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운전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자동차보험은 치솟는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에 보험사 골칫덩이 상품으로 여겨진다. 이에 자동차보험료는 지난해 두 번이나 인상됐으며, 올해에도 줄줄이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할지언정, 우량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UBI(운전습관연계)특약 등을 없애진 않을 거예요.”

커져가는 자동차보험료 부담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주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가 있다. 바로 UBI 특약이다. 이 특약은 운행정보기록장치나 T맵을 활용해 운전습관을 빅데이터로 분석, 안전운전을 할수록 보험료를 할인해 줘 보험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주행한 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내면되는 자동차보험도 등장했다. 이러한 상품들은 우량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의 손해율 관리에도 용이하다는 평가다.

◇ 자동차보험, 치솟는 손해율에 보험료도 ‘줄인상’

손해보험사들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3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은 2691억원으로 전년 보다 27.9% 줄었다.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27.9%, 10.7% 감소했다.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영업이익 악화 등이 실적 악화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의 손해율 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자동차보험이 꼽힌다. 지난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각각 91.0%, 91.7%, 91.5%, 92.0%로 집계됐다. 업계에서 보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은 76~78% 수준이다.

즉, 사업비 등을 감안하면 이미 손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에는 대형손보사들의 손해율이 일제히 100%를 넘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에 간접적 제동을 걸고 있다.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서도 손해율이 안정화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보험료를 올리다보니 보험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져만 간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은 보험사 자율적인 사항이라고 하나, 금융당국 눈치에 제대로 보험료도 올리기 힘든 실정”이라며 “보험료를 찔끔찔끔 올리다보니 연내 추가 인상도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 자동차보험료 할인 받으려면?

보험료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UBI특약 등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UBI(Usage Based Insurance)란 급정거, 급과속 등 운전자의 운전성향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상품을 말한다.

보험소비자는 안전운전을 할수록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보험사는 우량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윈윈 상품으로 여겨진다. “손해율 악화로 인해 주계약 보험료는 올려도 UBI특약은 없애기 힘들다”는 보험사들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UBI 상품을 최초로 선보인 DB손보의 ‘smarT-UBI 안전운전 특약’은 운전 시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앱 T-map(티맵)을 켜고 목적지를 지정하면 누적주행거리가 인정된다.

최근 6개월 이내 T-map 목적지 설정 후 1000km 이상 주행해 산정 된 안전점수가 71점 이상이면 11%, 61점~70점 이상이면 5%의 보험료 할인혜택이 제공된다.

KB손보의 ‘티맵 안전운전할인 자동차보험’은 T-map 안전운전점수가 65점 이상인 경우 자동차보험료 10%를 할인해준다. 측정 조건은 T-map ‘내비게이션’ 기능을 구동한 상태로 누적거리 1000km이상 주행(최근 6개월 내 500km이상 주행)해야 한다.

KB손보 관계자는 “UBI 특약을 활용하는 고객들은 그만큼 안전운전을 하는 고객들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사고율 등 경험 데이터를 반영해 특약 할인율이 결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UBI 특약의 맹점도 존재한다. 측정기기를 꺼놓거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기기를 켜놔 마치 자신이 운전한 것처럼 위장하는 사례 등이 해당한다.

그는 “이런 사례들은 현재로선 잡아내기가 힘들다. OBD(운행기록 자기 진단 장치) 등을 차량에 부착하는 방안 등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 탄만큼만 보험료 낸다

OBD를 활용해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지불하는 자동차보험 상품이 최근 등장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11일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선보였다.

마일리지 특약 등 주행 구간을 설정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자동차보험 상품은 기존에도 존재했으나, 실제로 주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지불하는 상품은 국내에서 캐롯손보가 처음이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소정의 가입보험료를 납부한 뒤 이후 매월 주행거리에 따라 산출되는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구성됐다. 이는 주행 거리와 상관없이 보험료를 전액 선납하는 기존 자동차보험과의 다른 점이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캐롯 플러그’가 고객에게 배송된다. 이 기기를 자동차 시거잭에 꼽으면 주행거리가 측정되고, 그에 따른 보험료 산출이 가능해진다. ‘캐롯 플러그’는 캐롯손보의 주요 주주인 SK텔레콤의 ICT기술이 접목된 인슈어테크 결과물이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연평균 1만5000km 이하 운전자들 기준으로 타사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대비 최대 30% 저렴하다고 사측은 추산했다. 이 같은 보험료에도 상품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타사 UBI 특약이나, 마일리지 특약과 같이 저위험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향후 손해율은 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적게 타는 분들이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분들은 우량고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손해율 악화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 혜택을 주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어, 적게 타고 안전운전을 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보험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