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시장은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역시 잔인했다.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9거래일만에 하락 반전하는 등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의 유전지대 피폭이라는 이벤트에도 전혀 흔들림없는 소폭 하락세에 그쳤다. 그간의 상승랠리로 조정받고 싶을때에 조정 받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한편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듯 했다. 차마 주가 상승으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0.5% 이내의 하락폭으로 매너는 지켰다.

유럽증시가 오히려 솔직했다. 유럽증시는 사우디 피폭 불안감으로 0.5%이상 하락폭을 기록했다. 국제금값은 다시 상승했다. 미국 국채 금리도 다시 급락했다. 지난주 국채금리의 상승기류를 마감하는 분위기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하락했다. 사우디 피폭이 채권과 금이라는 안전자산 수요에 다시 불을 지폈다. 위험자산으로 돌아가던 투자심리가 다시 안전자산으로 돌아선 원인제공자는 사우디 피폭이다. 하지만 증폭시킨 조력자는 트럼프가 일등공신이다. 

트럼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우디 피폭 사실에 대해 우선 비축유 방출을 신속하게 사인하며 대비책을 서둘렀다. 또한 특유의 멘트도 놓치지 않았다. "장전완료" 라는 발언으로 대이란전쟁을 암시하면서 여운을 남겼다. 언제든지 중동전쟁이 발발할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의 이 두가지 액션으로 시장은 전쟁 가능성과 사우디 피폭이 생각보다 피해가 심각함을 인지했다. 트럼프는 왜 서둘러 비축유 방출을 승인하고 장전완료라는 함부로 담을수 없는 단어를 말해버렸을까. 이란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서였을까. 사우디의 우방으로서의 미국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일까.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연준의 금리인하를 더 겨냥하지 않았을까. 

이날 뉴욕증시의 사우디 피폭이라는 악재을 맞이하는 반응은 지극히 차분했다.  시장은 오는 17~18일 열린 미국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관망세가 지배적이었다. 이날 발표된 뉴욕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9월 2로 8월 4.8에서 가파르게 급락할 정도로 심각했다. 2016년 이래 최저수준이었다. 제조업 위축이라는 악재보다는 연준의 적극적 금리인하엔 호재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전일 발표된 중국의 8월 광공업 생산 지표 부진도 적극적 금리인하엔 나쁘지 않은 재료다. 사우디 피폭에 제조업 위축까지 이런 상황대로 가면 연준은 18일 적극적인 금리인하로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는 기대감이 시장 전체에 깔려있는듯 했다.

트럼프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 특히 자기 표밭에 얼마나 이득이 될 것인가를 계산하며 신이 난듯 비축유 방출에 사인을 하고(사실은 하고 싶지 않지만 국내 유가 상승은 막아야 하니) 장전완료라는 전쟁시사 발언을 날리면서 위기감을 더 키워서 연준을 압박하고, 한편으로 유가 급등 불안감을 증폭 시켜 미국의 에너지 산업의 이익 증폭에 얼마나 기여 할지를 계산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대선 1년을 앞두고 트럼프에게는 더 없이 좋은 호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셈이다. 

미중 실무협상은 FOMC가 끝난 다음날인 19일 열기로 무역대표부가 공식화했고, 이 날자 선별역시 연준을 압박하는 카드인 듯 하다. 이전 무역협상은 연준의 결정이 반트럼프 일 경우 무역협상이 불발되거나 성과없이 끝난 전력이 더 많았다. 사우디 피폭으로 트럼프의 셈법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른다. 최근 한 주 잘나가던 미중 무역협상이 사우디 피폭으로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사우디 피폭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대선 표밭에서 충분히 보상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적극적 금리인하를 해준다면 중국 도움없이도, 아니 중국과 타협하지 않고 강공으로 밀어붙여도 중국을 무찌르고 무역전쟁에서 이길수 있다고 오판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피폭은 트럼프에게는 여러가지 의미로 호재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