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말 가능한 기술인가요?” “어떻게 적용이 될 수 있을까요?” “상용화 시점은 언제인가요?”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0이 7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운데, 현장을 취재한 기자가 각 전시관에서 가장 많이 한 질문이다. 물론 당장 상용화될 수 있어 보이는 기술이나 현재 등장한 기술의 연장선에 있는 서비스라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 적용하기 어려워 보이는 기술이거나, 혹은 먼 미래의 기술처럼 보이는 것들도 너무 많다. “이거 진짜 가능한걸까?”

부족한 경험과 안목 때문에 그렇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별 생각없이 그냥 ‘있어 보이려고’ 막 던지는 것 아닐까?”라는 의심까지 들었다.

▲ CES 2020 알림판. 사진=최진홍 기자

“막 던지는 것 아닐까?”

일례로 한 기업의 부스에 갔을 때 일이다. 한쪽에 설치된 커다란 디스플레이에서는 기업의 미래와 ICT 비전이 눈부시게 상영되고 있었고, 지나가던 참관객들은 모두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영상을 보니 과연 대단하다. 화려한 CG로 무장한 미래 굴삭기들이 클라우드와 통신 네트워크로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이고, 눈부시게 전개되는 장밋빛 전망을 상당히 그럴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부스를 보니 다소 실망스럽다. 디스플레이에서는 아름다운 미래를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었으나, 현장에는 고작 3개의 모형만 덩그라니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름도 거창한 미래 굴삭기, 미래 수소연료전지 드론이라고 하는데 현장에 있는 직원에게 자세한 질문을 해도 본인들도 잘 모른단다. 갑자기 나타난 기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 귀찮았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전시된 내용 자체가 빈약하다보니 할 말도 없었으리라.

그냥 모형 세 개만 전시할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프라모델 행사에 찾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인기 많이 끌었을텐데. 물론 보도자료를 보니 자세한 내용도 있으나 이 역시 상당히 뜬구름 잡는 내용이다. 앞으로 ‘무엇 무엇을 할 생각이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기자는, 앞으로 5년안에 공중부양하며 취재를 할 생각이다.

국내외 언론을 뜨겁게 달군 모 자동차 회사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회사지만 자동차와 관련된 전시는 하지 않고 거대한 PAV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 큰 관심을 받았으나, 이를 가만히 지켜보니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절로 샘솟는다.

물론 프레스 컨퍼런스와 별도의 기자회견, 나아가 설명회를 들어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로드맵을 보여줄 생각인지 짐작은 된다. 여기에 보도자료를 보고 관련 자료를 취재하니 왜 자동차 회사인 이들이 PAV를 선택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것도 잘 알겠다.

문제는 역시 액션플랜이다.

그 자동차 회사는 단 한 번도 비행과 관련된 제품을 제작한 적이 없으며,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의 뛰어난 인재를 한 명 영입해 관련 사업부를 신설한 것이 전부다. 그 연장선에서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CES 2020을 통해 땅화 하늘을 연결하는 입체적인 모빌리티 전략을 보여줬으나, 문제는 그 입체적 모빌리티 전략에서 그 자동차 회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지금 자동차를 제조하는 것처럼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비행체를 공장에서 만들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자율주행차과 비행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온디맨드 플랫폼을 운영하겠다는 것일까. 전자라면 그냥 항공기 제조회사가 되겠다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고, 후자라면 의미는 있겠지만 해당 자동차 회사의 걸어온 길을 봤을 때 ‘불가능’에 가깝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겠다는 생각이겠지만, 사실 이 것만으로 모든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역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혁신을 보여줬다’며 환호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CES 2020을 참관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비단 국내 기업만의 사례도 아니다. 인공지능을 변기에 삽입하는 기업, 난데없이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전자기업, 암호화폐 블록체인을 세상의 중심에 서도록 만들겠다는 기업. 등등등.

기업의 막 던짐은 옳다...하지만

CES 2020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인공지능의 모든 기기 탑재, 모든 기업의 기술기업 변신,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확장, 메가시티의 부작용을 해결하려는 스마트시티의 도전, 모빌리티의 진화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몇몇 전시장에서는 너무 먼 미래의 일을 너무 간단하게 설명해 혼란을 주는 사례가 많이 발견되기도 했다. 냉정하게 말해 ‘너무 막 던지는 것 아닌가? 수습할 생각은 있는건가?’라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들은 사실 ‘막 던져도 된다’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는 말 그대로 쇼(Show)다. 그리고 쇼는 재미있어야 하며 흥미로워야하고 꿈을 꿔야 한다. 결국 미래 비전을 찾아가기 위해 현존하지 않는 기술과 솔루션을 꿈꾸면서 이를 참관객들과 공유한다는 뜻이다. 물론 기업들은 현존하는 기술도 전시하고, 미래 기술을 공개하면서도 상용화 시점을 밝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의무나 책임이 아니다.

미래를 꿈꾸면서 부스를 채워도 문제는 없으며, 오히려 이 과정에서 현재의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꿈꾸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프라모델만 전시하면 어떤가.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막 던지면 뭐 어떤가. 그 중 하나만 진짜 우리의 미래가 된다면 남는 장사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업자와 협업했지만 “사실 우리가 다 한 것”이라는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 된다.

진짜 문제는 일각의 소위 미래 전문가들이다. 괴대망상증에 빠진 이들은 CES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마치 당장의 혁신인 것처럼 포장해 스스로의 얄팍한 지식을 판매한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이나, 혹은 이뤄지지 않을 미래일 수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모든 미래의 가능성을 현실에 대입할 수 있다’고 혹세무민한다. 누군가 약간의 혁신을 이야기하고, CES가 쇼라는 점을 상기시키면 "미래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 쯧쯧쯧"이라고 고개를 흔든다.

그렇게 스스로의 지갑을 채워가고 헛된 명성을 쌓아가는 이들이 어쩌면 진정한 우리의 적, 미래의 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