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글로벌 ICT 권력의 중심, 실리콘밸리의 천재로 잘 알려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CEO에서 물러난다. 두 사람은 알파벳의 이사회 일원으로 남아 경영에 관여할 전망이지만, 사실상 ‘용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에릭 슈미트에 이어 페이지와 브린 “역사가 되다”

페이지와 브린은 1995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처음 검색엔진을 만든 후 1998년 포털 사이트 구글을 창업해 세계 최대 ICT 기업을 일궈냈다. 이어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된 후 페이지는 CEO로, 브린은 사장으로 활동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알파벳이 잘 정립되고 구글 등 다른 자회사들이 독립적인 회사로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 관리구조를 단순화할 시점”이라면서 “매일 잔소리하는 부모가 아니라 조용히 충고하고 보듬어주는 부모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17년 에릭 슈미트 전 알파벳 회장이 퇴임한 후 구글의 공동창업자 두 명도 구글을 떠나자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4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알파벳을 떠난다고 선언하자 그 충격은 배가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슈미트 전 회장과 페이지 및 브린의 ‘황금시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황금시대의 시작은 특별하지 않았다. 페이지와 브린이 야심차게 구글을 창업했으나 초반 자금조달 및 조직관리 측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이 때 슈미트 전 회장이 등판했다. 슈미트 전 회장은 미국 프리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버클리 대학교에서 공학 박사를 받은 후 선마이크로시스템의 CTO, 노벨 CEO를 거친 전문 경영인의 역량을 살려 구글을 빠르게 안정화시켰고, 여기에 페이지와 브린이라는 두 천재의 천재성이 위력을 발휘하며 현재의 구글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이유로 슈미트 전 회장이 2017년 물러난 후 페이지와 브린까지 용퇴를 선언하자 일각에서는 구글은 물론 알파벳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마존의 온라인 광고 영향력이 커지며 매출 측면에서 위협을 받기 시작한데다 유럽연합의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되는 등 구글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떠나는 페이지와 브린에게는 ‘최종병기’가 있다.

알파벳의 차르가 되다...선다 피차이

페이지와 브린이 알파벳을 떠난 후 후임 CEO는 구글의 CEO인 선다 피차이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산업의 혁명적 변화가 찾아오며, 차세대 주자인 선다 피차이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알파벳 CEO에 오르는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인도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 영국계 다국적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 직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풍족한 유년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으며, 인도의 명문인 인도공과대학에 입학하며 개발자의 꿈을 키워왔다. 그가 최근 강해지고 있는 인도'발' 실리콘밸리 혁신을 대표하는 이유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 스탠포드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다음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이어 컨설팅회사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를 거쳐 2004년 구글 크롬 브라우저팀에 합류한다.

그는 2014년 10월 페이지와 브린이 구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고, 2015년 구글의 CEO로 등극했다. 이어 지금까지 글로벌 ICT 업계의 최강자인 구글을 이끌며 성공적인 경영본능을 발휘하는 중이다. 이런 그가 알파벳의 CEO로 등극하며, 전체 조직의 유기적인 화학반응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슈미트 전 회장에 이어 페이지와 브린 공동창업주까지 역사속으로 물러나자 ‘새로운 구글’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공동창업주의 결단과 급변하는 ICT 환경, 그에 걸맞는 차세대 CEO의 등장으로 구글의 미래 행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페이지와 브린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알파벳을 떠나는 장면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당분간 알파벳과의 인연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인사에게 과감하게 CEO를 맡겨 조직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결단을 보여줬다. 여기에 그들의 용퇴가 ICT 업계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