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 시행 예고를 한지 3개월도 안돼 서울 재건축 단지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급등세로 돌아서며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분위기가 다시 심상찮다.

지난 23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입법예고가 종료되면서 내달말쯤 시행이 유력하지만, 반대의견 검토와 시행시기와 시행지역 확정을 위한 부처간 조율이 남아있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부처간 혼선 노출과 불투명한 시행이 시장만 자극하며 신규 입주 아파트 가격은 물론 규제의 대상인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최근 폭등세로 돌아섰다.   

26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은 지난 7월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처음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하면서 지난 8월 5일 주간부터 4주연속 하락했지만 9월 첫째 주부터 오름세로 반전, 3주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지난 23일 개정안 입법예고 종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가격들은 9월들어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에는 일주일새에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호가가 일주일새 2억이나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 "조합원 매매가 한달 새 5000만원이 뛰었다"  

 분상제 시행 발표 후 소급 적용에 대해 말이 많이 나왔던 건 서울 시내 재건축 단지들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이하 둔촌주공)는 분상제 발표 시행 예고로 후분양제는 무산됐고, 이주에 대한 추가적인 부담금은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분상제 시행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에 둔촌주공 조합원 시세는 다시 오르고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 둔촌주공 첫 철거 동. 출처 = H 부동산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관련 업계에서는 10월 말 정도에 착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5일 기준 철거도 90% 이상 진행된 상황이다. 재건축 현장 인근에 있는 H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둔촌주공 조합원 매매가는 평수 상관없이 평균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도, 둔촌 주공 조합원 매매 거래는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고 문의도 많이 온다. H 공인중개업소 대표 이씨는 "살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팔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물건이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둔촌주공 조합원 84m2은 14억5천만원에서 15억2천만원에서 15억3천만원까지 나와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중 한 명은 "정부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분상제를 시행한다지만,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는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분상제 시행 발표 후 신축 아파트 시세는 올랐고, 현재 입법 예고가 마무리 되고 시행만 남았지만 조합원 매물 거래는 이어지고 있다. 

◆ 개포 주공 재건축 단지, "일주일 사이에 2억이 올랐다" 

개포주공1단지는 지난달 분상제 시행 예고 발표로 5040세대나 되는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가구 당 1억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했다. 지난달 취재 당시 조합원들은 “결국 일반 분양자들에게 3억씩 뿌리는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한 달이 지나 개포주공 1단지를 포함한 개포주공 재건축 단지의 상황은 조합원 매매가가 신고가를 연일 경신 중이었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개포주공 1단지 50.64m2 매매가는 7월에 19억3000만원에서 22억원 선이었다. 8월에는 19억3000만원에서 21억원을 기록했지만, 9월에 23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개포주공 재건축 단지에 관련해 인근 모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 주공 4단지 조합원 매물은 구하기 어렵다"며 "개포 4단지는 아직 착공 전으로 합법적으로 주택을 10년 보유하고 5년 거주자만 매매가 가능한데, 이들 중에서 매도를 할 사람이 많지가 않다"고 말했다. 개포 주공 4단지는 분상제가 언제 시행될 지 모르니 매도 시기를 살피는 상황이다. 

개포주공 4단지는 완공까지 시간이 걸리고 조합원 명의 변경을 해야 한다. 조합원 명의 변경을 하려면 건물이 있어야 대출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현금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매수자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매도자는 완공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개포주공 4단지 뿐만 아니라 2단지나 3단지도 매물이 귀한 상황이다.  

G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주공 2단지에 대해 "최근 3달 사이에 84m2 매매가 5억 정도가 올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개포주공 2단지 84m2 매매는 3달 전 21억에서 현재 25억~27억원까지 올랐다. 매수호가는 27억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거래가는 25억원에 거래가 나온다. 개포 주공 1단지 기준으로 추가부담금 빼고 84m2으로 매매가 25억원 선이다. G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주일 사이에 2억이 올랐다"고 말했다.    

◆ 분상제 시행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 지는...

함영진 직방 리서치센터장에 따르면, 분상제를 실시하면 가장 타격을 받는 단지는 후분양을 검토했었던 단지들이다. 그 단지들 중에 둔촌 주공이 있다. 함 센터장은 "둔촌 주공 매매가 최근에 다시 오른다는 얘기는 분상제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주택시장에 별로 타격을 주고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요즘 서울 재건축 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에 따르면, 분상제 시행되면 민간택지의 경우 분양가 책정이나 수익률 관련된 사업 추진이 원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에 따르면, 분상제 시행으로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시장이나 단기적으로는 서울의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정비 사업지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그러나 시장이 저금리와 부동자금이 굉장히 많다"며 "투자자들에게 대체 투자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인 강남이나 한강변으로 재유입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분상제 시행이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고분양가로 거래되던 주택이나 불안하던 주택 시세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내 저금리와 부동자금이 많은 상황에서 분상제 하나로 집값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