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광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은퇴설계를 미리 세워놓지 않으면, 초고령사회에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다.” 류재광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상을 분석하고 내린 진단이다.

일본은 이미 13년 전부터 전체 인구의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각종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고령사회인 우리나라 역시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으로, 고령화 문제에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14년 동안 거주했던 류 연구원은 고령사회‧은퇴설계 전문가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미래에셋자산운용 일본비즈니스 등을 거쳐 현재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에서 고령사회‧은퇴설계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류 연구원을 만나 초고령화사회를 대비한 올바른 은퇴준비 방법을 들어봤다.

◇ 초고령사회 일본 사례 참고해야

▲ 류재광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류 연구원은 초고령사회인 일본을 참고해 고령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류 연구원은 “한국은 일본과 고령화 단계가 다르다. 그렇기에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당장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뒤, 일본에서 일어나는 문제점들이 우리나라에도 하나씩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에 더욱 취약한 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 1등으로 알려졌다. 현재 7080 노인들은 당시 연금제도도 미비했고, 자산 역시 거의 자녀교육 등에 쓰다 보니 대부분 노후 준비를 못했다. 국민연금 수령액도 월평균 50만원이 안 된다. 일본은 몇 십년 전부터 공적 연금제도를 도입했고, 평균 연금도 200만원 가량이다. 전체 금융 자산의 60%를 60대 이상이 차지한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시니어보다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일본에선 중산층으로 잘 살던 부류도 나이가 들면서 저소득층‧극빈곤층으로 전락하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류 연구원은 설명했다. 

류 연구원은 “집안 문제없이 대기업에 잘 다니던 사람들도 은퇴 후 노화가 진행되고 규칙적인 생활이 깨지다 보니 질병에 걸리면서 의료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게 된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다보니 60세부터 80세까지 20년 동안 입원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남편이 사망하면 그 배우자는 월세를 지불하며 유족연금으로 겨우겨우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도 잘 안되고 결혼도 늦게 해 칩거‧은둔생활을 하는 이들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특히 90년대에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했는데, 이들이 현재 40대가 됐다. 즉, 부모들이 자녀들을 은퇴이후까지도 돌봐야 하는 상황으로, 더욱 힘든 삶을 살게 되는 케이스다. 또 황혼 이혼도 늘고 있다. 황혼이혼을 하면 재산과 연금을 나누게 되는데, 특히 남자들의 경우 집안일도 잘 못하는 상태에서 평소처럼 외식을 하고 월세를 내며 살다보니 나중엔 길거리에 나앉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실버타운이 많이 발달돼있다. 건강할 때 들어갔다가 거동이 불편해지면 그 곳에서 간병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15~20년 있다가 하직할 줄 알았는데, 오래 살다보니 예상 지출비가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자신은 물론 자녀들까지 힘든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봤을 때 우리나라도 미리 은퇴설계를 세워놓지 않으면 중산층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 라이프스타일 먼저 세워야…상황에 맞는 보험가입

그렇다면 은퇴설계를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류 연구원은 재무적인 부분에 앞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라이프스타일부터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연구원은 “은퇴설계라고 하면 먼저 돈 얘기를 먼저 꺼내게 된다. 하지만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취할 것인지가 우선이다. 옛날 어르신들은 먹고 사는 일에 급급했지만, 요즘 5060세대는 자아실현 등 의미 있는 삶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령 시골에서 살 것인지, 해외에서 살 것인지, 일을 하며 살 것인지, 누구랑 살 것인지, 뭐하며 지낼 것인지 등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이에 맞춘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돈만 있다고 해결 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 류재광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그는 은퇴설계에 특화된 보험 상품은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상황에 맞춘 여러 상품을 조합해서 가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류 연구원은 “생애주기별로 살펴보면 △2030세대는 실비보험, 연금저축, 종신보험, 어린이보험 △4050세대는 암‧상해‧CI‧간병보험 △60대 이상은 고령자전용‧유병자보험 등을 추천한다. 하지만 은퇴설계에 대한 특화상품이라기 보단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가입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유전적으로 암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면 암보험에 집중해야 하고, 독신으로 산다면 간병보험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60세가 넘어서는 안정적인 소득을 위한 인컴형 펀드 등에 투자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고령화에 따라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종신보험보다는 생존보험, 헬스케어 등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맞춤형 보험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류 연구원은 “종신보험에 가입한 부모가 100세에 사망한다고 치면 그 자녀는 70세쯤 보험금을 받게 되는 것인데, 그 때 이 돈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젠 아프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발상이 아니다. 빅데이터‧AI등을 활용해 건강관리까지 가능한 보험사와 소비자들이 윈윈하는 상품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도 금융상품 공부해야

류 연구원은 금융상품, 특히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완전판매는 우선 판매자의 문제가 크지만, 고객들도 관련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험의 경우 상품 기본 컨셉이라도 이해를 해야 잘못된 가입을 피할 수 있다. 향후 보험 상품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 지식 역시 그만큼 쌓아야 상품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류 연구원은 “고령사회가 진행됐을 때 사회적으로 어떤 이슈가 있을지, 개인의 삶은 어떻게 변할지, 이럴 때 보험의 역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등에 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