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우리나라 여성들이 오랜 기간 동안 이 사회에서 받아온 여러 차별들을 이야기함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도서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와는 별개로 원작에 대한 평가는 매우 극단적으로 나뉜다. 주인공 ‘김지영’이 30여 년 간 겪어 온 사건들로 대표되는 여성에 대한 이 사회의 차별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극단주의적 페미니즘 진영의 ‘바이블’이 돼 젠더 갈등이라는 사회의 또 다른 균열을 일으킨 촉매제가 됐다는 혹평이 있었다. 이런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로도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자신의 내면에 있던 ‘어떤 아픔들’로 인해 마음의 병에 걸리게 된 경력단절 육아맘 ‘지영(정유미)’과 그녀의 사연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주변의 시선들을 담아냈다. 이전 세대에서 쭉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그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굳어져 버린 여성에 대한 이 사회의 고정관념과 삐딱한 시선은 주인공 지영의 마음을 망가뜨렸다. 지영이 겪은 많은 일들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의 이야기였고, 딸의 이야기였고, 사랑하는 연인의 이야기가 되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제시되는 극중 몇몇 상황들은 아주 극단적으로 과장된 성격이 드러나 남성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 상황들마저도 누군가는 한없이 공감할 정도로 이 사회의 여성차별은 위험한 수준에 있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작품의 메시지를 고려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과장된 상황으로 젠더갈등을 조장한다는 등 작품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평가는 어디까지나 보는 이의 관점에 달렸다. 

영화는 남성들을 ‘악’으로 매도하지는 않는다. 지영의 상처들에 공감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는 지영의 남편 대현(공유)과 딸의 아픔을 인지함으로 지난날들을 반성하는 지영의 아버지 등을 통해 남성과 여성은 서로가 가진 아픔을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수많은 상처를 지닌 주인공 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의 열연은 보는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가슴이 미어지는 절절한 사연을 가진’ 여주인공 연기로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정유미를 따라갈 수 있는 연기자가 드물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최고의 캐스팅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전하는 메시지는 여성과 남성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설정하고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아닌 듯하다. 기자가 이해한 영화의 메시지는 성별을 떠나 남성과 여성은 모두 귀한 인격체이며, 서로가 무심결에 주고받은 상처들에 대해 사랑과 배려의 관점으로 ‘함께 터놓고 이야기해보자’는 것이었다. 

조금은 뻔하지만 결국은, 사랑과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