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톤급 굴착기 'DX17Z-5'.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사회간접자본(SOC) 수요가 급감하면서 건설기계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9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SOC로 상징되는 대형공사·토목사업이 줄면서 중·대형 굴착기 내수 판매가 크게 줄었다. 반면 소규모 공사, 귀농인구 증가로 소형굴착기(5톤 미만) 시장은 4년 연속 연 1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의 건축 인허가 면적이 4년 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올해 9월 기준 전국 인허가 면적(1억296만9017㎡)은 2015년(1억9065만2013㎡)의 46% 수준에 불과하다. 규모가 줄면서 대형 건설장비 투입 현장도 크게 줄었다.

반면 도시의 확장, 생활 인프라 시설 유지 및 보수, 자영업자 증가 및 재건축 사업이 늘어나면서 소형 장비의 수요는 늘었다. 틈새시장이던 소형 굴착기 시장은 굴착기 전체 판매의 약 27%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볼보건설기계 등 국내 생산 업체들도 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에만 3종의 소형굴착기(5톤 미만의 굴착기) 라인업을 출시,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다.

▲ 1톤급 굴착기 HX10A. 사진=현대건설기계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1톤급 미니 굴착기 ‘HX10A’를 출시했다. 국내에 생산공장을 둔 업체의 제품 중 가장 경량이다. HX10A의 출시로 현대건설기계는 1.7톤급 R17ZA, 2.5톤급 R25ZA, 3.5톤급 R35ZA로 이어지는 소형 굴착기 라인업을 완비하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1.7톤급 미니 굴착기 신제품 ‘DX17Z-5’을 선보였다. 지난 2017년에 출시한 3.5톤급 제품 'DX35Z-5'과 더불어 미니 굴착기 시장을 점령할 제품이다. 경쟁사보다 늦게 출시된 만큼 선회속도, 작업각도 등에서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도 1.7톤급 초소형 소선회 굴착기 ‘ECR18E’와 5톤급 소형 크롤러 굴착기 ‘EC60E PRO’를 국내시장에 내놨다. 유럽시장에서 상품성을 입증한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입 대체효과도 적지 않다. 올해 초 대한건설기계산업협회가 발표한 국내 굴착기 판매 현황에 따르면 2018년 판매된 3.5톤 미만 굴착기의 약 90%는 일본 브랜드들이 장악했다. 전체 판매량 3087대 가운데 일본 3사(얀마·구보타·코벨코)의 제품이 2886대를 차지한 것이다.

얀마, 구보다, 코벨코는 일반인 시각에서는 다소 낮선 브랜드들이다. 다만 중형과 대형 굴착기에 집중한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볼보건설기계코리아와 달리 미니 굴착기에 집중해왔고, 이에 대한 노하우도 상당하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SOC 사업에 집중해온 한국과 달리 일본 건설기계업체들은 5톤 미만의 틈새시장을 공략해왔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있다"라며 "국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이미 완비된 해외 판매망을 통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다면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3.5톤급 전기굴착기. 사진=현대건설기계

전기굴착기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전동형 건설기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서다.

북미 지역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높은 배기가스 규제 기준 '티어4 파이널(Tier-4 Final)'이 시행되고 있고, 프랑스 파리, 그리스 아테네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오는 2025년부터 디젤 차량의 도심 진입 금지가 추진된다. 이에 따라 미니굴착기의 시장규모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엔진 메이커인 미국 커민스사(社)와 함께 국내 최초의 소형 전기굴착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순수 전기로 구동되는 3.5톤급 제품이며, 35.2KWh 수준의 배터리 용량을 갖췄다. 작업 환경에 따라 최대 8시간까지 가동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의 성능은 기존의 디젤 굴착기(약 24.7마력)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췄고, 연료비는 내연기관 모델 대비 60%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

구조설계는 물론 장비제작, 배터리, 전동기 등 전기동력시스템은 커민스와 공동 연구됐고, 완성도도 높다는 것이 현대건설기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0월에는 호룡이 3.5톤급 전기 굴착기를 출시했다. 배터리, 전동모터, 감속기, 인터버 등 핵심 장치를 전부 국산으로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 굴착기는 40㎾h급 국산 원통형 배터리(규격 21700)를 장착, 한 번 충전에 8시간 연속 작업(굴착·브레이커)이 가능하다. 배터리 셀을 비롯한 배터리 시스템은 파워로직스, 전동모터는 호룡이 각각 개발했다. 양산 및 판매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