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차이를 만드는 사람들>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 지음, 강민경 옮김, 흐름출판 펴냄.

저자는 경영철학자다. 그의 평소 지론은 기업 활동의 중심에 사람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저서에서는 “경영 혁신의 핵심은 사람을 다시 기업에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요즘같은 세상에 디지털화나 신기술, 첨단기계도 아닌 ‘사람’이 혁신의 주무기라니. 언뜻 낡은 이론처럼 들린다. 4차 산업혁명에 꽂힌 경영계 화두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람 재도입론’의 논리를 살펴보자. 초기 기업들은 ‘사람’이 중심이었다.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효율성’이 중심이 됐다. 기술은 앞장서고, 사람은 뒷전으로 물러섰다. 효율성을 위해 불필요하다고 여겨진 모든 것은 제거됐다. 사람은 가치창조와는 무관한 존재로 취급되어 그저 주어진 일만 하면 됐다.

이 지점에서 저자가 반문한다. “기술이 아이디어를 낳을 수 있는가?” 못 낳는다. 아이디어를 낳은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잉태한 아이디어가 기술을 만든다. 기술 자체는 개성이 없고 획일적이지만 사람은 그 기술 안에서 차이를 만들어 낸다. ‘궁극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상품 제조가 지닌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보, 연구, 디자인의 가치가 차츰 올라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첨단기술 보급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면서 사람만이 지닌 특성과 창의성의 가치는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사람’에는 창의성, 고객, 협력 등의 개념이 포함된다. 기업에 “사람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은 창의성, 고객, 협력을 다시 기업 활동의 중심에 둔다는 것이다. 이 셋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혁신의 원동력이다. 혁신은 고객의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된다. 창의력은 실험실에 고립된 괴짜를 통해서보다는 ‘이종 간의 협력’을 통해서 탄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책에는 저자가 25년간 주요 기업들의 경영 혁신을 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 가운데 고객을 중심으로 두고 혁신을 시작한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기업의 조직화 과정에서 등한시된 ‘협력’에 대해서는 저자의 비판이 날카롭다. 저자에 따르면, 조직의 세분화와 전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업 문화는 관료화되어 직원 개개인에 대한 인위적 ‘동기 부여’에 지나치게 몰두했다. 이로 인해 개인의 성과평가를 승진과 보너스에 연계시키는 보상제도가 확산되었다. 이러한 제도가 동료를 경쟁자로 만들고, 각 부서가 다른 부서에 거대한 장벽을 쌓는 사일로 문화를 만들었다. 저자는 회사에 협력의 문화를 꽃피우려면 특정 개인에게 실패의 책임을 묻지 말고, 특정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직원들이 고객이 아니라 기업 오너나 사장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인사고과 제도도 없애라고 말한다. 특히 상급자, 하급자 및 동료들의 피드백으로 평가하는 ‘360도 피드백’이야말로 기업이 고객이 아니라 조직 내부에만 집중하는 잘못된 제도라고 질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