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회사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댄 프라이스 CEO는 지난 2015년에도 100만 달러(12억원)였던 자신의 연봉을 90% 삭감하고 직원 120명의 연봉을 3년 안에 최저 7만 달러(840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출처= Gravity Payment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4년 전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 자신의 월급을 깎았던 개성 만점의 최고경영자(CEO)가 또 같은 약속을 내 놓았다.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회사 ‘그래비티 페이먼트’(Gravity Payments)의 댄 프라이스 CEO는지난 주, 아이다호주 보이시(Boise)에 새 사무실을 열면서 이곳 모든 직원들의 연봉도 2024년까지 최소 7만 달러까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라이스 CEO는 트위터에 "오늘 아침 우리는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새 사무실 오픈 기념 테이프를 자르면서 이 곳의 모든 직원들이 최소 7만 달러(84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 약속했다. 이 놀라운 팀과 함께 일하게 되고 이들이 우리 지역사회에 가져다주는 가치에 대해 보상할 수 있게 돼 너무나 감사하다"고 썼다.

보이시 사무실은 원래 차지잇프로(ChargeItPro)라는 별개의 회사였지만 그래비티가 3년 전 이 회사를 인수해 자회사가 됐다.

프라이스 CEO는 지난 2015년에도 파격적인 발표를 해 세계를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 연봉 100만 달러(12억원)였던 자신의 연봉을 90% 삭감하고 직원 120명의 연봉을 3년 안에 최저 7만 달러(840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프라이스는 "일반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CEO로서 나의 월급은 터무니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연봉 100만 달러와 수백만 달러의 회사 이익을 포기하는 것은 불합리한 희생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바로 그 증거니까요.”

▲ "오늘 아침 우리는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새 사무실 오픈 기념 테이프를 자르면서 이 곳의 모든 직원들이 최소 7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 약속했다. 이 놀라운 팀과 함께 일하게 되고 이들이 우리 지역사회에 가져다 주는 가치에 대해 보상할 수 있게 돼 너무나 감사하다"    출처= Dan Price 트위터

그의 파격적 발표에 대해 일부에서는 ‘세상의 관심을 받으려는 소영웅주의’라며 폄하하기도 했고,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프라이스는 이 약속을 모두 지켰다. 30여 명의 근로자들이 급여가 두 배로 늘어났고 다른 40여 명의 급여도 대폭 인상됐다.

이후 직원들의 소득이 올라가자 행복도도 높아졌고 이는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직률은 대폭 떨어졌고 회사 근처 시애틀에 집을 구하는 직원들도 생기면서 출퇴근 시간이 짧아졌다. 또한 매출도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프라이스 나름의 소득주도 성장은 성공적으로 평가받았다.

프라이스는 임금 인상이 직원들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직원들은 부족함 없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고, 직원들 중 10% 이상이 처음으로 집을 구입했으며, 기업연금(401k) 납부액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후 프라이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국 각지에서 공유했고 다른 재계 지도자들도 그렇게 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프라이스 CEO의 이런 파격적 조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에 기반한다. 디턴 교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따라 연봉 7만 5000달러가 될 때까지만 행복감이 늘어나고, 그 이후에는 소득이 행복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시애틀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의 평균 연봉은 10만 달러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