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에 카드사들의 생존을 위한 사업다각화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 카드사들의 자동차 금융 시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핀테크와의 협업도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비용효율화를 위한 조직슬림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본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하에, 카드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변신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자동차 금융사업, 핀테크 강화, 사업자전용표시(PLCC)카드 출시, 조직슬림화 등으로 수익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자동차 금융 ‘대세’

KB국민카드는 지난 8일 중고차 할부금융 특화 영업점 '오토(Auto) 금융센터'를 오픈했다. 중고차 할부금융 사업 확대를 위해 중고차 매매단지 등을 상대로 영업 기반을 발굴하겠다는 포석이다. 오토 금융센터는 차량 매매, 할부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도 최근 자동차 플랫폼 '마이오토' 고도화 작업에 나섰다. 앱과 홈페이지의 사용자인터페이스를 변경해 편의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능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은 그간 캐피탈사에서 주도해왔으나, 연체율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이점에 최근 카드사들의 진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우리·하나카드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해 9월 누적 자동차할부금융 수익은 1825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1623억원 대비 12.4% 증가한 금액이다.

◇ 핀테크 역량 강화

카드사들은 디지털 경쟁력을 위한 핀테크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생체 간편결제 시스템이 그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신한카드는 카드나 휴대폰 없이 얼굴만으로 결제하는 'Face Pay(페이스페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페이스페이는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미래형 결제시스템으로, 현재 신한카드가 시범 운영 중이다.

BC카드는 목소리를 통해 결제를 인증하는 QR결제 플랫폼 '페이북'을 선보였다. 롯데카드는 사용자 정맥정보를 식별하는 생체인증 결제방식인 '핸드페이(Hand Pay)'를 도입했다. 생체 간편 결제 서비스는 편의성 제고는 물론,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도 증대해 가맹점 운영 효율화도 높아진다는 평가다.

▲ 신한카드 '페이스페이' 결제 방식. 출처=금융위원회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매달 이용고객이 1000만명에 육박하는 모바일 금융앱 토스(toss)를 향한 카드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아래에 있는 토스를 활용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 받는 카드사들이 수수료 등을 절감 하라는 금융당국의 규제를 벗어 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030세대 신규 고객 유치에도 유리하다. 이에 대부분의 전업 카드사들이 최근 토스 앱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 카드상품 ‘변신’…PLCC, 무조건 등

카드 상품도 변화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이 높았던 '알짜' 카드는 단종시키는 대신, PLCC카드를 통해 비용은 줄이면서 혜택은 늘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대한항공과 손잡고 마일리지 혜택을 주는 항공사 신용카드를 오는 3월 출시할 예정이다. 항공 마일리지 카드는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혜택이 줄어드는 추세라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 PB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PLCC카드는 제휴기업과 상품 비용‧수익을 공유해 카드사들의 비용 부담이 덜하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혜택 좋은 카드를 이용할 수 있어 윈윈 상품이라는 평가다. 전월 실적, 한도 없이 혜택을 제공하는 '무조건 카드'도 떠오르고 있다. 알짜 카드가 줄어들면서 혜택을 받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택하는 대신 혜택을 조금 줄이더라도 조건없이 사용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몸집 줄이기

카드사들의 조직슬림화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용절감은 물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차원이다. 신한카드는 오는 14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근속연수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임직원들이다.

현대카드 직급은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체계에서 '어소시메이트‧매니저‧시니어매니저' 로 간소화 된 것이다. 롯데카드도 '수석‧책임‧대리‧사원' 등 간소화된 직급 체계로 이뤄져있다. 카드사모집인 수도 지속 줄어들고 있다. 전업 카드사 7곳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카드 모집인 수는 1만1499명으로 전년 동기 1만2607명 대비 1000명 이상 감소했다.

◇ 순익 ‘선방?’…카드사 CEO “디지털‧신사업 강화해야”

이처럼 카드사들이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은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로 더 이상 본업으로만은 수익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결과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최근 10년간 13차례나 실시됐으며, 카드사 지급결제부문 영업손익은 매번 적자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초부터는 5~10억원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2.05%에서 1.4%로 줄어들었으며, 10억~30억원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2.21%에서 1.6%로 인하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평균 수수료율을 적용 받았던 신규 신용카드 가맹점이 된 영세·중소가맹점에게 우대 수수료율 적용해 그 수수료 차액(약 714억원)을 환급해 주기도 했다.

다만, 사업다각화 전략에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3961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710억원 대비 1.8% 증가했다.

이에 여러 카드사 CEO들도 올해 신년사로 디지털 경쟁력 제고, 신사업 발굴 등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간편결제와 바이오, IoT(사물인터넷)등 미래 결제시장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본업과 신사업을 망라한 전반적인 비즈니스 혁신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경쟁력에서 확고한 차별성을 갖기 위해 내부적으로 모든 업무 영역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작은 혁신’을 상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 역시 "디지털 혁신을 고도화·가속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에도 비용절감, 수입다각화 전략 등으로 수익성을 보전하고 있다"며 "대형사들의 경우 이 같은 전략을 위한 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수익에 수수료 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들은 악화일로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