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언젠가 일본 드라마의 주인공이 식재료 하나하나 정성스레 냄비에 담고 자글자글 끓이는 ‘스키야키’를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재료를 한번에 넣지 않고 육수를 끓여가며 천천히 식재료 숨결을 느끼고 맛볼 수 있는 요리로 기억한다.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2019년 겨울에 ‘스키야키’를 찾아갔다.

▲ '일다' 외관.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1. 음식종류 

스키야키(鋤焼, すきやき)와 수제카레, 과폭육 전문점 

* 스키야키는 얇게 썬 쇠고기에 파와 양파, 표고버섯과 청경채, 두부, 곤약 등의 재료를 넣어 끓여 먹는 ‘일본식 불고기’를 의미한다. 

▲ '일다'의 스키야키 한 상.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2. 위치/주소/영업시간/가격 

▲ 상수역 1번출구로 나와서 몇 블럭 지나 돌면 보인다. 출처 = 네이버 거리뷰

주소 : 서울 마포구 서교동 411-9 1층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10시

메뉴 : 일다 스키야키 1만8000원(1인), 스키야끼 덮밥 1만2000원, 스지전골 1만8000원(소), 2만7000원(중), 3만5000원(대), 일다 커리 1만원, 그린 커리 9000원, 사과 커리 8000원 등 

* 주기적으로 새롭게 담그는 피클이 맛있다. 

3. 상호 

상호명에는 손님들의 입맛은 물론이고 따뜻한 마음을 돋궈주고 싶다는 마음이 담겼다. 주인장 김경희씨(57세)는 “일다는 순우리말이다. 바람이 이는 것처럼 입맛을 돋궈줄 수 있고 마음에서 따뜻함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대접해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의 소소한 바람 덕분일까. 일다를 찾아온 손님들은 식사가 끝나면 한껏 미소를 머금고 매장을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다' : 희미하거나 약하던 것이 왕성해지다 

▲ 잘 손질된 재료를 냄비에 차곡차곡 담고 있는 모습.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4. 경영철학 

올해 8월에 연 ‘일다’는 스키야키 국물만큼이나 따끈따끈한 집이다. 많은 음식 중에서도 스키야키를 주 메뉴로 잡은 이유는 가족들과 즐겨 먹던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주인장 김씨는 “가족들과 즐겨 먹던 음식이 스키야키와 카레였다” 답했다. 어느 날 딸이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으로 가게를 내지 않느냐”고 말했단다. 경영철학이라는게 달리 있을까. 굳이 따지자면 ‘행복’이다. 주인장 김씨는 오픈 주방 너머 보이는 손님들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인장 김씨는 손님들이 식사하면서 필요한 게 있나 살펴본다고 말한다. 

“손님들이 맛있게 드실 때 만드는 저도 행복하고, 손님들은 맛있어서 행복하셨음 하고...”. 

5. 주메뉴

▲ '일다'의 스키야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스키야키는 관서(関西)식, 관동(関東)식으로 나뉜다. 관서식(오사카식)은 처음에 고기를 익혀 먼저 일부를 먹고 국물없이 채소를 추가해서 빡빡하게 끓인다. 관동식은 처음부터 모든 재료를 함께 넣고 육수를 조금 부어 잘박하게 전골처럼 끓이는 차이가 있다. ‘일다’는 관동식 스키야키다.

청경채와 대파, 두부, 새송이버섯, 곤약, 표고버섯 등 신선한 채소가 냄비에 먼저 담기면 와리시타(스키야키 소스)를 붓는다. 재료가 와리시타 소스에 다 잠기지 않도록 적당히 담긴 냄비가 오면 소고기를 넣어 먹을 차례다. 그전에 계란을 먼저 풀어 익힌 채소와 고기를 찍어 먹을 계란물을 만든다. 냄비에 한가득 담긴 식재료 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 먹을지 모르겠다면 일단 청경채부터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두부와 곤약은 와리시타 간장 소스에 최대한 졸여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재료를 하나씩 맛보는 시간에 바쁜 일상에선 미처 즐기지 못한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잘 푼 계란물에 표고버섯을 담가 먹어봤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일다’의 숨겨진 맛은 또 있다. 주인장 김씨가 매번 정성껏 담그는 ‘일다’ 만의 피클이다. 주인장 김씨는 “우리가 정말 정성스레 담그는데 하나도 손을 안대고 버리시는 손님들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일다’의 피클은 무와 양배추, 오이 등이 들어간다.

