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권일구 기자] 롯데건설이 풍부한 시공경험과 주택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주택부문 중심으로 외형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사업, 특히 주택사업에 집중하면서 향후 주택시장 경기 변동에 따른 취약성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이 전무한 가운데 늘어난 국내 사업으로 인해 과도하게 늘어난 우발채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안정적 이익·재무비율...신용등급도 상향

롯데건설은 최근 몇년간 부동산 경기 회복 흐름 속에서 주택사업에 집중하면서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기록중이다.

특히 건축·주택부문의 우수한 수주경쟁력으로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매출액이 연간 5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2016년 2555억원, 2017년 3771억원, 2018년 5140억원으로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말 누적 영업이익은 2865억원이다.

재무안정성도 우수한 편이다. 부채비율(부채/자본)은 2016년 148% 이후 매년 낮춰오면서 지난해 9월 기준 117%로 떨어졌다.

매년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으로 빚도 줄이는데 성공했다. 롯데건설의 순차입금은 2014년 1조2160억원에서 2018년말 5220억원까지 축소됐다. 지난해에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계열사 매각 자금 유입으로 지난해 9월말 기준 순차입금은 2800억원으로까지 줄어들었다.

재무안정성에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9월 23일 롯데건설의 무보증사채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기존 A(긍정적)/A2에서 A+(안정적)/A2+로 상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주택사업 분양성과에 힘입어 수익창출력이 제고되었고, 차입금 감축 추세가 이어지면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되었으며, 개선된 재무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 출처=금감원 공시시스템

주택비중 늘고 내부거래는 감소  

롯데건설은 롯데 계열의 상업시설 공사를 중심으로 계열, 건축 위주의 균형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계열 공사물량이 줄어들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택 분양이 크게 늘어났고 주택 비중이 확대됐다.

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말 기준 58%까지 확대됐다. 매출 가운데 주택사업 비중은 2017년 51.4%에서 2018년 57.9%, 2019년 9월말 58.0%로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반면 2018년 기준 해외 건축 매출은 446억원으로 0.75%에 그쳤고, 토목 736억원(1.24%), 플랜트 1853억원(3.13%)도 한자릿수 비중에 그쳤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부거래 비중은 줄어드는 모양새다.

롯데건설은 2014년 매출 4조4498억원 가운데 내부거래로 2조1423억원(48.14%)을 기록하는 등 내부거래 비중이 한때 5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주춤했다가 2016년 37.9%까지 다시 올랐다가 지난해 9월말 기준 16.0%까지 떨어졌다.

다만 부동산 호황이 끝나가면서 주택 경기가 하락할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롯데건설은 주택 사업이외에도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주요 관계사들의 수주 물량이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보유했다는 평가다.

▲ 출처=금감원 공시시스템

PF 우발채무, 현금자산 4배 훌쩍…"모니터링 필요"

한가지 우려되는 부문은 우발채무가 과도하다는 데 있다. 우발채무는 장래에 일정한 조건(우발적인 사태)이 발생했을 경우 채무가 되는 특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대손충당금으로 회계처리를 하거나 별도 주석에 부외부채로 표시한다.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설 경우 주택 미분양이 발생했을때 과도한 지급 보증은 롯데건설의 유동성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금액은 3조2256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액(7456억원)의 4배가 넘고, 자기자본(2조2739억원)의 1.5배에 달한다.

특히 해운대·화성 등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000억원을 넘어서는 가운데 착공된 PF 우발채무 중 강동리조트와 호주 살라시아사업은 사업 진행이 오랜 기간 지연되면서 대위변제가 발생한 바 있다.

다만 롯데건설의 주택사업 분양률이 지난해 9월말 100%에 가까워 우발채무 우려는 적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한기평은 "PF 우발채무에서 착공사업은 분양성과가 우수하고 서울에 위치한 정비사업 비중이 높아 손실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앞으로의 사업 진행경과와 추가 자금투입 및 손실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출처=금감원 공시시스템

국내사업 비중 96%…"해외 사업 개척해야"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국내 및 주택사업에 치중된 포트폴리오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사업과 주택비중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사업 비중이 늘면서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96.4%에 달한다. 이 비율은 2017년 90%를 넘긴 뒤 2018년 94.8% 등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하 사장은 올해 취임사에서도 "글로벌시장과 미래시장 개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숙명"이라며 "롯데건설의 미래는 해외 사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의 수주 잔고도 2017년말 11조1133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기준 9조711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경기가 침체로 분양 일정이 지연된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 속에서 수도권 정비사업 일감도 사라진 상황이다. 지난해 수주한 사업 규모도 7000억원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착공 수주잔고까지 고려할 경우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중심으로 27조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어 사업 기반은 양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미착공 주택사업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원활하게 착공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계열 공사물량도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