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최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 시리즈가 20일부터 사전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놀라운 기술력에 대한 찬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특히 플래그쉽 모델인 '갤럭시 S20 울트라'가 5G·카메라·디스플레이·고용량 메모리·배터리 모든 면에서 프리미엄으로 무장한 이른바 '괴물스펙'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정 매장에 방문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갤럭시 투고(Galaxy To Go) 서비스'를 신청하면 아직 예약만 받고 있는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20, S20+, S20 울트라를 하루 동안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물론 한 사람당 한 대만 가능하다. 신분증 지참도 잊지 말자. S20 울트라의 인기는 투고 서비스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오프라인 방문 경우 예약이 불가한 터라 재고를 미리 확인하고 출발했음에도, 단 20분 그 사이에 남은 물량이 싸그리 빠져 다시 발품을 팔아야 했을 정도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일주일 후에나 받아볼 수 있을까 말까 하다.

▲ 서울 성북구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북본점에 진열된 갤럭시 S20 울트라.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지금의 스마트폰을 쓴 지 딱 5년이 됐다. '풀충전' 해도 1시간을 채 못 가 항상 링거처럼 충전기 선과 연결해놓고 산다. 이쯤 되면 새 동반자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요즘 ICT 업계의 1년은 보통의 10년과 맞먹는 흐름이라던데, 나는 그럼 50년 정도 뒤처진 사람일까? 한창 핫한 갤럭시 S20 시리즈를 체험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한 매장을 찾았다. 직원의 지겹고 짠한 표정이 느껴질 만큼 한참 동안 그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안드로이드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야학에서 한글을 떠듬떠듬 배우는 할머니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갤럭시 S 시리즈에서 역대 최고사양을 자랑한다는 S20 시리즈. 엄친아처럼 빵빵한 스펙을 갖춘 카메라 기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1억800만 화소, 100배 줌, 8K 영상 촬영 등 콤팩트한 바디에서 연상하기 쉽지 않은 화려한 기술력은 이미 세간의 입방아에 많이 올랐을 것이다. 우리는 이론적인 이야기보다 실제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모습들을 살펴보자.

AI가 추천하는 '베스트샷'

'싱글 테이크(Single Take)'는 삼성이 갤럭시 S20 시리즈에서 가장 강조하는 'AI와 카메라가 결합'된 기능 중 하나다. 이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스마트폰에 탑재된 초광각·광각 렌즈를 통해 풍경이 15초간 입력된 후 사진으로는 물론, 라이브 포커스·타임랩스·부메랑 등 여러 효과가 적용된 영상으로도 생성된다.

인공지능이 관여하는 순간은 지금부터다. 15초 동안 연속되는 장면 중 AI가 판단하기에 가장 잘 나온 결과물들을 베스트샷으로 뽑아 보여준다. 인공지능이고 뭐고 제까짓 게 뭔데 내 취향은 물어보지도 않고 멋대로 큐레이션 하느냐고, 어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해 장인정신 기울여 몇십 장씩 중복되는 사진들을 찍고 SNS에 올릴 것 고르다가 스트레스 받는 몇몇 사람들을 생각하면, 차라리 인공지능이 골라주는 게 효율성 면에서 썩 괜찮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게다가 랜덤으로 선정된 사진들이 아니다. AI의 선택은 나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에 이를 활용한 경험까지 지속적으로 축적하면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길을 학습하고 있다.

싱글 테이크 기능의 원리 또한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를 들어 어떤 배경에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을 찍잖아요? 그럴 때 찍는 사람들이 어떤 구도를 선호하는지 등 기존에 (인공지능이) 학습한 바에 따라 베스트샷을 제안하는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 '갤럭시 S20 울트라' 캡처. 싱글 테이크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가장 위에 베스트샷이, 그 밑으로는 여러 효과가 적용된 사진과 영상들이 자동 생성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그래서 직접 동기 두 명의 정다운 모습을 찍어봤다.

AI가 내게 준 결과물은 이러하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없애버린 게 최선의 그림이었다. 어쩐지 얼굴을 마주 보고 있기 서먹한 분위기를 포착해낸 걸까? 아니면 요즘 사람들은 둘이 같이 카페 가도 사진은 혼자 나오는 걸로 찍는 추세인가?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AI임에 틀림없다.

