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요즘은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는 세상이다. 그야말로 10년 전에 찍은 영화나 시트콤이 다시 하루 만에 화제가 돼 대박을 치는 현실이다. 유통업계에는 이러한 ‘밈(Meme)’ 효과가 온통 광고와 마케팅을 장악하고 있다. 업계는 밀레니얼 세대를 완벽하게 취향저격한 이러한 트렌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밈'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행동이나 말 등을 모방해 만든 사진이나 영상을 말한다. 단어로 이해하기 어렵다면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광고를 보면 바로 이해가 가능하다. 올해 밈을 활용해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광고는 버커킹의 ‘사딸라’ 광고다. 올 초 공개한 버거킹의 ‘사딸라’ 광고는 4900원에 판매되는 버거킹의 올데이킹 프로모션을 홍보에 배우 김영철이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했던 김두한의 대사인 ‘사딸라’를 패러디했다.

▲ 버거킹 올데이킹 프로모션 홍보 영상. 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광고의 내용은 김영철이 버거킹 매장에 들어가 직원에게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며 시작한다. 직원이 가격 안내를 하는 순간 김영철은 야인시대 속 명대사인 “사딸라(4달러)”라고 말한다. “사딸라”를 외치는 김영철로 인해 직원은 4900원에 가격 합의를 보고, 드라마 속 대사인 “오케이, 땡큐”를 외치고 악수를 하며 협상을 마무리한다. 이 장면 역시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이 미군과 협상하는 장면을 패러디한 내용이다.

▲ 버거킹 올데이킹 프로모션 홍보 영상. 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사딸라’ 유행은 이미 예전부터 SNS와 온라인에서 짤방으로 ‘김두한식 극딜협상’으로 많이 사용됐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만 사용되던 짤이 진짜 광고로 나오자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버거킹은 이러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14일 유튜브에 새로운 광고 영상을 올렸다. 이번에는 영화 ‘타짜’의 조연으로 출연한 ‘곽철용’을 연기한 배우 김응수가 출연했다.

영상 속에서 그는 버거킹 매장의 계산대 앞에서 진중한 얼굴로 한참을 고민하다 “묻고 더블로 가!”를 외친다. 곽철용이라는 인물은 무려 13년 전 영화에 나온 인물이다. 그것도 주인공도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 인물이 메인 광고의 모델이 됐다. “묻고 더블로 가!”라는 대사는 긴 시간이 흐른 뒤 갑자기 뜬금없이 유행이 된 대사다. 올해 개봉한 타짜 시리즈 3편인 ‘타짜:원 아이드 잭’이 개봉하자 1편의 곽철용 캐릭터가 재조명을 받은 것이다.

▲ 버거킹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김응수. 출처=버거킹

버거킹의 마케팅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사딸라 광고에 이어 해당 광고의 유튜브 조회 수는 현재 680만을 돌파했다. 이전 편 사딸라 광고의 조회수는 약 400만 정도였다. 대중들은 반응도 신선했다. 영상의 댓글에는 “광고를 들으려고 클릭해서 들어온 적은 첨이네”, “장난삼아 얘기했던게 실제로 이어지네” 등 좋은 반응이 쏟아졌다.

영화가 아닌 시트콤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이 다시 광고에 등장하기도 한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은 지난 추석 시즌 ‘문희는 정관장이 좋은뎅~’ 캠페인을 공개했다. 이광고는 13년 전 큰 인기를 얻었던 시트콤 ‘거침없이하이킥’의 애교문희편에 나왔던 장면을 패러디했다. 광고의 내용은 정관장 콜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김동현 선수가 추석 선물 관련 소비자 문의를 받는 중 나문희가 등장해 ‘문희는 정관장이 좋은뎅’을 계속 언급하는 장면을 담았다. ‘문의’라는 단어가 언급될 때 마다 나문희가 등장해 ‘문희는 정관장이 좋은뎅~’이라는 애교스러운 멘트와 함께 등장하는 내용이다.

현재 이 광고도 유튜브 조회 수는 500만뷰를 돌파했으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대중들의 반응은 “광고 기획자가 누군지 정말 궁금하다”, “나문희 여사님 보자마자 광고를 눌렀다. 직접 광고를 눌러서 볼 줄이야” 등 명절마다 나올 시즌성 광고도 기대 중이다.

▲ 지난 추석때 공개된 정관장 광고. 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한철 인기, 그래도 괜찮다!
지금도 수많은 유행이 한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다. 그 중에서 요즘 가장 대세인 모델들을 살펴보면 유명한 배우나 아이돌 톱스타가 아니다. 오히려 시니어 스타들이 대세다. 이러한 모델 활용은 중장년층에게도 친근감을 주고 젊은 층에는 신선함을 주는 효과가 있다. 이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를 콘텐츠에 녹이기 위해서는 그 인기가 사그라지기 전에 활용해야 한다.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유행을 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유행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는 빠르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공감대를 잘 건드리고 소비자의 심리만 읽어도 그 파급효과는 말로 할 수 없다. 소비자가 직접 2차 가공을 통해 재생산해 나가는 일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개인 계정의 SNS만 퍼가도 그 파급력은 한층 높아진다.

다만, 너무 한 쪽으로만 통하는 소비층에 제한될 수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도 SNS나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같은 세대여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트렌드의 주기가 워낙 빨라서 홍보에 활용해도 그 시기를 놓치면 예상했던 반응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유행을 활용하고 반짝 스타를 기용하는 의도는 어느 정도 이슈몰이만 해도 괜찮다는 시각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모델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유머 코드가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너무 알맞지 않은 제품에 광고를 너도나도 끼워넣으면 소비자들도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