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회사채 투자심리가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위축되고 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의 금리인하 기조에도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물량도 줄어든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수요예측을 앞둔 회사채 발행 물량은 단 한건도 없었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마친 메리츠화재는 후순위채 2500억원을 3.3%에 발행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300억원 회사채 모집에서 62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와 기존보다 300억원 증액 발행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회사채 발행 전액을 은행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지출할 예정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와 금리 인하기조에 따라 투자수요가 증가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특히 올해 7월 AA이상 회사채 발행규모가 4조900억원을 기록했고, BBB이하 회사채도 5450억원에 달할 정도로 물량이 넘쳐났다. 올해 7월까지 A등급 이상 우량채 발행 물량은 △GS건설(2000억원) △현대건설기계(1000억원) △LG유플러스(9900억원) △포스코인터네셔널(2000억원) △롯데지주(5000억원) △포스코(5000억원) △우리금융지주(5000억원) △SK텔레콤(4000억원) △현대제철(4000억원) 등이다. 이들 기업은 투자자 수요가 몰려 3년물 회사채를 모두 1%대에 발행 성공했다. 반면 같은 기간 BBB등급 이하 회사채 물량은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벌어졌다.

대한항공(BBB+)의 경우 올 하반기에 7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모두 수요가 미달했다. 지난 7월 대한항공은 25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750억원의 사전청약이 발생해 발행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미매각 물량을 모두 떠안았다.

또한 지난달에도 대한항공은 수요미달을 우려해 고정금리 카드를 꺼내 2년물 3.3%, 3년물 3.7%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지만 1700억원 모집에 대한 수요예측에서 570억원의 청약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특히 시장금리가 점차 상승해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미매각 규모가 더 커졌다.

▲ 출처=금융감독원

채권시장은 9월부터 급격하게 냉각세로 전환해 발행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9월 공모를 통한 회사채 발행규모는 13조1571억원으로 전월 14조467억원으로 한달간 8896억원 (6.3%)감소했다. 같은 기간 금융채 발행규모도 8월 11조4179억원 대비 2조4329억원(21.3%) 줄어든 8조9550억원을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올해 7월과 10월 두차례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MBS물량 등 대규모 채권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측돼 통화 완화정책 의도와 반대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금리가 상승해 회사채 시장도 영향을 받고있다.

금융업계는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올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기관투자자인 보험사가 올 상반기 이미 유휴 자산운용자금을 소진한 이유에서다. 국내 채권시장 투자자 중 보험사 비중이 29.6%로 가장 높고 그 뒤로 은행(21.9%), 기금(18.5%), 투신(11.1%), 외국인(8.5%) 순이다. 금융업계는 2020년 적자국채 발행규모가 60조2000억원으로 지난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시장금리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 약화와 적자국채 발행확대로 적정금리 이상의 금리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