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롯데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청년 예비 창업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점포 일부를 제공하는 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당초 취지와는 별개로 비용 등 현실적인 걸림돌로 인해 사업 외연을 더욱 확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해당 사업을 정책과 연계시켜 취지를 실현하고 성과도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신세계센트럴시티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외식공간 파미에스테이션에서 운영하는 청년커피랩의 전경. 출처= 신세계센트럴시티

롯데마트 ‘청년식당·칙칙쿡쿡’, 신세계센트럴시티 ‘청년커피랩’

14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신세계센트럴시티 등 두 법인은 현재 청년창업 지원사업으로 각각 ‘청년식당·칙칙쿡쿡’과 ‘청년커피랩’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4년 전인 2016년 청년의 외식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 ‘청년식당’을 정식 개시했다. 롯데마트는 청년 창업자에게 일부 지점의 푸드코트 매장 공간을 내주고 외식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예비 창업자에게 인테리어, 주방 집기·설비 등 사업에 관한 물리적 환경 요소를 전면 지원했다. 메뉴 개발, 고객 응대 등 영업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했다.

청년식당 1호점은 2016년 10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롯데마트 중계점에서 운영된 퓨전중국음식 전문점 ‘차이타이’다. 이후 작년 말까지 3년 여 기간 동안 평택점, 동래점, 구리점 등 3개 롯데마트 지점을 포함해 청년식당 4곳이 운영돼왔다.

롯데마트는 청년식당 성과를 인정받아 정부 당국에서 진행하는 청년 외식창업 지원 프로그램 ‘칙칙쿡쿡’의 위탁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한국도로철도공단 등 기관에서 전개하는 칙칙쿡쿡은 참여 주체별로 다양한 창업자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매장 인테리어·설비비용을 지원하고 롯데마트는 운영·유통 노하우, 메뉴 개발, 매출관리, 법무 사항 등 영업 관련 역량을 전수한다. 서울역 역사(驛舍) 내 1124㎡ 규모로 마련된 창업 공간 ‘푸드 창업지원센터’에서는 작년 말 기준 현재 8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고 종사자는 30명에 달한다.

신세계는 부동산 임대업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 신세계센트럴시티를 통해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길 원하는 예비 청년 창업자를 지원한다. 신세계센트럴시티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외식 매장 ‘파미에스테이션’의 1층에서 청년커피랩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커피랩은 66㎡ 규모에 인테리어, 커피머신 등 영업 관련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 모두 신세계센트럴시티에서 제공한 부분이다. 모집 과정을 거쳐 선발된 청년 창업가는 6개월간 청년커피랩을 운영할 기회를 획득한다.

신세계센트럴시티는 한국커피협회,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등 기관과 협업해 6개월 기간 동안 청년 창업가를 지원한다. 카페 운영 노하우와 경영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홍보 활동도 대신 수행한다.

신세계센트럴시티는 계약 기간 동안 청년 사업가가 청년커피랩을 운영한 뒤 다른 곳에서 카페를 창업할 경우 6개월 간 지불한 임대료를 다시 창업비용으로 전액 지원한다. 출점하려는 지역의 상권을 분석해주고 무이자 대출도 지원한다.

▲ 신세계센트럴시티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운영하는 파미에스테이션 내 청년커피랩의 전경. 출처= 신세계센트럴시티

청년 창업가에 파격 지원 좋지만…재원 마련·성과 홍보가 사업 지속 여부 관건

두 업체는 청년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음에도 사업 외연을 적극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파격적인 수준의 혜택을 지원함에 따라 드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신세계센트럴시티 파미에스테이션 내에 위치한 46㎡ 규모 매장의 보증금(6000만원)과 권리금(6000만원)을 합치면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임대료는 월 56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청년커피랩 운영에 참가한 청년 사업가가 자력으로 부담하기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신세계센트럴시티는 현재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서 청년커피랩을 운영하는 현 사업 형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체가 청년지원 사업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점도 사업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지목된다. 롯데마트의 경우 청년식당을 운영했던 역대 참가자들이 향후 이어간 사업적 행보에 대해 알리지 않고 있다. 당초 청년식당에서 개발한 신메뉴 가운데 경쟁력 있는 상품을 ‘요리하다’ 같은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개발하려던 계획도 유야무야한 상황이다.

칙칙쿡쿡에 대해서는 현재 철도공단 등과 함께 2기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 성과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음에 따라 사회적 반향은 약하게 나타나고, 정책과 연계된 칙칙쿡쿡 사업만 조용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업체들이 청년지원사업의 선한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 홍보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정책과 사업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외식창업 지원사업 ‘청년키움식당’ 사업이 한 사례로 거론된다.

aT는 전국 5곳에서 3개월 단위로 참가자의 창업비용, 경영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청년키움식당 사업을 2013년 3월부터 전개하고 있다. 민간 업체들이 해당 사업에서 컨설팅에 참여하거나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등 사업자로 참가하는 동시에 브랜드와의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어윤선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각 업체는 청년창업 지원사업의 선한 취지를 달성해왔지만 참가자별 사업 기간이 짧거나 성과 홍보에 소극적인 등 보완점도 남겼다”고 분석했다.

어윤선 교수는 “업체들은 지원 사업의 참가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유사한 컨셉트의 정부 사업과 연계지어 성과를 창출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