100배 확대 가능하다고 말했지, 또렷하다고는 안 했다

S20 울트라 모델의 카메라 기능 중 최대 100배 확대를 지원하는 '스페이스 줌'에도 AI 소프트웨어 기술이 접목됐다. 최대 10배의 하이브리드 광학 줌을 구현하는 '폴디드 렌즈' 하드웨어에 AI 기반의 디지털 줌을 결합해 최대 100배 확대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줌 기능이 화제가 되면서 최근 갤럭시 S20 시리즈로 달의 표면을 사진 찍는 놀이도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체험해본 입장에서 "어떻게 저렇게 찍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100배 줌으로 찍은 사진 중 쓸만한 결과를 건지기 위해 '내 손'과 씨름해야 했다. 풍경을 100배 확대하면 내 흔들림도 100배(까지는 아닐 것이다) 적용되기 때문이다. 수전증이 있는 사람이나 공복에 커피 마신 날이라면 100배 줌 사용은 힘들 것이다.

숨도 참고서 찍은 사진들이 이 정도다.

▲ '갤럭시 S20 울트라' 캡처. 언뜻 보기에 자갈밭 같지만 아스팔트 바닥을 100배 확대한 모습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 '갤럭시 S20 울트라'를 사용해 '스페이스 줌'으로 매장 유리창 너머의 아스팔트 바닥을 100배 확대해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100배 줌 사용 시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은 흐리지만 찍어본 결과물은 그나마 낫다. 섬세한 붓질이 지나간 유화 같기도 하다. 삼성전자 매장 직원은 "사진이 흐리게 찍혀도 AI의 자동 보정을 통해 선명한 결과물이 나온다"며 부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0배 줌에서는 손 떨림 보정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보다 선명하게 확인하고 싶다면 삼각대로 고정하고 찍으라"고 했다.

하기사 100배 확대해도 손상 없는 화질을 기대한다면 뭐하러 스마트폰을 사느냐는 냉소가 따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손 안에 모든 것을 쥐여주는' 스마트폰의 정체성을 생각했을 때, 100배 줌 기능 사용하려고 폰보다 몇 배는 큰 삼각대를 같이 들고 다니는 것도 웃기다. 결국 이 기능은 삼성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마케팅에만 그치고, 유저 입장에선 실상 활용도가 떨어질 공산이 크다.

빅스비는 언제 진화하나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갤럭시 S20 시리즈에서 AI는 카메라부터 배터리 사용 최적화와 게이밍 성능 강화까지 적용된 영역과 아닌 영역을 구분하는 게 힘들 정도로 시스템 전반에 접목된 모습이다.

갤럭시에 관한 한 인공지능 논의에서 '빅스비'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수년 간 공들인 AI 플랫폼 빅스비에 대해 이번에도 별 말 없는 모습이다. 삼성은 올해 선보이는 신상 스마트폰들을 처음 공개한 지난 1월 'CES(세계 최대 가전·IT제품 전시회) 2020'에서 역시 빅스비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빅스비는 최신 단말기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는 '서비스'로, 이번 갤럭시 S20 시리즈의 새로운 특징으로 구별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빅스비가 꾸준히 진화 중이라면 지난해 이맘때쯤 출시한 바로 전 모델 갤럭시 S10의 초기에 도입됐을 때와 다른 점, 즉 변화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허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빅스비는 갤럭시 S10 때와 비슷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삼성은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갤럭시 언팩 2020'에서 넷플릭스와 공식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파트너십을 맺었다며, "빅스비에 내린 음성 명령으로 바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 역시 갤럭시 전용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제휴 차원의 새 소식일 뿐이다. 기술적으로 달라진 빅스비의 모습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AR(증강현실) 강화? 정교해지긴 했는데…

▲ '갤럭시 S20 울트라'로 나의 이모지를 만드는 모습. 이전보다 의상 등 커스터마이징 범위가 확대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 'AR 이모지 카메라' 기능에서 미러 모드를 선택하면 이모지가 주변 사람들의 동작을 따라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사용자의 얼굴을 촬영하면 그를 본뜬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이모지' 기능은 갤럭시 S9 때부터 있었지만, 이번 S20 시리즈에서는 주로 '디테일' 면에서 보완한 모습이다.

먼저 이모지 커스터마이징에 있어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 세부 영역이 추가됐다. 또 AR 이모지 카메라 경우 캐릭터가 화면에 잡힌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미러 모드에서 뒷모습 인식까지 가능해졌다. 한편 영상 통화 서비스 '구글 듀오'의 S20 시리즈 버전부터 이모지 활용이 가능해졌다. 캐릭터와 함께하는 증강현실을 통화하는 상대와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귀엽고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이모지를 자주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메시지'에서는 적용이 가능하지만 카카오톡에서는 GIF 파일로 주고 받아야 한다. 나를 꼭 닮은 이모티콘을 즉각 쓰는 게 아니라 갤러리에서 사진을 골라 보내는 방식으로 말이다. 딱히 수고스럽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할 말은 없다. 이모지의 활용성 면에서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지만, 사실 카카오에서 갤럭시 전용 카카오톡을 내놓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