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시장은 늘 현명하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장중 한때 다우지수와 나스닥 등 2% 가까이 급등세를 연출했지만 장 막판 상승폭이 큰 폭 축소하며 1%초반대 상승마감했다. 주가지수가 장마감 꼬리를 내리는 이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트럼프 대통령은 류허 부총리와의 백악관 면담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1단계 무역협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밝히며 3주내에 공식 합의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산물 400억~500억달러 수출에 15일 추가관세 인상 보류 '합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 지식재산권 문제와 금융서비스 문제 등이 포함됐고, 환율문제도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술 강제이전문제 등도 논의했고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이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언급은 없었다.

확실하게 합의를 밝힌 부문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400억~500억 달러 규모로 사들이기로 했다며 분명히 액수까지 밝힌 점이다. 농산물 외에는 확정된 바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농산물 챙기기와 통산시스템 개선의 핵심 쟁점 논의 지속을 전제로 15일 예정됐던 중국산 제품 2500억달러 어치의 관세를 25%에서 30% 인상 조치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하고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회담전부터 중국이 농산물 수입 확대 제안과 위안화 절하 방지를 위한 환율 협정에 동의를 하고 금융시장 개방에 합의한다면 오는 15일 관세 인상 시행과 12월15일 1600억달러 15% 추가관세를 중단하고 화웨이의 거래제한에 대해 부분적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내용 역시 이번 회담 결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안보와 상관없는 화웨이의 민간 거래에 대한 승인 내용이 아예 빠진 것과 관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은 화웨이 문제는 별도의 사안이라는 언급뿐이었다.

스몰딜 아닌 미니딜, 절박한 상황 전환 타결 의지는 읽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단계 무역협정 합의에 대해 스몰딜이 아니라 미니딜이었지만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양측의 합의가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다는 불신은 그대로 남겨두며 장을 마감했다.

중국측이 기대했던 이번 '워싱턴 보따리'는 예상밖 성과로 향후에 어떻게 양국 협상이 전개될지 의문을 남겼다. 당초 중국측은 최소 3가지는 얻어갈 것으로 준비를 한 듯하다. 중국은 15일 관세인상 유보, 12월 15일 추가관세 중단, 그리고 화웨이 거래제한 해제 등 이 세가지 쟁취를 위해 위안화 절하 방지를 위한 환율 협정마저도 양보할 만큼 경제상황이 절박했다는 의미다.

중국이 환율협정에 선뜻 동의를 내비춘 이유는 위안하 절하로 미국 관세인상분을 상쇄시키는 것이 부작용이 극심해 한계에 다다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국입장에서는 환율조작국으로 추가 관세를 맞느니 환율협정으로 조작국도 벗어나고, 이 세가지 모두를 얻는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지만 '15일 관세인상 유예'만 얻었을 뿐 당초 중국측의 예상 성과에는 지극히 초라한 모습이다.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탄핵위기에 몰린 트럼프 입장에서는 농산물이라도 챙기면서 협상 결렬이라는 파국보다는 협상 계속이라는 분위기로 그 다음 실익을 챙기기 위한 시간 벌기에는 성공했지만 지난 15개월간 줄기차게 강조했던 통상시스템 개선과 지재권 보호 등은 한가지도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트럼프로서는 대두 3000만톤 등 500억달러의 농산물 수출 주문으로 농촌 유권자들의 그동안의 불만을 해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절박한 해결의지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만큼 양측 모두 무역전쟁을 더이상 끌고 갈수 없다는 점에는 이해를 합치시켰다고 해석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막판 상승폭 축소는 여러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아직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섣불리 핑크빛 전망을 하기에는 갈길이 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