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일동제약이 '큐란'(성분명 라니티딘)과 '벨빅'(성분명 로카세린) 등 주력 제품들의 잇따른 시장 퇴출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발암우려물질이 검출된 라니티딘 파동으로 이미 적지 않은 손실을 본 데 이어 올초 로카세린 성분 마저 발암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특히 발암 논란에 휩싸인 제품들은 최근 몇 년간 일동제약의 매출 일부분을 책임지는 효자 품목이었기에 심리적인 충격이 더 크다.

큐란에 이어 벨빅까지 퇴출

일동제약의 '큐란'은 국내에서 라니티딘 계열 단일제 중 가장 많은 연 매출(200억원)을 기록한 제품이었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암우려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초과 검출을 이유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의 판매를 모두 금지하면서 큐란은 철퇴를 맞았다.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큐란의 공백은 일동제약의 하반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전년 대비 69.2% 줄었다. 이 회사는 상반기에 영업이익 159억원으로 흑자를 냈지만 하반기 들어 75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일동제약의 '큐란정'(왼쪽)과 '벨빅정'. 출처=일동제약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 14일 식약처는 발암 위험성이 제기된 로카세린 성분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 판매 중지 및 회수·폐기 계획을 밝혔다. 일동제약의 '벨빅정' '벨빅엑스알정' 등 로카세린 성분 의약품 2종이 주요 처분 대상이었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의 위해성(암 발생 위험 증가)이 유익성(체중조절 보조)을 상회한다고 판단해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 조치를 내렸다"면서 "해당 의약품이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처방·조제되지 않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처방·조제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식약처 발표와 함께 곧바로 '벨빅정' 및 '벨빅엑스알정'의 회수·폐기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90억원 상당의 연매출 기록했던 벨빅의 빈자리는 뼈아프게 됐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있던 게 없어지면 매출과 수익 면에서 손실이긴 하지만 앞으로 다른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추구하고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00억 매출 공백 최소화

일동제약은 300억원에 달하는 매출 공백이 생겼지만 발 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큐란의 판매 중단과 동시에 대체제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으로 동아에스티의 위산분비 억제제 '가스터정(성분명 파모티딘)’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동아에스티와 손잡고 가스터정의 공동 판매에 착수했다. 가스터정은 라니티딘 사태의 반사이익으로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큐란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꾸고 있다.

또 기존에 판매 중인 '라비에트'와 '모티리톤'도 큐란의 대체제로 주목된다. 라비에트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중 라베프라졸 성분의 의약품이며, 모티리톤은 동아에스티의 기능성 소화불량 천연물의약품이다. 모티리톤도 일동제약이 동아에스티와 공동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 일동제약 연구개발 추이. 출처=일동제약

일동제약은 지난해 12월 다국적 제약사 GSK와 일반의약품(OTC)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연 매출 460억원에 달하는 수익원을 새롭게 확보하면서 큐란과 벨빅의 공백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존 제품보다 마진율이 낮아 수익성 회복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이 회사의 주요 캐시카우인 종합비타민 '아로나민'이 여전히 건재하다. 아로나민은 일동제약의 전체 매출 중 약 16%를 차치하며 지속 성장 중이다. 향후 여성용과 연령별로 제품 라인업을 다각화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매년 회사 매출의 약 10%를 R&D에 투입했다. 현재 표적항암제 'IDX-1197'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신약 개발이 당장 큐란과 벨빅의 매출 공백을 채울 순 없지만 이 회사의 미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