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DC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이후 자신들이 가진 IP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호평을 받은 적이 없던 DC가 드디어 영화 <조커>로 일을 냈다. 그것도 DC 특유의 어두움이 가득 담긴 진정한 자신들의 색깔을 제대로 담아냄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일단락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은 화려한 볼거리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으면서 세계 영화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대체로는 ‘밝고 명랑한, 그리고 결말에는 어쨌든 권선징악’의 클리셰가 반복되는 MCU 영화들에게는 “유치하다”라는 수식이 항상 붙었다. 흥행은 대성공이었으나 작품성, 영화가 남기는 묵직한 메시지 측면에서 MCU의 그 어떤 영화도 DC의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비교할 수 있는 작품은 없었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는 DC 세계관 특유의 암울함과 극한의 고뇌를 담아낸 시리즈로 마지막 작품인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이후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고의 히어로 무비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DC는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성공 이후, 자신들의 스타일을 버리고 마블을 어색하게 따라하는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닌 DC유니버스 작품들을 만들어내면서 DC의 골수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과오를 저지른다. 그 대표적인 병크(?)의 예로는 <배트맨 vs 슈퍼맨: 저스티스의 새벽>,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이 있었다. 그런 DC가 지난 십수년간 마블에게 신나게 얻어터지고 나서야 자신들이 가진 슈퍼 히어로 세계관의 IP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면 되는지를 깨달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영화 <조커>다.

▲ 출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커>는 배트맨 코믹스 시리즈 중에서도 작품성 면에서 가장 호평을 받는 <배트맨: 킬링조크>의 내용과 설정을 기본으로 한다. 코믹스에서는 DC 최악의 악당 ‘조커’의 탄생 배경 그리고 주인공 배트맨과 조커의 대립을 그려내지만 영화 <조커>는 그 이름에 맞게 주인공이 조커다. 코믹스에서 드러났던 조커의 광기는 연기파 배우 호아킨 피닉스를 만나 생명력을 얻었고 그야말로 스크린을 찢어놓았다. 영화 <조커>는 코미디언을 꿈꾸던 청년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사이코패스 악당 조커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매우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번 작품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후에 조커가 되는 주인공 아서의 흑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는 하지만 그의 행동에 관객들의 감정을 동요시켜 정당성을 부여하는 식으로 편을 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중간 중간에 드러나는 아서의 정신상태에서 잘 드러난다. 두 번째 특징은 슈퍼히어로 세계관 속 IP를 활용했지만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의 클리셰에서는 완전히 벗어나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조커>는 사회의 불안정성이 집단의 광기를 만났을 때 그 군중에 속한 개개인이 어떻게 점점 파괴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세 번째 특징은 바로 DC유니버스와의 연결성이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는 기존 DC유니버스와 전혀 관계없는 완전히 별개로 진행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고자 한다면, 충분히 배트맨 등 조커를 둘러싼 DC 캐릭터들과 연결을 지을 수 있는 몇 가지의 단서들이 등장한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이전에 배트맨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서 조커와 배트맨의 악연이 시작되는 '그 이야기'가 약간 관달라진 관점으로 표현된다.   

마침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매력적인 뱀파이어 연기를 보여준 배우 로버트 패틴슨을 배트맨으로 캐스팅한 영화 <더 배트맨>이 곧 만들어진다고 하니, 아마 그를 알고 있는 DC의 팬이 접하는 <조커>의 의미는 남다르게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조커>는 광기어린 악당의 탄생 그리고 그를 둘러싼 배경으로 사회에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전형적인 DC스타일 다크 히어로 영화다. 드디어 DC가 제정신을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