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지음, 조사연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사업모델이 구독경제(서브스크립션, Subscription)다. ‘제품과 서비스 등을 일정 기간 이용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구매 방식’인데, 소매·서비스 분야 기업 뿐아니라 제조업 대기업들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구독경제 성장에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

일본경제신문 자회사 닛케이BP가 펴낸 <구독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는 일상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하여 성공한 24개 구독경제 기업의 이야기가 나온다. 구독경제 기업을 키우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노하우도 정리돼 있다.

제조업 대기업들 잇따라 구독사업 진출

구독경제가 새로운 사업방식은 아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신문을 비롯 주차장, 우유, 야쿠르트 등을 신청해 구독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구독 사업은 ‘구독 2.0’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동안 정기구독형 사업은 소매업, 서비스업에 머물었다. 지금은 제조업 분야 대기업들이 직접 자사 제품을 정기구독 형태로 팔겠다고 나선다.

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개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은 다양해졌다. 술집보다 가정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자 기린맥주는 신선한 공장직송 맥주를 가정용 서버로 맛볼 수 있는 ‘홈탭’ 서비스를 내놓았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도요타는 월정액을 내면 신차를 마음대로 골라 탈 수 있는 ‘킨토(KINTO)’를 론칭했다. 라쿠사스 테크놀로지는 월 6800엔에 명품 가방을 무제한으로 대여해주고 있다. 토라나(Torana)의 ‘토이사브!’는 아이의 성장에 맞춰 지능 발달 완구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준다.

구독 2.0은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다. 구독 1.0은 모두에게 똑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오늘날의 구독 서비스는 개개인의 취미, 기호에 따라 상품을 제공한다. 개인별 맞춤 서비스다. ‘에어클로짓(airCloset)’은 고객이 미리 저장해 둔 선호 복장과 색, 착용 상황 등을 고려해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옷 3벌을 골라 대여한다.

시장 모르면 실패한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며 출범한 구독비즈니스 사업들 가운데서도 실패사례가 적지 않다.

2008년초 양복 제조회사 아오키는 젊은 세대의 정장 기피와 기업의 복장자유화 바람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정기 구독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슈츠박스(suitsbox)' 서비스는 월 7800엔(세금포함)을 받고 양복, 와이셔츠, 넥타이 세트 한 벌을 빌려줬다. 매월 스타일리스트가 고른 양복세트를 배달해주고, 마음에 안 들면 월 한 차례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양복의 구독서비스는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기획단계에서 상정한 이용자 층과 실제 이용자가 완전히 달랐다. 대상 타깃은 20~30대였지만 이용자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중심 고객인 40대였다. 값비싼 양복을 구매하던 단골들이 저렴한 양복 임대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결국 신규 고객의 유입은커녕 1인당 매출액이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됐다.

더구나 이용자들은 매월 새로운 스타일의 양복, 넥타이, 와이셔츠를 입고 싶어 했다. 아오키가 제조한 기존 상품들로는 고객의 끝없는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었다. 아오키는 그해 11월 양복 대여서비스 사업을 접었다. 론칭 반년 만이었다. 

남성용 면도날을 정기배송해주던 ‘도쿄 쉐이브 클럽(Tokyo Shave Club, TSC)’도 2018년 5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TSC는 한국 도루코의 6중 면도날 3개를 월 800엔(배송료 무료)에, 4중 면도날 3개는 월 600엔에 보내줬다.

이 사업의 원조는 미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DSC)이다. 달러 쉐이브 클럽은 사업 4년만에 가입자 300만 명을 유치하고 2000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린 끝에 2016년 7월 유니레버사에 인수됐다. 매각대금은 1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과는 환경이 달랐다. 치안이 불안한 미국의 상당수 상점에서는 면도날을 자물쇠가 달린 케이스에 넣어두고 판다. 일본에서는 어디서나 면도날을 살 수 있다. 리필용 면도날 배송에 대한 고마움과 편리함의 강도가 일본과 미국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전통주 '사케' 구독, 2년후 더 배울 것 없다 '졸업' 

애주가들의 뜨건 관심을 받으며 일본 전통술 사케 배송서비스도 실패했다. '사케라이프'는 창업한 지 500년이 된 역사깊은 주류전문점의 오너가 고객 취향에 특화된 사케를 직접 선정하는 것으로 주목받았다. 구독료는 1.8리터 한 병에 월 5250엔(구이노미 코스), 720ml 한 병에 월 3150엔(호로요이 코스) 두 가지가 있었다.

그런데, 구독 2년쯤 되는 회원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탈퇴 회원들은 “나에게 맞는 사케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사케를 직접 고를 자신이 생겼다”고 감사말을 남겼다. 애당초 사케 구독은 교육프로그램처럼 ‘졸업’이란 숨겨진 단계가 있었던 셈이다.

고객 기호에 일일히 맞춰준다는 전략도 비현실적이었다. 사케라이프측은 신규 고객이 생기면 설문조사부터 했다. 단맛·쓴 맛 등의 취향을 묻고 거기에 맞는 개인별 사케를 보내줬다. 배송 후에는 고객 만족도 조사를 통해 다음 제품을 골라줬다. 이 같은 선정 방식은 경영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객의 입맛은 ‘너무나’ 각양각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