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주요 자동차 업체가 1월 판매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업황 악화의 그늘이 고스란히 드러나 눈길을 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국내판매가 주춤했으나 해외시장에서 선방해 균형을 잡는 분위기지만, 쌍용차의 1월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33%나 감소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전년 대비 차량 판매가 반토막 났으며 한국지엠은 국내시장에서 선방했으나 해외시장에서는 고전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 GV80. 출처=이코노믹리뷰DB

자동차 업계 1월 장사는?
현대차는 3일 1월 국내외 시장에서 30만4076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3.6% 감소한 수치다. 국내판매는 21.3% 떨어진 4만7591대며 해외시장에서는 0.6% 증가한 25만6485대가 판매됐다.

세단은 그랜저(하이브리드 모델 2467대 포함)가 9350대 팔리며 승승장구한 가운데 쏘나타(하이브리드 모델 1012대 포함) 6423대, 아반떼 2638대 등 총 1만8691대가 팔렸다. 레저차량은 5173대가 팔린 팰리세이드를 중심으로 3204대의 싼타페, 1835대의 코나가 뒤를 이었다. 여기에 상용차는 그랜드 스타렉스와 포터를 합친 소형 상용차가 1만128대 판매됐으며 중대형 버스와 트럭을 합한 대형상용차도 2003대 판매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하이브리드 차량 강세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약진이다. 전체 하이브리드카 1월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43.5% 증가한 4069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특히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년 대비 무려 4배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나아가 G80 1186대, G90가 830대, G70이 637대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GV80은 누적 계약 대수가 2만대에 육박한다.

기아차는 1월 기준 국내 3만7050대, 해외 17만8062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국내판매는 2.5% 감소, 해외판매는 3.6%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K5로 8048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2015년 12월 이후 49개월만에 최다 판매 기록이다. K시리즈는 K3(1800대), K7(3939대), K9(612대) 등 총 1만4399대가 팔리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4% 증가했다. RV에서는 카니발 3352대, 쏘렌토 1830대, 모하비 1428대 등 총 1만2812대가 판매됐으며 봉고Ⅲ가 4319대 팔리는 등 상용 모델에서 버스와 트럭을 합쳐 총 4433대가 판매됐다.

해외에서는 스포티지가 2만9996대 팔리며 해외 최다 판매 모델로 이름을 올렸고 셀토스가 2만5499대, 리오(프라이드)가 1만8980대로 뒤를 이었다.

쌍용자동차는 올해 1월 총 7653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33.0%나 감소한 수치다. 국내시장에서는 5557대가 팔렸고 해외시장에서는 2096대가 팔린 가운데 각각 전년 대비 36.8%, 20.4% 감소했다.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1월 판매수치는 하락일변도다.

▲ 다카르 랠리에 참가한 코란도DKR. 사진=쌍용자동차

코란도가 선방했다. 국내에서는 1159대가 팔렸으며 전년 대비 유일하게 판매 대수가 올라갔다. 그 외에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 등은 전년 대비 각각 44.7%, 47.5% 판매가 줄어들었다. 해외시장에서도 코란도가 유일하게 저력을 발휘했다. 748대의 판매고를 올려 체면치레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국지엠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총 2만484대를 판매한 가운데 국내시장에서는 5101대, 해외시장에서는 1만5383대가 팔렸다. 전년 대비 국내시장은 0.9% 판매가 늘었으나 해외시장에서는 무려 54.3%나 판매가 떨어졌다. CKD(반조립제품) 수출 또한 3만4888대로 16.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 스파크. 출처=한국지엠

관전 포인트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올해 1월 전반적으로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설 명절로 인한 근무일수가 줄어드는 한편 글로벌 차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자동치 시장의 경우 북미와 중남미는 물론 중동 시장의 판매 호조세가 엿보이지만 전반적인 산업 위축 현상도 동시에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1월 국내시장 판매가 전년 대비 20% 넘게 떨어졌으나, 해외시장에서 0.6% 반등한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SUV GV80이 쾌조의 흐름을 보이는 점도 인상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설 명절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주력 차종들이 제 역할을 해주며 국내 판매 실적을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선풍적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GV80와 팰리세이드의 원활한 판매를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국내 시장 판매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도 국내시장 판매가 다소 줄었으나 해외시장 매출이 이를 상쇄하는 한편 국내에서 K 시리즈, 해외에서 스포티지가 든든하게 버티는 분위기다. 기아차 관계자는 “3세대 K5, K7 프리미어, 셀토스, 모하비 더 마스터 등 최근 출시한 차량들이 고객들에게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올해는 4세대 쏘렌토, 4세대 카니발 등을 앞세워 기아차의 판매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상황이 다소 나쁘다. 국내와 해외시장에서 코란도가 유일하게 활약했으나 차량 라인업 자체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체적인 자동차 시장 침체에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및 설 연휴 근무일수가 줄어든 점이 결정타라는 설명이지만, 이는 모든 자동차 업계의 고민과 같다. 반등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쌍용차 관계자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체질 개선 작업과 미래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방안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판매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해외시장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국내시장도 1월, 전년 대비 16.8% 줄었으나 해외시장의 경우 무려 77.3%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QM6가 3540대 판매되며 최후의 보루가 되어주는 분위기다. LPG 모델(LPe)이 1월에만 2589대 팔리며 전체 판매의 41.5%를 책임졌다.

한국지엠도 르노삼성과 사정이 비슷하다. 국내시장에서는 1월 777대가 팔린 픽업트럽 콜로라도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0.9% 증가한 판매고를 올렸으나 해외시장에서는 무려 54.3%나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믿었던 스파크가 3002대로 전년 대비 무려 74.7%나 판매가 떨어진 점이 뼈 아프다.

한편 업계는 1월 이후 국내 자동차 업계의 성적표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우한 폐렴, 즉 변종 콜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겨울'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한은 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계의 메카로 불린다. 수도 베이징과 광저우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유독 자동차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한에서 지난해 기준 생산된 자동차만 170만대며 생산액은 67조6000억원을 넘긴다. 이러한 우한이 우한 폐렴의 공포에 휘말리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더 실제적인 위협도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경우 현지에 생산공장은 없지만, 우한에 포진한 많은 부품업체들에게서 부품을 수급받고 있다. 그런 이유로 현지 부품업체들이 우한 폐렴 확산을 막으려는 당국의 조치에 따라 공장 가동을 장기간 멈춘다면, 국내 자동차 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있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3일 울산공장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휴업까지 불가피한 비상상황"이라면서 "우리 공장별, 라인별 휴업 실시까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