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O2O 시장 현황을 파악한 결과 관련 기업은 555개며, 지난해 기준 거래액만 9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관련 업계 종사자의 숫자다. 플랫폼 내부 고용 인력은 1만6000명에 불과하지만 외부 노동자, 즉 플랫폼 노동자는 무려 52만1000명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비율로 보면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인력의 97%에 이른다.

플랫폼 노동자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배달통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이를 배달하는 라이더가 대표적이며 쏘카 VCNC 타다 서비스의 타다 드라이버도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직원의 형태가 아닌 프리랜서로 근무하며,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해 상대적으로 '가성비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은 노동력이 필요할 때 플랫폼 노동자를 유연하게 동원하고, 플랫폼 노동자는 자기가 원할 때 업무를 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긱 이코노믹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와 관련해 벌어지는 논란이다. 일단 플랫폼 노동자들은 정직원에 비해 사회적인 안전망이 부족하다. 당장 플랫폼 노동자들은 업무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구제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 노동자는 엄연히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간혹 플랫폼의 과도한 간섭으로 사실상 정직원과 같은 업무 강도를 소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행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자의 경우 각 플랫폼들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라이더를 대상으로 이륜차 보험에 가입하거나, 타다가 타다파트너케어 등을 통해 드라이버에게 특화된 보험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몇몇 시장을 선도하는 플랫폼에서는 다양한 상생 전략이 발표되고 있으나 그 외 중소 플랫폼에서는 뚜렷한 변화의 징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플랫폼이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지나친 업무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임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음성적인 방식으로 플랫폼의 갑질이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몇몇 플랫폼을 중심으로 플랫폼 노동자, 즉 긱 이코노미의 부작용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확실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에 머물면 곤란하다. 한 발 더 나아가 플랫폼 노동자의 정의와 성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단순히 퍼주기 정책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우대하면 오히려 비 플랫폼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고,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 이 보다는 플랫폼 노동자는 무엇인지 정의하고, 노동자에게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와 비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아직 논란 중에 있지만 미국의 AB5 법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AB5 법안이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안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사실 AB5 법안은 플랫폼 노동자의 정의와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노동자에게 플랫폼 노동자와 비 플랫폼 노동자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법안이다. 우버 드라이버의 경우 AB5 법안에 따라 본인이 기존 플랫폼 노동자로 일할 것인지, 아니면 비 플랫폼 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지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가이드 라인이 나와줘야 국내서도 커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의 순기능만 키울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은 대세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를 막을 수 없다면 정부가 할 일은 결국 하나다. 퍼주기가 아니라, 명확하게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줘라. 남은 몫은 시장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