▲ 사장님이 고르고 고른 한우 부채살.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6. 맛의 비결 

맛의 비결은 무엇인지 물었다. 주인장 김씨는 “싱싱한 재료와 가쓰오부시 그리고 ‘와리시타(스키야키 간장소스)’다”고 말했다. 그중 스키야키의 맛을 좌우하는 건 와리시타다. 스키야키 가게에 따라서 와리시타를 쓰는 경우가 다른데, 일본에서 스키야키로 유명한 가게에는 선대로부터 전해져 온 비밀 레시피로 독자적인 와리시타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지만 주인장 김씨의 경우 와리시타를 직접 만든다. 

주인장 김씨는 “가쓰오부시보다는 와리시타를 만드는 시간이 짧다”며 “만드는 방법은 비밀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름 설명해주는데 “와리시타(스키야키 간장소스)가 끓면서 넘치더라도 향은 날아가면 안되니 뚜껑으로 빠르게 덮는다”고 ‘비밀의 소스’ 제조 방법을 슬며시 알려줬다.

▲ 재료를 손질하고 있는 사장님.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7. 식재료 조달과 구입조건 

재료는 무조건 신선함을 원칙으로 한다. 주인장 김씨는 “한우 부채살을 고집하는 이유는 수입산보다 맛이 좋기 때문”이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김씨는 “고기 등급 때문에 사람이 더 필요해도 쓸 수가 없다. 얼마전 한우 부채살 추가 금액을 올렸는데, 한우 등급까지 올려버렸다”며 웃는다. 그는 시종일관 “음식의 질을 낮추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주인장 김씨는 “신선하고, 재료도 국내산이어야 한다”며 “소고기도 그렇고 채소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된 채소 가지고 만들어봐야 얼마나 좋은 음식이 나올까 싶다”면서 신선한 재료를 통해 맛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가쓰오부시도 요코하마에서 통 가쓰오부시를 공수해와 대패로 간 뒤 시중에 파는 가쓰오부시와 섞어서 사용한다고 한다.

“식재료가 좋아야 건강한 음식이고, 식재료가 좋아야 ‘행복을 주는 음식’이다”

▲ '일다'의 오픈 주방.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8. 특별한 서비스 

일다는 오픈 주방이다. 소위 ‘막혀있는 주방’은 남의 집에서 먹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끼니만 때우고 빨리 나가야할 것 같은 느낌에 서둘러 음식을 먹게 된다. 주인장 김씨는 “손님들이 식당이 아닌 집에서 밥을 먹는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내주기만 하는 음식점보다는 손님들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는 가게다. 주인장 김씨는 “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지 늘 생각한다”며 “어떤걸 주로 드시고, 무엇을 남기는지 체크한다”고 말했다. ‘일다’의 음식에 정성이 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음식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챙기려 하는 주인장의 세심함이 아닐까 싶다.

▲ 고기 추가를 원하는 손님들께 종종 그날의 가장 좋은 부위를 모아 놓은 검은 쟁반을 꺼낸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9. 고객이 전하는 '일다' 

여자친구와 스키야키를 먹으러 왔다는 윤씨(32세)는 “와리시타 소스에 담긴 청경채와 두부 그리고 곤약까지 재료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평소 피클을 자주 먹지 않지만 ‘일다’의 피클은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해 두 그릇을 비웠단다. 그는 ‘일다’가 손님에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내는 가게인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일다’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유독 많이 찾아온다. 기자가 처음 찾아갔을 때도 일본인 관광객들이 단품 메뉴를 먹고 있었다. 이날도 홍콩에서 온 여성 손님과 주인장 김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분은 남편분이 한국인이고 홍콩에서 오셨다. 입덧이 굉장히 심했는데, 우리 집 스키야키를 먹고 입덧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고 하시더라. 손님들이 맛있게 잘 드셔주시면 그만한 행복이 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