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내 기업들이 연초부터 차환자금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 별 자금조달 방식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우량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은 공모시장에서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반면 상대적으로 투자 수요확보가 쉽지 않은 비우량등급 기업은 사모 회사채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SK텔레콤이 공모채 시장에서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초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SK텔레콤이 연초부터 수요예측에 나오면서 기관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AAA등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SK텔레콤은 이달 7일 20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해당 회사채는 각각 3년, 5년, 10년, 20년물로 구분해 발행한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SK텔레콤은 올해 3월 20일까지 주파수 사용대가로 약 4500억원을 결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결제예정금액 중 1400억원을 지출하고 나머지 금액은 회사채 차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SK텔레콤에 이어 1월 중 AA 등급을 보유한 LS산전, 현대제철 등 우량 기업들이 줄줄이 공모채 시장에 등장을 앞두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통상 연초에 자금 집행에 나서면서 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은 ‘연초효과’를 누리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은 발행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회사채 발행을 앞둔 우량등급 기업은 발행금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금리 중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8월 19일 1.093%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최근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도 낮은 물가상승률·한국은행의 통화완화 기조 등으로 3년물 국고채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낮은 금리와 연초효과 등으로 우량채 기업은 채권 발행 이점이 높아지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채 등급 기업들은 우호적이지 않은 투자 환경으로 대부분 사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사모채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곳은 △유진기업(BBB-) △삼성중공업(BBB+) △한라 (BBB) △현대로템(A-) 등이다. 이들 기업들은 연 초부터 회사채 차환을 위해 자금 조달이 시급했지만 모두 사모채 시장에서 높은 발행금리를 감수하고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업황이 개선되지 못해 2017년부터 올해까지 BBB+(부정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3년간 사모채 시장에서만 자금을 조달했다. 삼성중공업이 2017년부터 올해초까지 4년새 사모채 시장에서 자금조달한 금액(기업어음 포함)은 총 2조7690억원에 달한다.

현대로템의 경우 지난해 1월 민간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전망을 ‘부정적’ 검토대상에 등록했고, 같은해 6월 A-(안정적)으로 등급을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현대로템의 신용등급 하향 사유로 △해외 프로젝트의 대규모 손실·주력사업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당분간 저조한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무구조 전망 △산업경기둔화·경쟁심화 등 사업적 리스크 확대 추세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7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공모시장을 통해 발행했지만 올해는 사모채 시장을 통해 신종자본증권를 발행했다. 조달 규모는 450억원이며 발행금리는 4.5%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