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옴니채널이 진화하는 궤적은 아마존(Amazon)과 월마트(Walmart)의 대결구도만으로도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월마트를 글로벌 유통업계 1위 업체로 꼽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다수의 초대형 오프라인 유통 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까지도 오프라인 영역에서 여전히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한다. 이 월마트를 최강 유통업체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은 바로 소규모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된 아마존(Amazon)이다.

옴니채널 진화의 궤적 아마존 vs 월마트

월마트가 자사의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과신하고 있는 동안, 아마존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유통업계의 변화를 감지했고 과거 월마트가 오프라인에서 보유하던 것 이상의 입지를 온라인 유통에서 구현했다.  

아마존은 주력사업인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물류의 상호작용을 풀필먼트(Fulfillment)로 구현해 온라인 유통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해 낸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실험을 추진해오던 아마존은 이전까지와는 조금 다른 관점의 접근을 시도한다. 2013년 11월 아마존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아마존 팝업스토어(Amazon Pop-up Store)’를 운영한다. 팝업스토어란 대형 오프라인 채널에 작은 부스 형태로 입점한 매장을 의미한다. 아마존은 미국 21개주의 백화점, 대형마트에 수십㎡ 규모의 팝업스토어를 마련하고 인공지능(스피커 ‘에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 등 자사의 신제품들을 판매했다. 이후 아마존은 2015년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 2016년 시애틀 본사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 무인편의점 ‘아마존GO’, 2017년 신선식품 유통업체 ‘홀푸즈(Whole Foods)’의 인수 등으로 옴니채널의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실험한다. 

일련의 시도는 모두 아마존이 자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물류 인프라의 조합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오프라인 유통의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지난 2018년 포브스(FORBES)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정기 유료회원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Prime)은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오프라인 사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면서 “프라임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서비스인 ‘당일배송’을 위해 우리는 각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했고 그를 통해 우리는 전통적 사업모델인 전자상거래와 쉽게 연결이 되지 않았던 식품유통 등 더 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베조스는 “우리가 앞으로 펼쳐나갈 오프라인 매장 전략에는 상당히 일관적인 방향성이 담겨있을 것이며 그런 점들은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있는 87개 팝업스토어를 일제히 철수했다. 이는 곧 아마존이 구상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한 단계의 실험을 마치고 더 발전된 무엇을 시도하고자 한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인스티넷(Instinet)의 애널리스트 사이먼 시겔(Simeon Siegel)은 “아마존은 온·오프라인을 오고가는 자사의 유통 전략을 실험하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온 것으로 보인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마존의 방향성이 온라인의 관점에서 오프라인을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었다면 월마트의 전략은 정확하게 그 반대에서 출발한다. 시작은 월마트의 제트닷컴(zet.com) 인수였다. 지난 2016년 8월8일 월마트는 온라인 생활용품 판매 사이트 제트닷컴을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월마트는 자사의 가장 큰 약점인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소매 업체들을 인수했다. 

대표적으로는 남성의류 기업 보노보스(Bonobos), 여성의류 기업인 모드클로즈(Modcloth) 그리고 아웃도어 의류 기업 무스조(Moosejaw)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인수를 통한 온라인 경쟁력 강화는 시대의 흐름상 필수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운영 노하우가 부족했던 월마트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다수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인수함으로 월마트는 자체적인 전자상거래 채널(월마트 인터넷 몰)을 운영하며 자신들만의 옴니채널 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월마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독자적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월마트몰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고 상대적으로 제트닷컴이 월마트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 월마트 슈퍼센터.출처= 월마트

일련의 노력으로 2015년 미국 전제상거래 소매유통업계에서 1%대에 머물렀던 월마트의 점유율은 2018년 4%대(물론, 같은 기간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점유율은 약 44%)까지 올라간다.    
 
월마트는 자사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 운영 역량을 일정 수준으로 올린 후 본격적으로 옴니채널 구현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월마트는 온라인 플랫폼과 연동되는 IT기술을 오프라인 매장에 접목시켜 고객들이 최상의 쇼핑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매년 약 500개의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마존의 인공지능 디바이스에 대응해 구글(Google)이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IT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각사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한 제품 구매 시스템 구축에도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지난해 월마트의 CEO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은 공식 석상에서 “추후 월마트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는 핵심 전략 키워드는 ‘슈퍼센터(Supercenter)’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슈퍼센터는 일반적인 월마트 매장보다 많은 상품군 구성과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춘 대형 오프라인 점포다. 식료품으로부터 의류, 취미용품, 가전으로부터 의약품까지 약 10만종 이상의 상품을 직접 판매함과 동시에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하는 것이 월마트 슈퍼센터의 특징이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도모하는 가장 전형적인 옴니채널의 구현이다.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 중국의 옴니채널 

현재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전염병의 진원지라는 오명으로 위신이 땅에 떨어졌지만 유통 선진화와 옴니채널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유통업계는 결코 제쳐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이다. 

2016년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의 마윈(马云) 당시 회장이 천명한 ‘신유통(新零售·새로운 시대의 유통산업)’이라는 키워드는 중국의 거대 기업들을 움직였다. 이에 텐센트(腾讯), 징둥(京东), 쑤닝(苏宁) 등 중국 대기업들은 저마다의 장점을 유통 시장 혁신에 접목시켰고,  그 외 중국 현지 수많은 유통 기업들도 이 흐름에 합류하면서 중국 유통업계의 변화들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월마트에 버금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 징둥 인공지능 레스토랑 서빙 로봇. 출처= 징둥

큰 흐름은 알리바바의 신유통과 텐센트의 스마트유통(智慧零售) 두 진영이 이끌고 있으며, 각 회사들은 각자의 장점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이용하여 나름의 유통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IT 기술력을 보유한 온라인 기업과 유통 노하우를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 기업은 서로 협력해 매장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유통 운영 전반을 디지털화한다.

이에 중국의 옴니채널은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전문점 허마셴성(盒馬鮮生), 세븐프레시(7Fresh), 텐센트의 용후이마트(永輝超市), 알리바바와 중국 오프라인 유통기업 바이리엔 그룹(百联集团)이 협력해 만든 리소(RISO) 등 오프라인 점포에 다양한 IT·모바일·물류관리 기술을 접목시킨 사례들로 구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