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최근 일부 유통업체의 홍보 영상에 비교적 오랜 기간 등장하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잠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영상 화면에서 사라지는 광고모델도 있다. 각 업체들이 광고모델을 이용하는 전략의 배경과 효과에 시장 관심이 모이고 있다.

24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와 제일기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광고 시장 규모는 올해 11조9400억원으로 추산됐다.

4년 전인 2015년 10조 7270억원 대비 11.3%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늘어남에 따라 온라인 광고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광고 컨텐츠를 소비하는 양상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사업자들 사이에선 과거부터 변함없이 호응을 얻는 광고 전략이 있다. 유명 방송인을 활용한 ‘셀럽 광고’다. 셀럽은 유명 방송인을 의미하는 영단어 ‘셀러브리티(celebrity)’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셀럽 광고가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는 이유를 광고 모델이 가지고 있는 유명세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정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2015년 학술 논문 ‘유명인 광고모델의 카리스마가 소비자의 광고 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유명인의 매력도(카리스마)가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비자가 유명인인 광고모델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구매 의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유명인들을 수 년 간 전속모델로 기용하거나 반대로 짧은 기간 투입하는 전략을 동시에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배우 전지현씨가 bhc치킨의 신제품 블랙올리브 치킨의 광고 영상에 출연한 모습. 출처= bhc치킨

한 예로 bhc치킨의 경우 2014년 주력 메뉴 가운데 하나인 뿌링클 치킨을 홍보할 모델로 배우 전지현씨를 발탁한 뒤 5년 가량 기간이 지난 현재까지 전속모델로 기용한 상황이다. 반면 2017년 출시했던 치킨 메뉴 ‘갈비레오’를 홍보하기 위해 개그맨 정성호씨와 배우 정상훈씨 등 2명은 작년 광고 기간 동안만 출연시켰다.

도미노피자도 배우 박서준씨를 작년 5월 광고 모델로 발탁한 뒤 현재까지 광고에 등장시키는 반면 올해 9월 모델로 뽑았던 방송인 허재씨를 2개월여 뒤인 이달에는 배우 서권순씨로 교체했다.

한 유명인이 오랜 기간 특정 기업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경우와 1년 이내 짧은 기간에만 광고에 등장하는 사례의 차이는 뭘까. 사업자들이 기간별 광고 효과가 다른 점을 고려해 여러 전략을 동시에 구사한다는 것이 광고업계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장기 전속 모델은 해당 기업이나 브랜드의 ‘얼굴’ 역할을 맡는다. 기업이나 블랜드가 시장에 드러내고자 하는 정체성을 전속 모델의 이미지에 투영시켜 콘텐츠에 담는다.

2012년 제너시스비비큐에서 분리 설립된 bhc치킨은 2014년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향상시키고 다양한 연령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전씨를 모델로 발탁했다. 영화, 드라마 등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남녀노소 시청자들로부터 호감을 얻고 있는 전씨는 bhc 실적이 상승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실제 bhc치킨의 매출액은 전씨를 처음 모델로 선정한 2014년 1088억원에서 작년 2376억원으로 4년 만에 118.4%나 상승했다.

▲ 도미노피자의 전속모델 배우 박서준씨(왼쪽)와 단발성 모델 배우 서권순씨. 출처= 도미노피자

전속모델에 비해 짧은 기간 활동하는 모델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짧은 기간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새로 판매되는 상품·서비스의 특성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갖추거나, 출시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컨텐츠를 활용하기에 적합한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22일 ‘오비라거’ 신제품의 홍보 모델로 배우 김응수씨와 가수 박준형씨를 선택했다. 김응수씨는 13년 전 출연한 영화 ‘타짜’에서 읊은 특정 대사가 다시 화제를 일으키면서 광고업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가수그룹 GOD 출신 박준형씨도 예능 방송에서 구식 감성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냉동 인간’을 컨셉트로 인기를 모아왔다. 박준형씨는 앞서 1996년 OB라거 초기 제품이 출시될 당시 홍보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비맥주가 기존 제품을 이번에 리뉴얼 출시한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셀럽 홍보 전략은 유명인에 대한 호감이 브랜드 평가로 활발히 전이되는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펼치기에 유효한 방안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러 사업자가 홍보 대상의 출시 기간에 맞물려 소비자 인기를 끄는 모델을 동시다발적으로 발탁할 경우 일부 사업자의 광고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국광고학회에 게재된 논문 ‘유명 광고모델의 겹치기 광고출연 효과 : 모델과 제품의 부합도가 광고태도, 브랜드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유명인이 여러 기업의 광고물에 같은 기간 출연할 경우 유명인 이미지에 비교적 덜 부합하는 홍보 대상의 광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사업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광고 모델을 선정하더라도 각기 다른 상품마다 유명인과의 ‘부합성’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린 결론이다.

황인석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장 효과가 큰 셀럽 광고 전략은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한 유명인을 일정기간 전속 출연시키되 적당한 간격을 두고 다른 모델로 교체하는 것”이라며 “반복 출연에 따른 호감도 상승 현상과 함께 모델에 대한 소비자의 싫증, 지루함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