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및 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공장 가동의 문제가 여전한 데다 현지 물류 사정도 악화되며 부품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 현대차 공장. 출처=현대차

경고등 들어왔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3일 화성 광주 공장 일부라인의 생산을 멈춘 상태에서 5일 현대차도 제네시스를 만드는 5공장 일부 가동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우한 폐렴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한은 중국 자동차 업계의 메카이자 다수의 부품업체들이 포진한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창궐하며 현지 부품 공장이 멈추자, 국내로 들어오는 핵심부품 수급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쌍용차도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느껴 6일부터 휴무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핵심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부품업체에서 상당부분을 조달하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도 비상이다.

현재까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현지 공장 가동을 계속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시안은 우한과는 70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또 SK하이닉스의 우시 및 충징 공장은 우한과 약 800Km 떨어져 있다. 그런 이유로 공장을 유지하는 것에는 성공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사태가 길어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및 배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우한 상황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첩첩산중'
자동차 및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국내 경제는 물론 수출전선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 효자들이다. 그러나 우한 폐렴의 창궐로 당장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자동차 업계의 상황은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의 경우 통상 5일 정도의 재고를 마련하기 때문에, 우한의 부품업체들이 이른 시일에 가동되지 않으면 자동차 제조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 공장들의 가동중지가 속속 이뤄지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업황 호조를 기대했으나, 우한 폐렴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우한에는 중국의 반도체 공장들이 포진한 곳이며 이들이 생산중단에 돌입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가격 하락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냉정하게 보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정 라인 전체가 흔들리며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업계는 일단 현지 공장 재가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지 물류상황이 나쁘다는 점이다. 시나로직스의 구민수 부대표는 "현지 공장들이 재가동에 들어가도 물량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어렵다"면서 "우한 폐렴 여파로 현지 물류망이 사실상 멈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반도체 및 화학, 배터리 분야는 공장을 아예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이 더 크다. 실제로 반도체의 경우 수 십개의 미세 제조단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라인을 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화학공장도 한 번 가동을 중지하면 재가동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그런 이유로 시안의 삼성전자 및 우한의 SK종합화학 공장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가동되고 있으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