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사진=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자산 관리를 위한 최고의 재테크는 내 연령대에 적합한 ‘때에 맞는 재테크’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으나 저마다의 명절 나기 사연은 다르다. 이렇듯 각자 다른 사연의 명절을 보냈지만 그 안에는 공통분모가 하나 숨어있다. 바로 ‘돈’이다. 명절을 맞아 누군가는 이 돈 때문에 행복하고, 누군가는 이 돈 때문에 불행하다. 자주 만나지 못 하는 가족들에게 돈으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는가하면, 돈이 없어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명절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노후도 마찬가지다. 결국 은퇴, 노후 모두 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은퇴 이후의 인생 2막, 노후를 잘 준비했다고 소문이 날까?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이 이에 답했다.

김경록 소장은 “자산 관리를 위한 최고의 재테크는 때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연령이 무엇을 할 때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10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재테크는 ‘공부’다. 물론 공부는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10대 때 할 수 있는 공부와 해야 하는 공부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는 과정들, 대학에 진학하고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준비로서 10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공부들이 있다는 것. 따라서 10대에는 그 때에 맞는 공부를 하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게 김 소장의 생각이다.

김 소장은 20대에 맞는 재테크로는 친구와 여행, 책, 직장 등을 언급했다. 그는 “친구란 ‘사회적 자본’이기 때문에 20대 때 이해관계가 없는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야 한다”며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면서 세상 경험을 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직장을 얻으면 돈을 모으기 위한 고민이 많아진다”며 “아예 하나도 모으지 않고 다 써버리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0대 때부터 돈을 모으려고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직 돈을 모으는 것은 20대에게 꼭 필요한 최고의 재테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사진=임형택 기자

“30대, 몰입해야 40대 큰 돈 번다”

김 소장이 추천하는 30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재테크는 ‘가정’과 ‘전문성’이다. 30대 때의 재테크가 사실상 인생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가정을 이룰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정말 큰 분기점이다. 가정을 이뤄 배우자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며 노후를 맞이할 것인가와 혼자 노후를 맞이할 것인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30대 때 자신의 전문성을 갈고 닦는 것은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또 다르게 만들어준다. 전문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자신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가치를 다르게 한다. 김 소장은 “못 해도 3년에서 5년은 전문성을 위해 몰입해야 한다”며 “몰입할 때 몰입한 사람이 고속도로를 달린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국도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짜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 재테크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김경록 소장은 답한다. 진짜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 때는 40대에 펼쳐진다고. 김 소장은 “소득이 지출보다 많아지는 시기가 40대”라며 “이 때부터 저축을 하고, 자산 관리나 노후 준비 등 재무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0대에 개인연금이나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을 통해 노후 준비의 시작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면, 40대에는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40대 때 흑자를 내야하고, 인생 2막을 위해 뭘 할지도 정해야 한다”며 “직장에서 사장 등 더 높이 올라갈 것인지, 새로운 일을 할 것인지, 투자를 해서 인적 자본을 바꿀 것인지 등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40대는 ‘인생의 전환기’다. 그는 이어 “어느 날 갑자기 한여름 중 서늘한 바람에 가을을 느끼듯 사람마다 다르게 누군 40대 중후반, 누군 50대에 인생의 전환기가 올 것”이라며 “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이 말하는 50대의 재테크에는 퇴직 준비와 자녀의 학교 졸업, 자녀의 결혼 등이 있다. 또 나아가 자식들을 다 키운 뒤 이혼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조언한다. 만일 주된 직장에서 물러날 경우에는 재취업과 창직 등 인생의 큰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 이는 보통 50대 후반에 벌어진다고 김 소장은 귀띔했다.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사진=임형택 기자

“60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아져”

그는 이제 60대에 들어가면 축적한 돈과 버는 돈에 비해 쓰는 돈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산관리를 잘 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축구 경기를 보면 후반전에서 경기 종료 15분을 남기고 골이 많이 터진다”며 “인생도 마찬가지라 이때쯤 이혼이나 사기 등의 사건이 터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즉 인생 구간의 리스크를 잘 관리하면서 자산 관리를 해 축적한 돈을 잘 찾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결국 가족들에게 짐을 안 주기 위한 최고의 재테크는 인생 2막인 60대 때 건강한 것입니다. 아프면 병원에 자주 가면서 건강에 투자해야 하며, 스스로 잘 챙겨야 합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지 않으면 돈이 나갑니다.”

