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디지털 혁신.” 보험업계 생존을 위해 보험사 수장들이 새해 목표로 꼽은 키워드다. 4차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맞춰 보험사들이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슈어테크란 핀테크(금융+기술)의 한 영역으로 보험과 첨단 정보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말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혁신 기술로 보험소비자 편의성 제고는 물론 보험사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고령화‧저출산‧저금리 등으로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보험업계에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어 줄 인슈어테크는 필요가 아닌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편집자주]

“고객 건강도 챙기고 손해율도 낮추고, 이게 바로 윈윈 효과 아니겠습니까?”

헬스케어 시장은 보험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슈어테크 분야다. 헬스케어는 넓은 의미로 질병의 치료, 예방 등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포함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보험 소비자들도 질병의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운동량에 따라 보험료 혜택을 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건강증진형 보험은 고객입장에선 건강관리를 할 수 있고, 보험사는 우량 고객을 유치해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윈윈 상품이라는 평가다. 금융당국도 고부가가치 산업인 헬스케어를 활성화하고 의료비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 운동할수록 보험료 할인

보험사들이 속속 내놓고 있는 건강증진형 보험은 운동할수록 보험료 혜택을 주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AIA생명은 걸음수, 심장박동수에 따라 보험료 혜택을 주는 서비스를 자사 건강습관 개선 프로그램 ‘AIA바이틸리티’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AIA바이틸리티’는 AIA생명의 건강관리노력 및 생활습관개선을 지원하는 건강 및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행동경제학 원리를 이용해 회원의 건강한 행동 변화에 보상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건강한 습관을 형성시켜주는 모티베이션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개발됐다.

삼성화재도 헬스케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삼성화재 ‘애니핏’은 매일매일 달성하는 운동 미션과 월간 걷기 활동을 통해 보험료결제와 애니포인트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걷기‧달리기‧하이킹의 3가지 운동 목표 중 하나라도 하루 안에 달성하면 포인트가 주어진다. 또 지난달 걸음 수를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해 난이도에 따라 포인트 보상이 제공된다. 갱년기, 비만도 등 간편 진단서비스와 건강 관련 정보도 확인이 가능하다. 삼성화재 건강보험에 가입 중인 피보험자는 모두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오렌지라이프는 건강관리 워킹앱 ‘닐리리만보’를 선보였다.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의 걸음 수를 기준으로 일평균 만보 달성 시 보험료를 일부 지원한다. 일상 걷기 관리는 물론 한국(서울)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6단계의 목표 도시도 설정할 수 있다. 걷기를 통해 목표도시 도달 시 해당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여행 상품에 응모도 가능하다. 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시행하는 ‘국민체력 100’의 체력 인증 시 계약일 이후 최초로 도래하는 익월 1일부터 1년간 등급별로 보험료를 지원한다.

◇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은 신개념 질환예측 서비스 ‘평생튼튼라이프’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인슈어테크 전문 기업과 함께 개발한 이 서비스는 건강검진 정보를 기반으로 심혈관질환, 당뇨 등의 3년 내 발병률을 추산하고, 그에 맞는 보험상품을 추천해 준다. 질환 방병률은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의 질환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된다. 단순한 질환 예측을 넘어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환에 대비해 식이요법, 운동처방 등 맞춤형 건강코칭서비스도 제공된다.

한화생명의 ‘헬로(HELLO)’는 고객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돕는 앱이다. 건강검진정보는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활동량, 영양, 수면 등을 바탕으로 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 △10년치의 건강검진정보 △AI카메라를 활용한 식단 및 영양 분석 △활동량, 수면, 혈당, 수분섭취 등 건강 히스토리 관리 기능 등이 해당한다. 건강미션에 따른 모바일 쿠폰 등의 리워드도 주어진다.

이 같은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윈윈 효과라는 평가다. 고객은 건강관리를 하면서 보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보험사는 우량고객 유치로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관리도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헬스케어는 포화된 보험 시장 속 새로운 시장 확보가 필요한 보험업계의 단비같은 존재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헬스케어를 통해 무궁무진한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헬스케어 서비스는 보험업계의 상부상조 정신을 부각시킨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불완전판매의 온상 등 불신으로 낙인찍힌 보험사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 금융당국도 헬스케어 활성화 추진

금융당국도 보험사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소비자와 보험사에게 돌아가는 긍정적인 측면 외에 국가적으로도 고부가가치 산업을 활성화하고 의료비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고령화에 따른 건강위험의 증가와 소비자의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을 보험사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건강관리기기의 직접 제공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웨어러블 기기, 만보기 등 보험위험 감소 효과가 객관적·통계적으로 검증된 건강관리기기는 보험 가입시 보험사가 먼저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된 것이다. 기기의 가액은 10만원 또는 초년도 부가보험료의 50% 중 적은 금액 이내로 제한된다.

건강관리 노력에 따른 보험위험 감소 효과에 대한 기초통계를 수집·집적 할 수 있는 기간도 5년에서 15년으로 확대됐다. 가령 보험사가 당뇨보험금의 통계를 수집·집적하기 위해, 최장 15년간 보험계약 관리, 수수료 등 보험사업 운용에 필요한 부가보험료 범위 내에서 혈당 관리 노력에 따른 보험편익을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보험사가 헬스케어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방안도 허용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보험 헬스케어 시장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금융당국이 나서서 헬스케어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은 향후 시장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갈 길은 멀지만… 완화되는 규제에 ‘희망’

아직 해외에 비해선 국내 헬스케어 시장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말도 나온다. 해외의 경우 유전자 등 생체정보를 통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상용화 됐는데, 우리나라는 의료법 등 규제에 막혀 개발이 더디다는 지적이다. 의료법 27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의료계는 이를 근거로 의료기록 등을 활용한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반대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지난달 통과되면서 헬스케어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데이터3법 개정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가명정보’를 개인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를 헬스케어 보험 상품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데이터3법 개정안에 따른 구체적인 상품개발 계획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건강증진형 상품은 물론 다양한 맞춤형 상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