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본인이 원하는 화장품을 직접 개발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화장품 회사도 정해진 자사 브랜드 내에서 제품을 제작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에서는 가능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6년부터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인 브랜드를 육성하는 ‘린 스타트업’ 제도를 시행 중이다.

린 스타트업은 소규모의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새로운 브랜드를 육성하는 기반을 다지고 창조적인 브랜드의 신규 개발을 장려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린 스타트업은 일반 큰 조직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방법을 추구한다.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한마디로 호흡이 굉장히 짧다.

내부적으로는 팀원들끼리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방향을 바꾸면서 지속적인 시도와 단계별 시행착오를 통해 변화를 추구하는 테스트 앤 런(Test & Learn) 방법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1월부터 3~4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2개의 린 스타트업 TF팀 1기가 결성되어 친환경 천연유래 화장품 ‘가온도담’과 스포츠 코스메틱 ‘아웃런(OUTRUN)’을 선보였다.

2017년에도 린 스타트업 2기가 선발됐으며 2개의 신규 팀이 각각 남성 전용 브랜드 ‘브로앤팁스’와 마스크팩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테디’를 새롭게 선보이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2018년에는 린 스타트업 3기를 선발해 진피까지 케어하는 고민별 입체적 피부 관리 솔루션 뉴트리코스메틱(Nutri-Cosmetic) ‘큐브 미(CUBE ME)’와 체취 스타일링을 위한 프라그랑스 전문 브랜드 ‘프라도어(fradore)’를 론칭했다.

▲ 아모레퍼시픽 비레디 브랜드 TF팀 (왼쪽부터 오규민, 이규재, 김중용, 허석철).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지난해에는 Z세대 남성메이크업 브랜드 ‘비레디(BeREADY)’를 4기로 선발해 국내 최초 5가지 컬러의 파운데이션 ‘레벨업 파운데이션 포 히어로즈’를 출시했으며, 뷰티 리뷰 플랫폼 ‘글로우픽’의 남성 메이크업 카테고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린 스타트업은 사내 벤처 육성 제도에 맞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회사가 전폭 지원하고 있다.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하기 위해 업무 보고하는 과정도 과감히 생략했다. 모든 의사결정은 오직 실무자들끼리 의논하고 행동한다.

서로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기에 직급도 없고, 결재도 속전속결로 이루어진다. 의사소통이 빠르게 진행 되는 것은 각자 팀원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 있어서는 그 분야의 최고 결정권자라고 생각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 비레디 남성 파운데이션 '레벨 업 파운데이션 포 히어로즈' 제품. 출처=아모레퍼시픽

그 결과 비레디는 작년 초 린 스타트업에 선발된 이후 상반기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 9월 제품을 선보였다. 브랜드를 론칭과 동시에 출시한 제품은 3주 만에 완판 되고, 1년 매출 계획을 한 달 만에 달성하면서 500% 이상의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

오규민 비레디 브랜드 전략 담당자는 “이전에는 팀장님이나 상무님한테 보고를 한 뒤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은 미리 실행에 옮기고 보고를 드리고 있다”면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인의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중용 비레디 마케팅 홍보 담당자는 “브랜드에 대한 주인의식이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면서 “예전에는 본인의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 자신이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 팀을 위해 어떤 것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한다”고 말했다.

린 스타업만의 혜택도 존재한다. 휴게공간으로 이용되는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맨 꼭대기 21층의 공간은 린 스타트업만 업무 용도로 가능하다. 팀만의 회의실도 따로 있어 아이디어 회의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데 제격이다. 또한 팀 존속의 기간이 만료된 후 원래 직무로 복귀 시 근무평가에 불이익이 남지 않는다. 이후 목표 달성할 시 보상도 고스란히 팀에게 돌아간다.

김중용 비레디 담당자는 “본래 자기 분야에서만 일하던 구성원들이 비레디 팀을 꾸리고서는 전체적인 모든 그림을 그리게 됐다”면서 “브랜드에 대한 영향성과 그야말로 종이 한 장, 펜 한 자루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론칭은 그야말로 내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러한 경험은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비레디에서 선보인 파운데이션과 립밤 제품. 출처=아모레퍼시픽

오규민 비레디 담당자는 “원래도 화장품을 사랑해서 본래 팀에 속해 있을 때도 좋았는데, 회사의 전폭 지원 아래 원하는 화장품과 브랜드를 론칭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 가끔씩은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병영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유닛 전무는 “창조적인 브랜드가 새롭게 개발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내 제도적 기반과 문화를 만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고 변화를 추구하자는 생각이 린 스타트업의 바탕이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도 린 스타트업 팀 운영에 있어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공해 구성원들의 도전정신을 고취하는 등 내부적으로 린 스타트업 사내벤처 정착을 위한 체계적인 운영 프로세스 구축에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