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최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떠오른 ‘패스트 패션’이 주춤하면서 ‘친환경 패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으로 시장에 빠르게 유통시켜 회전율을 극대화하는 패션 트렌드 중 하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구매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철 옷이 아닌 지속가능한 패션을 가까이 하자 이에 기업들도 발맞춰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고 나섰다.

패스트 패션이 패션 시장을 이끌던 시절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가장 트렌디한 옷을 구입할 수 있었다. 때문에 쉽게 옷을 버리고 새로운 제품을 사는 것은 일상이었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자 이러한 유행은 환경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인식이 거셌고 이에 따른 소비 트렌드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패스트 패션은 오래 전부터 상품 제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빠르게 만들어지고 시중에 풀리는 옷들은 버려지는 확률도 많고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진 것. 특히 직물 섬유의 60% 이상이 합성 물질이고 섬유 폐기물의 약 85%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따지고 보면 옷값 자체는 저렴하지만 그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절대 저렴한 것이 아닌 셈이다.

▲ 현재는 폐점한 '포에버 21' 홍대점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소비자가 패스트 패션을 멀리하기 시작하자 그 트렌드를 이끌었던 기업들은 당연히 큰 위기를 맞았다.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H&M, 자라, 유니클로, 포에버21 중 포에버21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해 파산했고, 이를 두고 뉴욕타임즈 등 미국의 언론들은 ‘패스트 패션의 종말’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H&M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대량으로 옷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저가에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수요 감소로 인해 재고만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어치가 쌓였다. 매년 할인 정책으로 매출은 올랐지만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14.4%였던 2014년과 달리 지난 2018년에는 3%대로 떨어졌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이 두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시키거나 그 입지는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 빈폴멘 B-Cycle 라인. 출처= 삼성물산 패션부문

이에 국내 패션업계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착한 옷’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은 올해를 친환경의 해로 삼고 지난 1월 친환경 라인 ‘비 싸이클(B-Cycle)’을 선보였다. 빈폴의 남성의류인 ‘빈폴멘’은 친환경 발수제 원단을 사용했고 모든 상품을 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었다. 빈폴 소재개발팀은 폐페트병을 재생해 패딩 안에 들어가는 보온용 충전재를 직접 연구개발해 이를 활용한 리버시블 퀼팅 점퍼와 베스트 등도 함께 선보였다. 이번에 개발한 충전재는 기능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가격도 50% 이상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평상시 자주 입는 청바지에도 친환경이 자리 잡았다. LF의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a.t.corner)는 터키 ‘보사 데님(Bossa Denim)’ 원단을 사용한 ‘시그니처 데님 팬츠’를 선보였다. 보사 데님은 리사이클 페트병을 비롯한 천연 화학물질과 염료로 생산된 원사를 사용해 유럽에서 친환경 소재로 잘 알려져 있다. 시그니처 데님 팬츠는 스트레이트핏과 루즈핏 등 2가지로 출시됐고, 스트레이트핏은 라이트블루와 블루, 루즈핏은 라이트그레이, 라이트블루, 블루 등 3가지 컬러로 출시됐다.

▲ 친환경 소재 적용한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 출처= LF

대부분 원래의 브랜드 안에서 친환경 라인을 출시하는 정도지만 지난 17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예 계절 구분이 없는 패션 브랜드 ‘텐먼스(10MONTH)’를 론칭했다. 텐먼스는 1년 중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의미하며, 시즌이 지나면 품질에 문제가 없는 옷도 재고품이 돼 할인 판매되는 현실에 착안해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텐먼스는 언제나 필수적인 패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계절과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기본이 되는 품목을 좋은 원단을 사용해 몸에 잘 맞도록 본질에 집중해 제작된다. 하나의 제품이라도 어떤 옷과도 잘 어울려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텐먼스 메인 화보.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목민경 신세계인터내셔날 텐먼스 기획자는 “싸게 사서 잠깐 입고 버려지는 패션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면서 1년 내내 옷장에 두고 꺼내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한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브랜드에 대한 신선함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정윤 세종대 패션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는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최근 패션업계의 화두는 친환경”이라면서 “일상적인 의류 뿐 아니라 아웃도어나 키즈 패션, 악세사리 등 그 카테고리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