고 반드시 간직해야 할 우리의 기억들에 대해 영화는 넌지시 물음을 던진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금의 90년대에 태어났거나 한 지금의 20대 초반이라면, 영화가 강조하는 감성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타깃팅이 아주 확실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정지우 감독은 가수 ‘루시드 폴’과 친분 관계가 있거나 혹은 열렬한 팬인 것 같다. 기자도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감독이 표현한 감성들에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