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주연 배우들의 인지도, 캐릭터의 개성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는 배우들의 연기, 검증된 시나리오까지 ‘시동’은 앞서 열거한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이제는 ‘마블’ 클래스 연기자가 돼 곧 글로벌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 배우 마동석, 충무로의 떠오르는 차세대 스타 박정민과 정해인 까지 주연 배우들의 라인업이 탄탄하다. 여기에 인기 웹툰 작가인 조금산 작가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검증받은 시나리오까지.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영화 ‘시동’은 “아무리 좋은 재료들이 있어도 그것을 잘 조합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라는 말의 전형적인 사례가 됐다. 흥행작의 조건들을 충분하게 갖춘 영화이나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시동’은 철부지 반항아지만 마음은 한없이 여린 열여덟 살 주인공 ‘고택일(박정민)’과 그에 못지않게 인생에 답이 없는 꼴통 친구 ‘우상필(정해인)’이 자신들의 방법대로 세상과 부딪치면서 구르고 깨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휴먼드라마다. 어머니와의 계속되는 갈등을 피해 서울에서 군산으로 도망친 택일은 중국집 ‘장풍반점’의 배달원이 되고, 서울에 남은 상필은 동네 양아치 형을 따라서 대부업체의 일수꾼이 되면서 온갖 풍파를 겪게 되고, 소중한 인연들에게 도움을 받아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작품에서 주연들의 연기는 각자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배우 박정민의 반항기 청소년 연기는 거의 생활 연기에 가깝고, 오랜만에 보는 배우 마동석의 깐죽 개그 연기는 반갑기까지 하다. 다만, 정해인의 반항아 연기는 박정민보다는 다소 ‘싱크로율’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려고 한다’는 영화 속 설정이 있어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그 외에도 신 스틸러 배우 박해준과 김민재 등 조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떠돌이 소녀 ‘경주’를 연기한 신인 배우 최성은의 은은한 매력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나 갑작스러운 전개와 다소 억지스러운 신파(新派)는 보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안긴다. 웃음의 포인트는 적지 않으나 ‘빵빵 터진다’라기 보다는 ‘피식’하는 수준에서 재미가 머무르는 점도 아쉽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작품을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사람들 간의 끈끈한 정을 강조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행복하다’라는 청춘드라마의 통속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인지가 매우 모호하다. 소소하게는 가족 영화를 지향하는 것 치고는 대사 중에 욕설이 많다는 것도 약간은 거슬리는 부분이다. 물론, 이것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우리나라 영화들의 언어 수위를 감안하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정리하면, 영화 ‘시동’은 좋은 조건들을 많이 있음에도 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