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정석> 찰스 윌런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개인, 기업, 국가 나아가 전 세계가 돈을 올바로 운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다. 저자는 이를 위해 돈을 둘러싼 궁금증들을 한데 모아 쉽게 풀어주고 있다. 저자의 풀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난해한 금융 시스템의 작동 원리 뿐만 아니라 신용거래, 금융상품, 인플레이션, 물가, 금리, 환율 등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절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생생한 사례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남발 사례로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고, 할리우드 영화 흥행 성적을 활용해 명목 지표와 실질 지표의 차이를 알려 준다. 빅맥 가격을 끌어들여 국가 간 시장바구니 가격을 측정한다. 일부 내용을 보자.

◇돈과 부(富)는 다르다=돈은 ‘즉시 구매’를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을 일컫는다. 현금은 돈이다. 당좌예금을 비롯해 수표를 발행할 수 있도록 연동된 계좌에 들어 있는 예치금도 포함된다. 반면, 고급 차나 대형 주택은 ‘돈’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둘 다 큰 가치가 있고 부의 원천이 될 수 있지만, 상거래를 하는 데 자주 쓰이는 자산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도 돈이 아니다. 그것들은 돈으로 교환한 다음에야 무엇을 구매할 수 있다.

워런 버핏이 우리보다 돈이 더 적을 수도 있다. 버핏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주식과 채권, 자가용 비행기와 호텔 몇 개도 소유하고 있지만 수중에 일반인보다 더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버핏은 2007년 대구를 방문했을 때 지갑을 열어 보이며 “600달러 정도 있다”고 밝혔다. 이후 다른 자리에서는 지갑 속 현찰이 400달러라고 말했다.

◇2009년 북한은 구화폐 100원과 새 화폐 1원을 맞바꾸는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새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구화폐의 액수를 제한했다. 세대당 최대 교환 가능 액수는 10만원에 불과했다. 더구나 교환 가능 시간도 24시간 뿐이었다.

당시 집권자 김정일이 겨냥한 것은 북한 경제시스템 밖에서 돌아가는 암시장 상인들의 막대한 현금이었다.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현금도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이 돈은 겨울과 봄에 굶어 죽지 않으려고 모아 놓은 것이었다.

◇고등어 파우치=화폐는 신뢰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2004년 미국 연방교도소 내 금연령이 내려진 후 수감자들은 무언가를 거래를 할 때 고등어 파우치를 썼다. 깡통이 아닌 비닐 진공포장된 고등어였다. 교도소 매점의 고등어 파우치 판매가는 1달러여서 달러로 대체하기도 쉬웠다. 2차 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는 담배가 교환단위로 쓰였다.

◇자국 화폐의 가치를 고의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부는 결국 수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세금을 물려서 수출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독자라면 자신이 구매하는 모든 수입 상품에 대해 세금을 더 냄으로써 정부가 그 돈을 수출품 생산 기업들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데 동의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