김 소장은 높은 노인 자살률에 대해 언급하며 정신 건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신체 건강과 달리 정신 건강은 외면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이혼을 할 경우에는 자녀들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건강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소장은 노후에는 금융 상품들에 대해 큰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솔깃해 편안한 노후를 만들겠다고 투자하면 99%는 실패하니 돈을 잃지 않는 게 잘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금 보장 등의 상품을 말하는 것이 아닌 우량 자산을 갖도록 노력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자산은 있으면서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아 주택연금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며 “스스로 연금을 받아 자녀에게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추천했다. 주택자산 등 아예 아무것도 없다면 국가에서 보조를 해주니, 그게 아닌 조금 빠듯한 정도면서 주택을 가졌다면 주택연금제도를 꼭 활용해 형편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게 김 소장의 소망이다.

최근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은퇴 후의 삶이 길어 일을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이야기고 나오고 있다. 이에 김 소장은 “자신의 육체나 정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며, 용돈도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즉 60대에는 일과 주택연금, 육체와 정신 건강 등이 재테크 요인인 셈이다.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사진=임형택 기자

“선물은 ETF, 개인 투자는 리츠 추천”

그렇다면 김 소장이 추천하는 재무적인 차원에서의 투자 팁은 무엇일까?

김 소장은 “주식 투자의 경우 ETF를 추천하는데, 종목이랑 섞어도 좋다”며 “종목은 변동성이 크니, 펀드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된 테마는 4차 산업 혁명과 관련해 바이오, 에이아이, 로봇, 클라우드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보험 등의 금융 상품도 선물하는 시대가 됐다. 이에 김 소장은 “명절이나 생신 등 기념일을 맞아 부모님께 ETF를 선물하는 것도 괜찮겠다”며 “투자 통장을 선물해 드린 뒤 매월 적립해 드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소장의 어머니는 여든아홉세임에도 직접 주식에 투자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노인이 돼 직접 투자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젊은 자식이 부모에게 선물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중간에 손해를 본다는 등의 이유로 주식 선물이 스트레스를 안긴다면 곤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김 소장은 ETF에 이어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도 추천했다. ETF가 선물용이라면, 리츠는 꾸준한 소득을 가진 이들에게 좋다는 조언이다. 떨어질 수도 있으나 5년 정도 기다리면 50%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 소장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원리금 보장형이 70%에서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원금을 잃을까봐 두려운 마음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김 소장은 “글로벌 자본가가 돼라”고 젊은이들에게 말했다. 과거에는 금리가 5%에서 8%까지도 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대기 때문에 자산 증식이 안 된다. 따라서 저축형보단 투자형으로 가야한다는 게 김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원금을 잃을까 겁이 날 수는 있지만 어차피 규정상 100% 투자할 수도 없다”며 “한 50%만 해도 되니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인생 2막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김경록 소장. 그는 인생 2막 때는 그 동안 해온 분야인 투자 쪽과 채권 운용, 경제 분석 등과 관련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어떤 형태로 펼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사진=임형택 기자

김 소장은 지난해 말 ‘벌거벗을 용기’라는 책을 펴냈다. 추운 겨울 산책을 하다 우연히 마주쳤다는 참나무. 잎을 모두 떨구고 가지만 남았는데도 당당하고 멋있어 보였단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 인생 2막을 맞이하면 비본질적인 것들은 벗어 던지게 된다. 직장에서 얻었던 직급, 직책 등의 명함, 젊을 때의 건강함 등을 떠나보내고 본질적인 것들만 남는 것이다. 이때 남는 것들이 건강과 돈 등이다. 이처럼 노후에 갖는 본질적인 것, 민낯 혹은 벌거벗음의 당혹스러움, 이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김 소장은 말하고 있다.

올해에는 개인적으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펼치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회원을 더 많이 모집하고 싶다는 김 소장. 현재 관련 콘텐츠 구독자는 5만3000명가량이다. 10만명이 되는 그 날을 위해 올해도 열심히 달릴 것이라는게 김소장의 작은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