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재테크를 시작해볼까 싶어 ○○전자 한 주를 샀다. 한 이틀 갖고 있으니 1000원이 올랐다. 어라? 다음 날 조금 무리해서 20주를 샀다. 주당 3000원이 떨어졌다. 속된 말로 물린 것이다. 그때부터 전전긍긍은 시작된다. 회사에 앉아있어도 수시로 주가를 확인하느라 바쁘다. 더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오르면 오른 대로 고민은 깊어진다. 어느 평범한 직장인의 첫 투자 이야기다. 

누구나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시작한다. 처음부터 손대는 족족 오르는 행운을 가진 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재미삼아, 혹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소액투자에 온 정신을 뺏긴다. 그리곤 머지않아 생각한다. “투자는 정말 어렵구나”

모바일 투자일임 서비스 ‘핀트’의 정인영 대표는 “투자는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내 삶을 꾸려나갈지에 대한 ‘고민’ 자체”라고 말한다. 자산을 관리하는 일련의 활동은 부자가 되기 위한 목적을 위함이 아니라 긴 삶을 어떻게 ‘나’로 채워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이다. 

▲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로보어드바이저라는 단어 싫어”… 핵심은 로봇 아닌 간편함

올해 4월 출시된 모바일 투자일임서비스 핀트는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소위 있어 보이는 단어로 소개되곤 한다. 막상 정인영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라는 단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입을 뗐다. 

로보어드바이저라는 단어는 초점이 로봇에 맞춰져 있지만 실상 핵심은 ‘간편함’에 있다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er)의 합성어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산 운용 인공지능 혹은 그런 서비스를 뜻한다. 정 대표는 “최근 핀테크(테크핀)업체들이 성장한 이유도 간편함이 주된 이유”라면서 “다만, 투자는 절차적 편의 측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허들도 있기 때문에 그 심리적인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핀트는 ETF를 중심으로 미국주식, 미국섹터주식, 선진국 주식, 신흥국 주식, 원자재 등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한다. 핀트의 인공지능인 아이작(Issac)이 주요 이슈나 증시의 흐름을 비롯한 투자환경과 자본금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개인별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짜주는 식이다. 10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0개의 아이작과 1000개의 포트폴리오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게 기본 값이다. 다른 플랫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커스터마이징은 투자가 생소한 초보자들에게 재미를 붙이는 마치 게임 같은 요소다. 

정 대표는 “만약 전 세계의 투자인구가 10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핀트 고객이 항상 3~40등 수준에서 수익률을 보도록 유지시켜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커스터마이징을 해서 더 좋은 수익률을 보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1~30등에 들 수 있는 사람은 전체와 비교해 소수일 수밖에 없다”면서 너무 잦은 포트폴리오 수정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출처=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결국 로직(Logic) 짜는 건 인간…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

인공지능은 머신러닝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더 똑똑해진다는 통념이 있다. ‘아이작’도 마찬가지로 학습을 하면 더 나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것인지 묻자 정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고양이를 인식할 줄 알게 된 인공지능은 더 똑똑하게 고양이를 인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학습과정이 끝난 인공지능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 더 이상 학습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학습을 해서 똑똑해진다는 개념보다는 AI를 개발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라면서 “예전에는 수익률이 가장 잘 나올 포트폴리오를 만들라는 문제를 냈다면, 지금은 수익률이 3~40등에서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요구하는 등 문제를 세분화 한다”고 답했다. 

인공지능이 똑똑하다는 생각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인공지능은 한 번 학습이 되면 다음에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치가 개입되는 문제에서도 한 번 입력된 논리로 똑같이 대응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트롤리 딜레마 상황에서 로직을 입력하는 사람이 가장 적은 수의 사람이 희생되는 경우를 선택한다면 다음에 처할 딜레마 상황에서도 인공지능은 그 결정을 따르게 된다.

개발자의 가치관이 많이 투영되는 셈이다. 정 대표는 “결국 개발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핀트 공식 홈페이지의 메인 이미지. 출처=핀트(Fint)

◆유래없이 젊음을 유지하는 사회… “투자는 요행아닌 일상”

핀트의 공식홈페이지를 보면 ‘투자 서비스’ 맞나 싶은 이미지들이 줄줄이 나온다. 서핑하는 사람이라든지 자전거 타는 사람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인영 대표의 철학이 여기에 녹아있다. 투자는 부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를 고민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평범한 투자자의 이야기처럼 보통 단순히 ‘돈 좀 벌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투자를 처음 시작한다. 부자가 되려는 마음은 앞서고 전문 투자자들에 비해 정보나 쏟을 수 있는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조금만 오르거나 내려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개인 투자자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자주 팔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대표가 말하는 핀트는 그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어주는 서비스다. 투자는 '한 탕'이 아니라 일상처럼 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대표는 “결국 자기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것이 긴 삶을 꾸려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은 유래없이 젊음을 유지하는 사회"라면서 "수명이 이전보다 훨씬 길어진 삶을 잘 유지하는 방법은 젊을 때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구매한 상품이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는 시간이 1시간에 3분씩이라고 따져도 하루에 30분이 넘게 된다. 정 대표는 "그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그게 인생의 마지막 20년을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길고 긴 삶을 어떻게 ‘나’로써 채워나갈지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